[여시아문] 반딧불이천문대에서
[여시아문] 반딧불이천문대에서
  • 김두경 동화작가
  • 승인 2020.09.16 10:45
  • 호수 3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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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경
김두경

딱 한 번 은하수를 본 적이 있다. 두메산골에서 야영할 때였다. 막연히 동경하던 우주가 그 존재를 뽐내던 벅찬 순간이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외딴 여행지에 가면 늘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별을 발견하는 순간의 희열 뒤에는 우주와의 교감이 기다리고 있다. 

경북 영양 일대를 여행할 때였다. 인근에 반딧불이천문대가 있다는 것을 보고 주저 없이 일정으로 잡았다. 천문대는 단어부터 설렘 그 자체가 아니던가. 논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신나게 천문대로 향했다. 길이 어두워 운전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곳곳에 인가가 있는데도 가로등 하나 없는 게 의아했다. 

이유는 천문대에 도착해서 알게 되었다. 그 지역은 국제밤하늘협회(IDA)에서 지정한 아시아 최초의 ‘밤하늘보호공원’이었던 것이다. 야외조명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빛 공해를 줄임으로써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하는 곳이었다. 빛 공해라는 말을 그때 처음 들었다. 생태계 재충전의 시간인 밤에 인공 불빛은 엄연한 공해다. 이런 빛 공해를 줄여 청정한 밤하늘과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게 된 곳이 밤하늘보호공원이었다.

그날 관측할 천체는 달이었다. 달이야 평소에도 보는 터라 아이들은 다소 시큰둥했다. 그런데 먼저 천체망원경을 들여다보던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궁금해하며 망원경 접안렌즈에 눈을 대는 순간, 절로 탄성이 나왔다. LED 조명을 수십 개 켜 놓은 듯 눈이 부셔 볼 수가 없었다. 달이 이렇게 밝은 천체였다니! 

익히 아는, 도시에서 본 달은 빛 공해 탓에 뿌옇게 보였던 거다. 원래의 달은 이토록 밝은데. 옛사람들이 달빛 따라 밤길을 걷고, 달빛 아래 글을 읽었다는 말이 과장인 줄 알았는데. 진짜 달빛을 보고 나서부터 모두의 눈이 한층 초롱초롱해졌다. 
 

삽화=김두경
삽화=김두경

하늘로 쏘아 올린 초록색 레이저(별 지시기)를 따라 여름철 관찰할 수 있는 별자리들을 찾아보았다. 거문고자리, 백조자리. 목성, 토성…. 어둠이 짙은 만큼 별들이 더 또렷하고 눈부시게 보였다. 그 명료한 빛은 지금도 여전히 머리 위, 그 자리에서 빛날진대 우리가 만들어낸 빛 때문에 본연의 별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리라.

나를 둘러싼 우주와 교감하고 나오는 길, 밤하늘을 어두운 채로 유지하고 보호하는 일이 참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유성이나 혜성이 지난다는 밤이면 나름 도심을 벗어난다고 해도 불빛 때문에 관찰할 수 없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곳에서 밤하늘을 보전한다면 우리는 더 자주, 더 가까이 별과 우주를 마음에 품을 수 있지 않을까. 별빛에 위안을, 달빛에 낭만을 느끼며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마음과 시선들이 모이면 세상은 분명 더 아름다워지리라.

[불교신문3614호/2020년9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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