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없으면 독 만져도 뒤탈 없어
알아차림…‘自他不二’ 지혜 찾길

마가스님
마가스님
자비명상 대표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를 통해 그동안 각자가 누리고 있던 삶의 기반이 뒤바뀌고 예기치 않고 뜻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1단계에서 2.5단계로의 상승을 통해 요즘 흔히 말하는 ‘집콕의 시대’로 강제 이주된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생업을 포기해야 하고 또 대부분은 원하지 않아도 학교와 직장을 집에서 보내야 하며, 마스크 없이는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답답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더욱이 이런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언제쯤 좋아질지 모른다는 것에서 큰 불안감과 우울을 느끼며 더 나아가 삶이 좌절되는 절망감까지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변화된 환경에 불자 여러분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가야 할까요? 코로나19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로인한 고통을 어찌 극복해 나가야 할까요? 이제는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바라보아야 할 때입니다.

<법구경> ‘악행품’에 부처님께서는 “그 손에 상처가 없으면 독을 만져도 아무 뒤탈이 없다. 독은 상처가 없는 손에는 상처를 입힐 수가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마음에 악한 기운이 전혀 없으면 악이 결코 그를 침해할 수 없다. 그 마음속에 악한 기운이 전혀 없다면 지옥에서도 극락을 누릴 것이고, 그 마음속에 악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면 극락 한 가운데서도 지옥의 고통을 맛 볼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법구경의 말씀을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에 적용해 본다면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스스로 어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지옥을 살 수도 있고 극락을 살 수도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우리가 시시각각 마주하는 환경과 상황은 마치 내가 바꾸고 만들어 가는 듯 보이나 실상 내가 어찌할 수 없고 바꿀 수 없는 조건들의 연속입니다. 순간순간 인과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변화인 것이지요. 그때 지혜로운 불자라면 나에게 주어진 그 상황을 탓하고 원망하고 좌절하기 보다는 ‘잠깐 멈춤’을 통해서 지금 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르게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구도자 고타마가 6년간의 모진 고행을 버리고 선정에 든 지 7일째 되는 날 새벽별을 보고 깨달은 진리! 바로 ‘연기법’입니다. 태어남이 있으므로 늙음과 죽음이 있다는 ‘생성과 소멸의 관계성’의 연결고리를 깨달은 것이죠. 연기란, 모든 것은 원인이 있으며 그 원인을 근거로 생겨나고, 원인이 사라지면 소멸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잡아함경>에서 이렇게 설명하셨습니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김으로써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기 때문에 저것이 없고 이것이 사라짐으로써 저것이 사라진다.” 

지금 우리에게 연기적으로 일어난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주어진 모든 걸 받아들이고 나의 행동·말·생각을 알아차림해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만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웃종교인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요즘 내 마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물론 불안하고 원망스럽고 화도 날 겁니다. 그래서 비난도 하고 손가락질도 할 겁니다. 수행은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으로 돌아오는 것이죠. 신구의 삼업을 닦는 것이죠. 수행은 나쁜 행동·나쁜 말·나쁜 생각을 좋은 행동·좋은 말·좋은 생각으로 바꾸는 게 수행이랍니다. 코로나19로 사회가 혼란스럽고 마음이 불안할 때일수록 깨어 있어야 합니다. 나의행동·말·생각은 나의 미래가 되기 때문입니다.

현명한 불자님들께서는 정부방역지침에 잘 따르며 신행활동을 해오셨습니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연기법을 알기에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용기 사용을 자제하고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행동으로 실천하며, 너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라는 자타불이(自他不二)의 마음으로 조금 더 서로를 배려하고 나눔의 신행생활을 하셔야겠습니다.

불안하고 답답할 때마다 ‘잠깐 멈춤’해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자신에게 물어봄으로써 알아차림해 마음을 들여다보고, 진정한 내 인생의 주인공이 돼 자신의 삶을 극락으로 만드시는 선택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나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져갈지 부정적으로 가져갈지는 내 인생의 운전대를 잡은 내 자신의 선택이고 결정임을 잊지 말아야겠지요.

늘 자신을 향하여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물어보십시오. 그 속에 우리가 발견해야 할 지혜가 숨겨져 있습니다.

[불교신문3614호/2020년9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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