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동국사 · 불교신문 공동기획’
웅장한 설악에 자리한 성지 ‘너와집 봉정암’


1904년 화재 이전 중흥사

프랑스 선교사 촬영 ‘생생’
군복처럼 생긴 교복 입고
신계사, 진관사 온 학생들

​1904년 화재 이전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산 중흥사 사진. 대웅전 편액이 생생하고, 법당 앞에서 있는 조선인들의 모습이 새롭다.​

근대자료를 다수 보관하고 있는 군산 동국사(주지 종걸스님, 시립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장)와 불교신문(사장 정호스님)은 동국사가 소장하고 있는 근대불교사료를 지면과 인터넷을 통해 연속 보도한다. 독자들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이번 호에는 일제강점기 불교 관련 사진을 다수 소개한다. <편집자>

○… 군산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이 공개한 북한산 중흥사 사진은 1904년 9월 이전에 촬영한 것으로 116년의 세월이 흘렀다. 고려 시대 창건된 중흥사는 태고보우 스님이 주석한 도량으로, 조선시대에는 팔도도총섭(八道都摠攝)이 머물면서 승군과 더불어 북한산성을 수호하며 정진한 곳이다.

18세기 성능(性能)스님이 주지로 부임한 이후 136칸의 대가람이었지만, 1904년 9월 화재로 폐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부터 복원불사를 추진하면서 사격(寺格)을 갖추어 가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1904년 9월 폐사 이전에 촬영한 중흥사로 짐작된다. 법당 중앙에는 ‘北漢重興寺大雄殿(북한중흥사대웅전)’이란 편액이 선명하며, 외부에 걸린 주련도 카메라에 담겼다. 대웅전 앞 계단에는 도포를 차려입고 갓을 쓴 인물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데, 그 앞에는 하인으로 보이는 노인이 쭈그려 앉아 있다. 사진 오른쪽에는 한글, 아래쪽에는 프랑스어로 관련 내용을 메모해 놓았다.

프랑스 출신으로 개항기에 조선에 들어와 48점의 사진엽서를 남긴 알레베크 선교사가 촬영했다는 사실이 적혀 있다. 김남수 북한산 중흥사 종무실장은 “1904년 네덜란드인들이 중흥사를 방문했을 때 서양인 4명과 조선인 2명이 대웅전 앞에서 촬영한 사진을 본 적이 있다”면서 “아마 비슷한 시기에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화재 이전의 중흥사를 조명하는 귀한 자료”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서울 진관사를 방문한 학생들. 군복과 다름없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에서 망국의 설움이 묻어난다.
일제강점기 서울 진관사를 방문한 학생들. 군복과 다름없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에서 망국의 설움이 묻어난다.

○… 동국사는 나라를 빼앗긴 망국의 설움을 떠올리게 하는 불교 사진 2장도 공개했다. 일제강점기에 서울 진관사와 금강산 신계사를 찾은 조선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사진 속 학생들은 군복과 다름 없는 교복을 입고 있어 일제강점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진관사 사진은 40여 명의 앳된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대웅전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학생들 뒤로 주련이 보이는데, 오른쪽은 ‘三千淨土(삼천정토)’, 왼쪽은 ‘五有寶(오유보) ’라는 글자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진관사 대웅전 주련과는 다르다. 신계사 대웅전 앞에서 촬영한 사진은 학생들이 등산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팡이를 들고 계단 위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교사로 보이는 인물들도 사진에 나타난다. 하단에는 ‘金剛山探勝記念(금강산 탐승기념)’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금강산 신계사를 방문한 학생들. 지팡이로 보이는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있다.​
​금강산 신계사를 방문한 학생들. 지팡이로 보이는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있다.​

○… 동국사는 문경 운달산에 있는 김룡사 전경 사진을 선보였다. 두 장의 사진을 이어 붙인 것으로 일제강점기 김룡사 전체 모습을 한눈에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나온 김룡사 사진들은 사찰의 일부분을 촬영한 것이 대부분으로 도량 전체를 볼 수 있는 사진은 드물다.

사진을 확대해 보면 흰옷을 입은 인물들이 누각이나 요사채 마루에 앉아 있는 정경을 볼 수 있다. 김룡사는 신라 진평왕 10년(588년) 운달(雲達) 스님이 창건한 사찰로 일제강점기에는 31본사의 하나였다.
 

일제강점기 문경 김룡사 사진. 도량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이다.
일제강점기 문경 김룡사 사진. 도량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이다.

○…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 가운데 하나인 봉정암의 옛날 사진도 무상한 세월의 흐름을 보여준다. 봉정암은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모셔온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봉안한 도량으로 성지이다. 이번에 동국사가 공개한 사진 속 봉정암은 너와집으로 된 건물인데, 어려운 시절 사찰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사진에는 3명의 인물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鳳頂庵(봉정암) 及(급, 및) 鳳頂(봉정)’ ‘麟蹄(인제) 雪岳(설악) 名勝(명승)’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웅장한 설악산 봉우리인 봉정(鳳頂)을 배경으로 자리한 암자는 불교성지임을 새삼 느끼게 하는 사진이다.
 

'너와집' 형태의 설악산 봉정암으로 일제강점기 촬영된 사진이다. 웅장한 봉정과 더불어 있는 봉정암이 모습은 허름하지만 불교성지의 기운이 느껴진다.
'너와집' 형태의 설악산 봉정암으로 일제강점기 촬영된 사진이다. 웅장한 봉정과 더불어 있는 봉정암이 모습은 허름하지만 불교성지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번에 자료를 공개한 군산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은 “비록 정지된 순간을 촬영하는 것이 사진이지만, 그 안에는 당시 상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면서 “근대기 불교 사진을 통해 어려운 시기에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자 했던 불교인과 당시 조선의 현실을 가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군산=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불교신문3614호/2020년9월16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