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가 와서
벚나무에 앉더니

벚꽃을 하나씩 따서
똑똑 아래로 떨어뜨리네

새가 목을 틀어가며
꽃들을 따서 떨어뜨리고

눈물 떨어지는 속도로
뚝뚝 떨어뜨리는 것은

그 나무 밑에 사랑을 잃은
누가 하염없이 앉아 있어서겠지

- 이병률 시 ‘꽃비’ 전문
 


벚나무에서 벚꽃이 하나씩 떨어집니다. 나무 아래에는 꽃이 비처럼 떨어져 바닥에 놓여있습니다. 가만히 보니 꽃이 이처럼 떨어진 것은 작은 새가 똑똑 꽃을 따서 아래로 떨어뜨린 이유도 있습니다. 시인은 새가 꽃을 따서 떨어뜨린 까닭은 나무 아래에 사랑을 잃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꽃의 떨어짐, 즉 낙화(洛花)를 사랑의 잃음과 동일시합니다. 혹은 사랑을 잃은 사람의 마음을 잘 알기에 위로하고자 꽃도 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낙화를 매개로 한 새와 사람의 교감도 멋진 대목입니다. 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눈물이 떨어지는 속도와 같다고 하니, 꽃 지는 날에는 더욱 더 가슴이 먹먹해질 것 같습니다.

[불교신문3613호/2020년9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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