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신임 통일부 장관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남북관계 활성화를 위한 불교계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하며 정부차원 지원을 약속했다.

이 장관은 지난 8월31일 총무원장 스님을 예방하고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 등 불교계가 먼저 민간교류에 나서 주신다면, 남북 당국 간 협의가 진행되기 이전이라도 통일부에선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경색된 남북관계 물꼬를 틔우기 위해 종교계 민간교류가 선행될 필요성이 있다”는 총무원장 스님의 조언에 이 장관이 답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인영 장관은 북한이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현 상황을 타개하는 막중한 소임을 부여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취임 후 코로나 방역 지원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책을 북에 제시하지만 아직 움직임이 없다. 북한 역시 코로나 방역이 급선무여서 남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여력이 없는 것으로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계의 역할은 꽉 막힌 남북관계를 돌파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불교는 오랜 역사를 지닌 민족종교로 남북한이 모두 같은 정서와 문화를 공유한다. 거부감을 갖는 다른 종교에 비해 북도 불교는 매우 우호적으로 대한다. 우리 종단이 추진하는 신계사 템플스테이는 금강산 관광의 상징과도 같다.

불교 성지인 금강산은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자랑하는 명산이며 관광지다. 우리 종단과 정부, 현대아산 그리고 북한이 힘을 합쳐 복원한 신계사는 금강산 관광이 폐쇄된 뒤에도 성지순례단이 찾을 정도로 최근까지 문호가 열려 있었다.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인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는 여러 면에서 경색된 현 상황을 타개할 최적의 불사다. 

그런 점에서 신임 통일부 장관이 종교계 차원의 교류 협력을 당부하고 이를 지원한다는 약속을 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 종교계 중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에 가장 적극적이며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우리 종단을 앞세우는 것도 합리적 선택이다. 총무원장 스님은 지난 2월 금강산에서 북측 불교계 대표와 만나 신계사 템플스테이 체험관 건립 예정 부지를 함께 둘러보는 등 교류협력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적극 추진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소정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당 원내대표를 지내고 청와대의 신임을 받는 중량급 인사가 통일부를 맡아 다른 어느 때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하는 만큼 이번에는 신계사 템플스테이의 성공을 기대 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실천이다. 장관의 방문이 의례적 인사가 되지 않으려면 실무자 차원에서 적극적 실천행보를 보여야 한다. 불교계가 안을 내면 검토하겠다는 식의 소극적 정책으로는 경색 국면을 헤쳐가기 어렵다. 코로나로 인해 남북 모두 왕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남북 정부 모두 관계개선을 원하는 만큼 종단이 앞장서고 정부가 적극 뒷받침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남북관계 개선에 불교계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불교신문3612호/2020년9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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