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만에 설악의 품에 안긴 ‘신흥사 영산회상도’
66년만에 설악의 품에 안긴 ‘신흥사 영산회상도’
  • 박인탁 기자
  • 승인 2020.08.28 16:12
  • 호수 3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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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장처 신흥사로 환지본처
8월28일 시왕도 6점도 이운

1954년 미군 의해 무단반출
6조각 훼손돼 미국서 발견

조계종과 라크마 반환 합의
7월29일 인천공항 통해 귀국
9월20일 신흥사서 환영법회
신흥사 영산회상도가 66년만에 원소장처인 신흥사 극락보전으로 환지본처했다. 신흥사 회주 우송스님과 주지 지혜스님 등 신흥사 사부대중이 영산회상도를 반기며 코로나19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기원했다.

한국전쟁 직후 무단반출된 뒤 미국으로 건너갔던 설악산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가 66년만에 환지본처했다.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는 828일 오전9시 서울 불교중앙박물관을 출발해 같은 날 오후 2시께 신흥사 산문에 도착했다.

요령과 목탁을 든 영혈사 주지 홍선스님과 건봉사 주지 현담스님이 선두에 서고 신흥사 본말사 스님 8명이 목함에 담긴 영산회상도를 들어서 이운했다. 스님의 뒤를 이어 조계종 포교사와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회원들이 시왕도를 각각 나눠 들고 66년만에 고향으로 되돌아온 소중한 성보를 반겼다.

이날 성보 이운은 무진동차량에서 성보를 내린 뒤 신흥사 일주문을 출발해 청동대불, 극락교, 사천왕문, 보제루 등을 거쳐 극락보전으로 이운했다. 이날 신흥사 회주 우송스님과 주지 지혜스님 등 신흥사 사부대중은 영산회상도를 원소장처인 극락보전 불단 위에 잠시 올려놓은 뒤 축원을 통해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 환수를 축하하고 남북통일, 코로나19 조기 종식, 속초시 발전과 속초시민의 안녕 등을 함께 서원했다.
 

신흥사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1755(영조 31) 6월에 그렸다는 발문(跋文)이 선명한 가로 4.064m, 세로 3.353m 크기의 초대형 불화다. 신흥사 본전인 극락보전(보물 제1981) 내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보물 제1721)의 후불화로 법당을 장엄했지만 한국전쟁 직후인 19546월과 10월 사이에 미군에 의해 무단반출된 뒤 수십년동안 6개 큰 조각과 파편으로 나눠진 채 미국의 시골집 다락방에 방치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를 1998년 매입한 미국 LA카운티미술관(LACMA)는 한국 CJ그룹 후원으로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학과 교수를 1년 여 동안 라크마로 초청해 보존처리 작업을 통해 완벽하게 복원했다.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강원도의 현존 후불화 가운데 가장 시기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불화의 규모와 화격에 있어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수작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신흥사는 10년 전부터 영산회상도 환수를 준비해왔다. 조계종과 함께 20151월 미국 라크마 측에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 반환을 공식 요청한 것을 시작으로 능인사 주지 지상스님을 미국 라크마에 파견하는 등 수차례 협상을 통해 7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환수했다.

이는 신흥사와 조계종, 강원도, 속초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등 불교계와 지자체, 정부기관, NGO 등이 협력해 일군 값진 성과다. 특히 이번 신흥사 영산회상도 환수는 정부가 아닌 민간단체가 주도해 문화재 환수 사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영산회상도와 함께 환수된 신흥사 시왕도(十王圖)1798(정조 22) 가로 124.4cm, 세로 93.9cm 크기로 조성돼 명부전을 장엄했다. 환수한 시왕도는 2·4·6대왕도, 3·5대왕도, 9대왕도로, 전체 4화폭 10대왕 가운데 3화폭 6대왕을 환수한 것이다. 이 가운데 2·4·6대왕도는 복원처리를 거쳤지만 나머지 3점은 박리 등 일부 훼손돼 복원처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나머지 시왕도(4)는 미국 내 다른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이후 환수 절차를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다.

성보 환수를 부처님께 고한 뒤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는 신흥사 유물기념관으로 다시 이운했다. 신흥사는 920일 경내 극락보전에서 환영법회를 봉행하며 성보의 귀환을 대내외에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환영법회는 920일 오전9시 제1부 천도재를 시작으로 오전 112부 기념법회로 거행된다. 아울러 신흥사는 향후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를 주요 전각에 봉안해 불자들의 신심 증장을 위한 예경의 대상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신흥사 회주 우송스님과 주지 지혜스님은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신흥사의 소중한 성보를 환수할 수 있었다면서 영산회상도 환수를 계기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모두가 건강하길 기원한다66년만에 환지본처한 성보를 반겼다.
 

시왕도 2, 4, 6점도 원소장처인 신흥사 명부전에 잠시 모셔놓았다.
속초 시내 곳곳에는 신흥사 영산회상도의 환지본처를 축하하는 500여 개의 현수막이 걸렸다.

신흥사=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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