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동국사 · 불교신문 공동기획’
석가여래경축회 남녀노소 운집한 ‘축제’


수십여 연등 걸려 있고
향로 있어 사찰로 추정 
일본 고문헌 옥션 구입
유리원판 색 입혀 인쇄

근대자료를 다수 보관하고 있는 군산 동국사(주지 종걸스님, 시립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장)와 불교신문(사장 정호스님)은 동국사가 소장하고 있는 근대불교사료를 지면과 인터넷을 통해 연속 보도한다. 
 

1800년대 말 또는 1900년대 초 외국인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처님오신날 칼라엽서.

1800년대 말 또는 1900년대 초 외국인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처님오신날 칼라엽서가 공개됐다. 군산 동국사(주지 종걸스님)가 지난해 일본 고문헌 옥션을 통해 구입한 엽서이다. 주목받는 이유는 흑백사진이 아닌 칼라사진이라는 점이다. 유리원판에 일일이 색을 입힌 후에 인쇄한 엽서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같은 사진은 흑백이었다.

사찰 경내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에는 수십여 개의 연등이 건물 처마 밑과 마당에 걸려 있어 부처님오신날 잔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건물 안팎에 갓을 쓴 어른들과 댕기머리를 한 아이들이 카메라를 보는 모습이 이채롭다. 사진 속에는 60여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모두 카메라를 응시하는데, 앞부분에는 남자들이, 오른쪽 뒷부분에는 여성들의 모습이 확인된다.

부처님오신날 사진을 입증하는 것은‘四月八日(사월팔일) 釋迦如來慶祝會(석가여래경축회) 敎會○○○(교회○○○)’라 적힌 현수막 때문이다. ‘음력 4월 8일을 경축하는 모임’, 즉 지금의 부처님오신날 임을 알 수 있다.

1800년대 말 또는 1900년대 초반에는 사월초파일을 ‘석가여래경축회’라 불렀던 것이다. ‘敎會○○○(교회○○○)’는 행사를 주관한 단체로 보이는데 뒷부분 글씨가 명확하지 않다. ‘南無阿彌(나무아미)’라고 쓴 설치물도 보인다. 사진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나무아미타불’임이 분명해 보인다.

사진 주위에는 일본어로 쓴 메모가 보이는데 정확한 내용을 알기는 어렵다. 다만 ‘仁川(인천), 一覽(일람), 田中新一(다나카신이), 郎君(낭군)’등의 단어로 짐작할 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연구가 더 필요하다.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은 “그동안 이 사진은 개성 시내의 초파일 모습으로 알려졌는데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수막은 물론 제단과 향로로 보이는 것도 사진에 있어 사찰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대한제국 수립 후 정부 차원에서 1899년 1월 창건한 동대문 밖 원흥사(元興寺)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무렵 부처님오신날을 중요한 ‘명절’이었다. 1920년 5월 22일자 조선일보의 ‘욕불절(浴佛節)의 각사(各寺) 모든 쥰비에 분망’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이 기사는 석가여래탄일(誕日)을 맞아 성대한 법회와 스님들의 강설(講說)이 있고, 환등(幻燈)과 팔상연극(八相演劇)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대법회가 봉행되고 스님들의 법문과 더불어 슬라이드 상영과 부처님 일대기를 다룬 연극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렸던 것이다.

한편 지난 2005년 이지누 전 디새집 편집장은 일본 게이오대(慶應大) 노무라신이치(野村伸一) 교수에게 입수한 같은 내용의 흑백사진을 불교신문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군산=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불교신문3610호/2020년9월2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