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 우리는 이번에도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이 폭풍은 지나갈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내리는 선택이 앞으로 오랜 시간 우리의 인생을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 유발하라리

 

보일스님
보일스님

엎친 데 덮친 격일까 아니면 불행 중 다행일까. 우리는 지금 두 개의 큰 파고를 마주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례없는 변화가 가져오는 당황스러움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코로나 팬데믹을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일종의 ‘이중 충격(Double Shock)’이라고 할 만하다. 인류는 과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감당할 수 있을까.

흔한 재난 영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우리는 이번에도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늘 그랬듯이…” 4차 산업혁명을 가져온 핵심기술이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게 해줄 결정적 역할을 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전 세계적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변혁은 코로라 팬데믹과 맞물리면서 더욱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인류는 지난봄부터 전례 없는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 변화는 의료, 교육, 정치, 경제, 문화 할 것 없이 전 사회적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비대면 수업, 원격진료,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 조치들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어느새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사람 사이의 접촉을 통한 감염 위험성이 커지면서 비대면, 원격 사회로 전환됐으며, 백신 개발과 관련한 생명공학 기업들이 활동하는 소위 바이오 시장은 엄청난 주목과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전환이 상대적으로 빨리 이루어질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에 힘입은 바가 크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혼란 속에서 감염 여부를 대규모로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나 시약의 개발은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기술들을 활용하면서 조기 진단과 시약 개발을 앞질러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은 먼 미래에 적용될 기술이 아니라 바로 지금 위기의 순간에 인간의 생존을 지켜주는 기술로 인식되면서, 새로운 시대 변화를 절실히 공감하게 해주었다.

만약 우리에게 이 코로나 팬데믹 사태 속에서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이 없었다고 상상해 보자. 당장에 코로나 진단키트 개발이나 시약 등이 그처럼 신속, 정확하게 개발될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이 인공지능 딥러닝과 빅데이터에 기반해 제작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서 인공지능 딥 러닝 기술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진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마치 인공지능이 당장 우리 일상에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질문에 반문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이처럼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날들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은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 백신개발과 딥러닝

코로나 팬데믹의 시대, 살아남으려면 백신이 있어야 한다. 치료제도 나오면 좋겠지만, 더이상 감염자가 나오지 않도록 백신개발에 모두가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가 지금처럼 간절하게 특정 전염병에 대해서 백신을 간절하게 원했던 적이 있던가. 경쟁적으로 선진국들의 대표 제약회사들은 이 개발에 뛰어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연구 개발하고 있는 백신 후보물질이 약 26개 그 가운데 7종이 임상 최종단계까지 시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백신이 개발 작업이 진행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변이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전에 애써 연구해서 만들어온 백신은 의미가 없어지거나 효과가 대폭 떨어지게 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최근까지 9종까지의 변이를 거친 것으로 확인될 정도이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변이는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가능성에 대처할 수 있는 조합 즉 치료에 효과적인 항원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일일이 기존의 방식으로 계산하다가는 수년을 기다려도 기약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딥러닝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분야의 진정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할 수 있다. 

딥러닝 시스템은 기존에 사용된 빅데이터 기반의 모든 항체와 항원 자료를 가지고 선별작업을 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낸다. 개발하고 있는 백신의 유전자 서열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는데, 그 서열 설계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그리고 항체와 항원 간의 작용을 분석하여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매우 높은 수준의 백신 설계상의 안정성과 정확도를 보여준다.

이제 아무리 다양하고 복잡하게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킨다고 해도 딥러닝이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 조합을 선제적으로 미리 만들어 낼 정도이다. 최근에는 이 기술을 이용해서 백신을 넘어 항체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단순히 현 상황을 해결해 가는 것을 넘어서 향후 우리들의 기존 사고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딥러닝 시스템은 기존에 사용된 빅데이터 기반의 모든 항체와 항원 자료를 가지고 선별작업을 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낸다. 개발하고 있는 백신의 유전자 서열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는데, 그 서열 설계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그리고 항체와 항원 간의 작용을 분석하여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매우 높은 수준의 백신 설계상의 안정성과 정확도를 보여준다. 이제 아무리 다양하고 복잡하게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킨다고 해도 딥러닝이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 조합을 선제적으로 미리 만들어 낼 정도다. 출처=www.shutterstock.com
딥러닝 시스템은 기존에 사용된 빅데이터 기반의 모든 항체와 항원 자료를 가지고 선별작업을 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낸다. 개발하고 있는 백신의 유전자 서열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는데, 그 서열 설계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그리고 항체와 항원 간의 작용을 분석하여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매우 높은 수준의 백신 설계상의 안정성과 정확도를 보여준다. 이제 아무리 다양하고 복잡하게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킨다고 해도 딥러닝이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 조합을 선제적으로 미리 만들어 낼 정도다. 출처=www.shutterstock.com

➲ 비대면의 역설

코로나 팬데믹이 덮쳐오자 이전에 없었던 모험적인 실험들이 전 방위적으로 시작됐다. 백신과 치료제 연구개발과 관련해 소요되는 인허가 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이전에 당연시했던 것들이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거나 비상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반면에 이전에 등한시했던 시스템이나 제한적이고 부분적 영역에서 활용되었던 기능들이 주류적 가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정상적인 법칙들이 중단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학교 수업은 교실이 아니라 각자의 집에서 화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의료 진단 또한 대면 진료가 아닌 화상을 통한 실시간 원격진료가 시작되었다. 5G 인터넷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전에는 수업 집중도가 저하된다는 이유로 또는 이익집단의 반대 때문에, 가능하지만 실험 수준에 그쳤던 시스템들이었다.

갑작스러운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방법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실제 상황에 소환된 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막상 시행하고 보니, 초기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새로운 변화 속에서 나름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니 오히려 왜 진작 도입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현재 일반대학에서의 비대면 강의 수준이 과거 소위 사이버대학에서 축적된 교수법이나 강의 자료의 질적 수준에 비하여 높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대학이 사이버대학보다 훨씬 많은 등록금을 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원격진료 또한 마찬가지이다. 원격진료는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서 진료와 치료에 매우 적합한 방식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의료격차 해소에도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왔거나 당연시했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의문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왕이면 인간들끼리 얼굴을 마주하면서 대화하고 느끼면서 학습하고 고통을 나누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고 효과적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이 비대면 또는 비접촉 상황이 일시적일 거란 기대를 하면서 임시조치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는 사실들이 있다. 만약 비대면을 통한 업무나 수업이 더 효율적이고 발전적인 형태라면 어떨까? 차선책이 최선책이 되는 현실 말이다. 일반 예상과는 달리 비대면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수록 직접 대면에 대한 바람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대면에 대한 효율성을 더 신뢰하고 익숙해져 가능 상황은 우리를 당황케 하기에 충분하다. 일종의 불편한 진실 같은 것이다. 

➲ 백신 사재기 

지금은 진정된 듯하나 지난봄에 미국에서 벌어졌던 휴지 사재기 현상을 기억할 것이다. 두루마기 휴지 한 묶음을 두고 대형 마트 안에서 벌어진 난투극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왜 휴지냐고? 이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꼭 휴지가 문제는 아니다.

누구는 휴지를 쌓아놓으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하고 또 누구는 싼 가격으로 결핍에 대한 공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접근이 용이한 생필품이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여간 사실 심리적 집단 공황 상태에서 인간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반응 양식은 전혀 비합리적이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최근 백신 개발이 막바지 임상 단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강대국 특히 부자나라들은 벌써 수억 개의 백신을 자국민 우선주의에 의해 선계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백신 사재기’가 시작된 것이다. 국가 간에도 빈부격차에 따라 국민들의 생존이 갈리게 될 위험에 처해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국가의 국민에게 코로나 팬데믹은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도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의 절반은 하루 5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지탱하고 있으며, 유엔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약 3000만명 이상의 굶주림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는 차별과 착취가 ‘뉴노멀’이 되어버린 세상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

[불교신문3609호/2020년8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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