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왕실사찰 명성 회복…현대 도심포교 새 역사 개척

“이웃주민을 부처님처럼”
신흥사 조실 무산스님
유지따라 중창불사 추진

연면적 1000평 부지 위
지하1층, 지상3층 규모
지역민과 하나되는 공간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종교 활동을 위한 도량
“고된 삶의 무게 덜길”

서울 성북구 돈암동 삼각산 자락에 위치한 600년 왕실원찰 흥천사에 연면적 3305m²(1000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지는 전법회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 흥천사 종무소 ☎02)926-6611~2
서울 성북구 돈암동 삼각산 자락에 위치한 600년 왕실원찰 흥천사에 연면적 3305m²(1000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지는 전법회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 흥천사 종무소 (02)926-6611~2

600년 왕실원찰 흥천사는 수년째 중창불사가 한창이다. 쇠락했던 전각은 개보수 되고 훼손됐던 경관은 말끔히 정비됐다. 최근에는 모임장소 하나 없었던 옛 모습을 탈피해 보다 많은 대중이 모일 수 있는 현대식 건물이 들어설 불사가 회향을 앞두고 있다.

연면적 3305m²(1000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지는 흥천사 전법회관이 바로 그것이다. 앞으로 이곳은 지장전과 무량수전, 약사전 각종 사무 공간 등이 들어가는 다목적 문화센터로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전법회관은 흥천사 여러 중창불사 가운데 각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과거로부터 전승되어온 사찰의 전통적인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요즘 문화에 맞는 시설을 갖추는 불사이기 때문이다. 전각 규모가 작고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없는 한계를 벗는 과정인 셈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사회전반에 위축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꿈이 이뤄지는 도량’ 흥천사의 도전은 멈추지 않아 의미가 남다르다.

이는 “항상 이웃주민을 부처님처럼 모시고 사랑하라”는 제3교구본사 신흥사 조실 무산스님의 가르침과 이를 묵묵히 실천해 온 흥천사 불사도감 금곡스님 그리고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현 총무원장 원행스님, 신흥사 회주 우송스님, 주지 지혜스님 등의 아낌없는 격려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자 2017년부터 시작된 흥천사 전법회관은 건물외벽 공사를 마무리하고 6월에 준공허가를 받았다. 현재 공양실은 운영 중이며 막바지 내부설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개원법회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음력 9월 초하루(양력 10월17일)에 무량수전 부처님 점안식을 겸해 봉행할 계획이다. 이어 10월 초하루(양력 11월15일) 지장전 부처님 점안식을 봉행하며 서울 도심에 전통과 현대 불교문화가 살아 숨 쉬는 명실상부한 포교 전진기지가 본격 운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찰은 지역주민들과 하나 되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 불사의 제1원칙인 만큼 흥천사 전법회관은 불자 등 내방객들의 편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하 1층 지장전은 부모나 가족 친지들의 제사를 모시기 위한 공간으로 채워졌다.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부모나 가족친지의 제사를 집안에서 모시기 어려운 불자나 일반인들을 위해 사찰에서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했다.

231m²(70평) 규모의 지장전은 앉아서 절을 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서서 제사 잔을 올릴 수 있도록 공간을 함께 조정했다. 흥천사는 일상에 바쁜 현대인들이 부담 없이 제사를 모실 수 있도록 실비 정도만 받고 기제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제사공간과 대기실을 분리해 가족의 친목을 도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1289m²(390평) 규모의 지상 1층은 사찰종무소와 공양실이 들어선다. 현대적 조리시설을 갖춘 공양실은 300여 명이 동시에 공양할 수 있다. 공양시간 외에는 흥천사를 찾은 내방객들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다실로 활용할 계획이다.

1057m²(320평) 규모의 지상 2층은 무량수전을 비롯해 북 카페와 교양강좌 등이 진행될 다목적 공간이 배치된다. 409m²(124평) 규모의 무량수전은 초하루 및 일요법회, 문화공연 장소로 활용된다. 법당을 가르는 기둥이 없어 넓게 트인 무량수전은 1000여 명의 신도들이 법회를 진행이 가능한 만큼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종교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여기에 법당 내부에 의자를 배치해 다리가 불편한 신도들이 의자에 앉아 법회를 볼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또한 무량수전에는 설날과 추석 때마다 합동차례를 진행할 수 있는 영단을 갖췄다.

무량수전 밖으로는 297m²(90평) 규모의 북 카페가 들어서 여가시간을 이용해 독서와 차를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활용된다. 85m²(26평) 규모의 어린이·청소년 전용법당을 조성한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기존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운영하는 사찰은 적지 않지만 전용 공간을 마련해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신행활동을 독려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영·유아 아이들과 함께 법회를 찾은 신도들을 위해 무량수전 옆에 보육공간도 마련하는 등 세대에 맞는 맞춤형 신행공간을 위한 사찰 측의 남다른 배려가 돋보인다.
 

전법회관 약사전에 모실 지장보살좌상, 약사여래좌상, 아미타여래좌상(사진 왼쪽부터).
서울 흥천사 전법회관 약사전에 모실 지장보살좌상, 약사여래좌상, 아미타여래좌상(사진 왼쪽부터).

더불어 삶의 무게에 지치거나 병으로 고통 받는 불자들이 기도할 수 있는 약사전은 지상 3층에 조성된다. 89m²(27평) 규모로 전통한옥 양식으로 건립된 약사전은 24시간 기도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아픈 마음을 달래고, 새로운 원력을 세울 수 있는 흥천사의 희망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현재 삼각선원에 모셔져 있는 약사여래좌상, 지장보살좌상, 아미타여래좌상 등 약사여래삼존불을 이운해 모실 예정이다. 특히 왕실에서 조성한 약사여래좌상은 복장유물을 포함해 서울시 문화재자료 제74호로 지정된 성보인 만큼 코로나19 정국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심신의 위로를 전할 힐링도량으로 벌써부터 지역주민들의 기대가 높다.

이처럼 흥천사가 전법회관 불사 회향과 함께 화장실 개보수와 요사채 건립을 마무리하면 2012년부터 10여 년간 이어져 온 흥천사 1차 중창불사에 마침표를 찍는다. 그 동안 불사를 이끌어온 금곡스님의 계획대로라며 전체 불사에 70%를 마무리하게 되는 것이다.

2차 중창불사는 5년 내 회향이 목표다. 특히 전법회관은 흥천사가 왕실사찰로서의 옛 명성을 되찾는 일임과 동시에 현대 도심포교의 새 역사를 개척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럼에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세가 크게 위축됐고, 통합종단조계종이 출범한 이후에도 종단의 관리에서 벗어나면서 쇄락의 길을 걸어야 했던 흥천사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2011년부터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사찰 땅을 단 한 평도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신흥사 조실 무산스님의 뜻을 받들어 토지매각 없이 흥천사를 정상화에 나선 금곡스님은 그 동안 불사를 이끌며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금 없이 122억원(기채 100억원+사찰부담 22억원)으로 지어진 대작불사인 전법회관의 불사 과정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고난의 시간이었다.

“흥천사 불사를 위해 낸 은행 기채 중 38억 원을 이미 상환했고 현재 167억 원이 남았는데, 죽기 전까지 부채를 다 갚고 떠나는 것이 금생의 목표”라는 금곡스님은 ‘화주보살’을 자처하며 불사에 차질이 없도록 동분서주했다. 동시에 전법회관 불사 기간 동안 인부들에게 임금 외 보시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공을 들였다.

금곡스님은 “흥천사 전법회관은 앞으로 지역주민들이 다양한 문화강좌를 통해 불교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기도와 발원으로 고된 삶의 무게를 털어내고 새로운 희망을 키우는 공간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흥천사 불사도감 금곡스님
서울 흥천사 불사도감 금곡스님

인터뷰 흥천사 불사도감 금곡스님

“무산스님 유지 계승한 불사 큰 보람”

“신흥사 조실 무산스님께서는 생전에 ‘주민들, 이웃들을 먼저 살펴라. 그분들이 부처님이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때문에 그 유지를 받들어 스님과 불자들만을 위해 도량을 넓히고 가꾸는 불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 아래 흥천사에서 중창불사를 이끌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동안의 노고가 결실을 맺어가고 있어 불사도감으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2011년 10월 서울 흥천사 주지로 부임한 이래 10년에 걸친 중창불사로 쇄락한 사찰을 일신한 흥천사 불사도감 금곡스님<사진>의 소회가 남다르다.

금곡스님은 삼각선원 개원을 시작으로 중심 전각인 대방과 극락보전을 옛 모습으로 복원하고 어린이집을 개원해 주민들을 위한 복지에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 매년 노인잔치, 나눔행사를 진행하며 부처님 자비나눔을 실천하는데 앞장섰다.

그리고 ‘지역민과 함께하는 도량’의 실천으로 현대적 불사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한 금곡스님은 3년여에 걸쳐 진행한 전법회관은 기도와 수행, 복지와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사부대중 앞에 최근 그 위용을 드러냈다. 불자는 물론 일반인들의 편의성의 초점을 맞춘 전법회관은 내부는 물론 외부에 소나무 150그루를 심고 곳곳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내방객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금곡스님은 “그 동안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이것이 ’지역주민을 섬기고, 지역주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는 무산스님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며 “앞으로 현대와 전통이 어울리는 아름다운 도량, 자연과 함께하는 문화도량, 종교를 초월해 함께하고 싶은 차별 없는 도량, 누구나 오면 말 그대로 흥하는 도량을 만들기 위해 애써주신 주지 정관스님에게도 감사를 전하며, 항상 낮은 자세로 꿈이 이뤄지는 흥천사 도량을 만들겠다”는 원력을 전했다.
 

서울 흥천사 삼각선원 전경.
서울 흥천사 삼각선원 전경.

흥천사 삼각선원

24시간 정진하는 ‘수행도량’으로 일신

왕실사찰로서의 옛 명성을 회복하고 서울 강북지역을 대표하는 포교중심도량으로 만들겠다는 흥천사 불사도감 금곡스님의 발원은 10년 중창불사계획으로 이어졌다. 먼저 “사찰에는 수행정진하는 대중이 많아야 한다”는 신흥사 조실 무산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2013년 흥천사 경내 폐가를 정리해 그곳에 ‘삼각선원(三角禪院)’을 건립해 수행도량으로 일신했다.

도량정비 2년 만에 선보인 삼각선원은 대지 495m²(150평), 건평 214m²(65평) 전통한옥 두 채 건물로 조성됐다. 한자 현판은 이근배 시조시인, 한글 현판은 ‘손잡고오르는집’이라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썼다.

2013년 9월14일 열린 현판식에는 무산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향적스님, 교육원장 현응스님, 포교원장 지원스님 등 중진 스님들과 양승태 대법원장, 이수성 전 국무총리, 강천석 조선일보 고문, 김남조 시인,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희옥 동국대 총장, 이재오·주호영·유승희 국회의원 등 종단 내외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흥천사의 높은 위상을 보여줬다.

당시 무산스님은 “죽을 일만 남은 늙은이가 깊은 산속에서 어영부영 살다가 갈 일이지 삼각산 밑에 새 선방을 지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가관이고 노망”이라며 “이왕 들어선 집이니 여러 사람이 번뇌를 떨어버리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남다른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올해 첫 방부를 들인 선원에는 현재 수좌 스님들이 정진을 이어가고 있다. 흥천사는 앞으로 현대적 감성을 살린 전법회관과 함께 전통 수행도량 면모를 갖춘 삼각선원을 통해 서울을 대표하는 명찰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금곡스님은 “백담사 기본선원, 무문관 신흥사 향성선원에 이어 흥천사에 선원을 개원한 무산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24시간 정진하는 수행도량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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