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동국사 · 불교신문 공동기획’
1936년 미국인 선교사 촬영한 ‘금산사 동영상’


당시 스님, 전각 모습 ‘생생’
김천식 박사 통해 입수 공개

근대자료를 다수 보관하고 있는 군산 동국사(주지 종걸스님, 시립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장)와 불교신문(사장 정호스님)이 지면과 인터넷을 통해 근대불교사료를 연속 보도한다. 불교신문은 앞으로 일제강점기 금산사 동영상을 비롯해 역사적 가치가 있는 사진과 문서 등 군산 동국사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소개한다. 

1936년 미국인 선교사가 촬영한 동영상에 등장하는 금산사 대적광전과 육각다층탑.
1936년 미국인 선교사가 촬영한 동영상에 등장하는 금산사 미륵전과 육각다층탑.

84년 전인 1936년. 한국, 중국, 일본을 방문한 미국인 선교사가 촬영한 김제 금산사 동영상이 공개됐다. 일제강점기 금산사를 촬영한 흑백사진은 앞서 여러 차례 선보인 적이 있지만 동영상은 처음이다.

이 동영상은 군산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이 기독교사(史)를 연구하는 김천식 박사를 통해 입수한 것이다. 미국 남장로교회연합회가 1936년 늦봄과 1946년 겨울 촬영한 흑백영상이다. 일제강점기 금산사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쉽게도 소리는 담기지 않았다.

지금과 다름없는 금산사 미륵전이 장엄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미국인 선교사와 더불어 장삼을 갖춰 입은 2명의 스님도 만날 수 있다. 스님들은 5층 석탑(보물 제25호)에서 선교사들과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금산사 스님 2명이 5층석탑 앞에서 미국인 선교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일제강점기 금산사 스님 2명이 5층석탑 앞에서 미국인 선교사들과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특히 금산사 영상에는 보물 제27호 육각다층탑의 원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933년에 나온 <조선고적도보>에 등장하는 모습과 일치하지만 지금과는 차이가 있다. 영상에서 확인된 육각다층탑의 원래 모습은 기단 바로 위의 앙련(仰蓮, 연꽃 모양 무늬)이 분리되어 있다.

두 장의 앙련 사이 가운데는 작은 육각형 몸돌이 탑 전체를 지탱하고 있다. 영상을 입수해 분석한 군산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은 “지금은 대적광전 옆으로 이전한 육각다층탑이 중대가 멸실된 상태”라면서 “영상을 통해 원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 65분 분량의 영상에서 금산사는 2분 내외로 등장한다. 나머지는 전주 시내를 비롯해 교회, 병원 그리고 서울창경원과 중국 상하이, 일본 나고야 등의 모습이 들어있다. 또한 종걸스님은 “김제 태흥리에 본부를 두었던 증산교 계열의 신종교인 조철제(趙哲濟)가 세운 무극대도교(無極大道敎) 본당인 도솔천궁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민족종교 연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군산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이 ‘시립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에서 금강산 지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군산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이 ‘시립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에서 금강산 지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군산 동국사는 현존하는 국내유일의 일본식 사찰로 한일강제병합 1년 전인 1909년 일본승려 우찌다붓깐(內田佛觀)이 창건한 금강선사(錦江禪寺)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45년 해방 후 정부가 관리하다 1955년 전북종무원이 인수했다.

1970년 남곡(南谷)스님이 동국사로 사찰명을 바꾸었다. 동국은 ‘해동대한민국(海東大韓民國)’의 줄인 것으로 ‘우리의 절’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동국사 대웅전은 2003년 7월 등록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됐다.

일제강점기 등 근대자료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주지 종걸스님은 동국사 인근에 있는 ‘시립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의 관장을 맡고 있다. 종걸스님은 “인권과 평화, 화합의 장이며, 과거 일제의 수탈사를 바로 익혀 미래의 대한민국 역사를 창조하는 기억창고”라면서 “아픔의 기억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연구·전시와 교육을 통해 이를 증명하여 미래를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군산=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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