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를 그리려거든 스스로 달마가 되어야 한다”

선불교 전설적 도인
달마도 최신작 378점
직접 중국까지 찾아가
대선사의 행적 탐구
9월28일~10월31일
수덕사 선미술관 전시

중국에 조사선(祖師禪)을 전래한 선종의 초조(初祖) 보리달마. 특이한 외모와 비범한 발자취로 인해 불교사뿐만 아니라 미술사에도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예로부터 한국의 스님과 화가들은 달마도를 응시하면서 자신의 깨달음을 피워내고 예술혼을 벼렸다. 구도열은 오늘날에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선묵화 위원장을 지내는 등 수묵화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 담원 김창배 화백이 달마대사의 다양한 표정과 행적을 담은 <달마도첩(達磨圖帖)>을 출간했다. 928일부터 1031일까지 수덕사 선미술관에서 특별초대전을 갖는다.

<달마도첩>에는 저자인 담원 김창배 박사의 달마 최신작 378여점을 비롯해 작가의 스승 금추 이남호의 달마도 25점 그리고 달마도의 대표적 명인 김명국, 불화의 대가 만봉스님, 단원 김홍도의 작품이 실렸다. 일본 중국 등 각 나라 박물관에 소장된 희귀한 달마도 40점을 음미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됐다. 이밖에도 다양한 소재를 담박한 필체로 그려낸 선묵화와 문인화를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다. 그림에 삽입된 여러 시편(詩篇)도 읽는 맛이 난다.

작가의 그림은 단순히 머리와 손이 아니라 발과 땀을 만들어낸 것이란 점에서 더욱 값지다. 김창배 화백은 2005년 달마대사의 전법행(傳法行)을 본받기 위해 중국순례에 나섰다. 인도를 떠난 달마가 바닷길로 중국 땅에 처음 발 디딘 광저우의 광효사를 시작으로 국은사, 대감사, 남화선사 그리고 중경을 거쳐 오조사, 시조사, 삼조사까지 여정을 이어갔다.

양쯔강을 건너 이조암, 달마가 주석했던 소림사와 숭산까지 직접 찾아갔다. 30여 일간의 여행은 작가에게 뜻 깊은 선풍(禪風)의 수확을 안겼다. 김 화백은 달마대사를 조금이라도 닮고 싶어서 떠난 길이었다달마대사를 그리려거든 본인 스스로 달마가 되어야 한다고 달마도 작가로서의 원력과 긍지를 드러냈다.
 

달마도는 우리나라 미술사에서 전통적인 장르로 자리했다. 조상들은 선()의 진수를 보여주는 달마도를 관람하거나 직접 그리면서 세상의 이치와 삶의 길을 묻고 찾았다. 작가 역시 자신을 꾸준히 성찰하기 위해 달마도를 매개로 열심히 정진하고 있다.

선에 대한 깊은 안목을 지닌 수행자만이 진정한 선묵화를 그릴 수 있습니다. 달마도는 기교가 아니라 진실한 마음으로 그리는 것입니다. 일반인들도 그리려고 주변을 정화하고 마음가짐을 청결히 한 다음 붓을 들다 보면 어느새 수행력이 빛을 발해 달마도의 높은 경지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지요. 고요하고 숭고한 가운데 유익한 정서가 작용하여 명상의 조건을 갖추는 것. 실제로 느껴봐야만 알 수 있는 오묘한 상태인데, 이것이 바로 선의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선심(禪心)과 작품이 절묘하게 융복합화되는 것. 이것이 올바른 선화(禪畵)의 탄생이라는 지론이다.

담원 김창배 화백은 지금까지 60여회의 개인전을 연 중견작가다. 2008년 중국의 전각 부문 거장 치바이스기념관에서 한국인 최초로 개인 전시회를 선보이며 대륙에서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밖에 폴란드국립박물관 개인전 등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대한민국 100대 화가에 선정된 바 있으며 제10회 한국미술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장 및 운영위원, ()한국미술협회 선묵화 위원장, 2018 평창동계 올림픽 기념 세계미술축전 조직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을 위시해 차()그림도 중점 연구했다. 2017년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선묵화 화가로는 최초로 박사학위(박사학위 논문: 금명보정 선사의 선 사상과 차시(茶詩) 에 관한 연구)를 받았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선묵화 분과를 신설하는데 이바지하기도 했다. 그림뿐만 아니라 글로도 자신의 전공을 왕성하고 표현해내고 있다. <한국의 달마>,<세상의모든 달마><차한잔의 풍경> ,<차 한잔의 인연>, <다묵화첩>, <한병 솔 잎 한 줌> 26권의 저서가 있다.
 

김창배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가 400여 점의 달마도를 수록한 ‘달마도첩’을 출간했다.
김창배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가 400여 점의 달마도를 수록한 ‘달마도첩’을 출간했다.

김 화백은 특별초대전을 통해 달마대사의 구도정신을 선양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탐욕을 눕히고 털고 비우는 일들을 반복하면서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순리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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