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을 조사한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은 8월11일 “법인 및 시설 운영에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전문가를 포함한 시민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관 40여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회계 행정 역사 인권 4개 분야에 걸쳐 감사를 펼친 결과 기부금품모집에 관한법률 위반, 이사회 파행적 운영, 후원금 비축, 법인과 시설 운영 불구분, 할머니들에 대한 정서적 학대 및 방임 정황, 역사 기록물 방치 등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 종단 스님들로 구성된 법인 이사회를 나눔의 집에서 강제로 내몰아 분리하라는 뜻이다. 조사단의 결과를 그대로 인정한다 해도 이들이 주장하는 정상화 조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문제가 있다면 책임자를 사법기관에 고발하는 것이 행정당국의 일반적 수순이다.

그동안 수없이 불거졌던 학교법인이나 민간 재단이 모두 그와 같은 절차를 거쳤다. 사법당국의 기소와 재판을 거쳐 최종 법률 위반이 확인되면 그제서야 행정당국이 움직인다. 그런데 이른바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포함된 조사단은 사법당국, 사법부, 정부가 하는 일을 건너 뛰고 법 위에 군림하는 월권을 자행했다. 

조사단의 결론이 나눔의 집 운영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일부 직원과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간조사단과 동일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들은 줄 곧 불교계와 나눔의 집 분리를 해결책으로 제시했었다. 경기도의 민관합동조사단도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처음부터 결론을 내려놓고 짜맞추기 명분 쌓기 식으로 진행됐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같은 의심을 우려했다면 편향성이 문제가 됐던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은 배제하고 중립성향의 조사단을 구성했어야 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에 의하면 나눔의 집에서 근무했던 일부 직원들과 같은 주장을 펼치는 조사단이 다수인데다 나눔의 집에 유리한 내용이나 증언은 배제하는 등 대놓고 편파성을 드러냈다고 한다. 

우리는 경기도가 시민단체를 끌어들여 구색맞추기식으로 조사단을 꾸려 이들의 입맞에 맞는 결론을 도출한 것은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가 곤란한 지경에 처했을 때 나눔의 집 운영 문제가 터져 나오고 뒤이어 일부 언론의 편향 보도, 진보성향의 시민단체 조사 등이 이어졌다. 그리고 정의연대와 윤 의원 이야기는 들어가고 그 자리를 나눔의 집이 대신했다.

일부 운영상 문제 외에 불법성은 없다던 경기도가 이재명 지사의 대법 파기 환송으로 대권도전이 가능해진 뒤 진보단체와 같은 주장으로 돌아선 점도 정치적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차기 대선 경쟁에서 민주당과 진보단체의 지지가 절실한 이 지사가 정치적 선택을 했다는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이번 민관합동조사단 결정을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입맞에 맞는 성향의 인사들로 형식적 조사단을 꾸려 짜맞추기 식으로 내린 결정을 가지고 스님들이 쌈짓돈을 모아 만들어 30년 간 헌신해 온 나눔의 집을 불교계와 분리하려는 시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불교신문3605호/2020년8월12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