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0일 혜광당 종산대종사 49재를 맞아 전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 법산스님이 본지에 추모사를 보내왔다.

법산스님
법산스님

慧日皎潔萬里光(혜일교결만리광)
法香無窮超三世(법향무궁초삼세)
宗通擊碎鐵圍山(종통격쇄철위산)
威音未生巍堂堂(위음미생외당당)

지혜의 광명 만리에 교결하고
법의 향기 무궁하여 삼세를 뛰어넘네.
종지를 관통하여 철위산을 격쇄하니
위음왕 나기 전에 이미 뚜렷하였도다.

혜광당 종산대종사님!
이렇게 오셨다가 이렇게 가셨습니까?
종적 없이 오셨다가 흔적 없이 가셨네요.

혜광대종사님 입적하시기 5일전 보살사 직지선원에서 통도사 전 방장 원명대종사와 함께 친견한 것이 생전의 마지막 작별인사였습니다. 매년 두세 차래 종산대종사님을 찾아뵈올 때 마다 의관을 정제하시고 친절하면서도 서릿발 같은 날카로운 모습은 평생 계율을 수지하며, 오롯이 선정을 닦아 온 평상심의 위엄이셨습니다.

스승이셨던 화엄사 도광큰스님처럼 통도사 극락암 호국선원에서 경봉큰스님 회상에서 입승을 보시며 정진한 인연으로, 저희들을 사제로 부르며 반갑게 맞아 주시면서 말씀은 틈 없이 정갈하게 수행담으로 일관하시던 스님의 모습은 참으로 존경스러웠습니다.

혜광대종사께서는 오로지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 본래 면목‘을 격파하는 화두만을 참구하며 선정의 고삐를 다잡아 반야의 지혜를 추구함에 계율을 철저히 지키시며 수행자의 본분사를 강조하셨습니다.

“나는 한평생 나보다 못한 사람을 찾아볼 수 있기를 원했지만 아직까지 그런 사람을 찾지 못했을 뿐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사람조차 만나지 못했습니다. 모든 사람을 존경합니다.” 

“수행자는 계율을 머리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먼저 내 허물을 보고 참회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합니다.”(불교신문)

이 금과옥조 같은 가르침은 종단의 현실과 미래에 우리 종도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수행 규칙입니다. 아무리 참선을 잘해서 선정과 지혜를 추구한다고 하나, 계율이 없는 선정은 혼침과 산란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고 설사 뭔가 잡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마른 지혜일뿐이지요.

혜광대종사께서는 <육조단경>의 정혜등지의 수행법을 한 치도 어김없이 수행하시고 보조지눌과 태고보우의 간화선 수행을 철저히 이행하신 근세의 모범수좌이십니다. 또한 최고의결 기관의 수장인 원로의장을 두 번이나 역임하시며 보여주신 무소유와 부편부당의 청백가풍은 불교도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교육적 기본자세로 본받아야할 가르침입니다.

혜광대종사님의 지혜광명은 천만리 온 법계에 충만하여 언설이 없는 무설설(無說說)의 법향으로 시공을 넘어 수행의 지남(指南)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화두를 투과하여 체득한 불조(佛祖)의 종지는 위풍당당하고 탕탕무애한 무한경계로 사료되어 소납도 대종사님의 행리를 따를 것을 서원합니다.

혜광당 종산대종사님 부디 한정처에 오래 머물지 마시고 속히 사바로 오시어 아직도 어리석게 고해에서 괴로워하는 생명들을 인도하여 주시기를 감언드립니다. 

오뉴월 염천 서릿발 날리고
가야 동천 새벽별 반짝
오롯한 수미산 흔적 없이 사라지고
나무 기둥에 하얀 연꽃 피었네.

불기 2564년 8월10일

영축총림 통도사 사문 법산 돈수 삼배

[불교신문3605호/2020년8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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