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K리그 신인왕…“이제 불자선수 양성하며 佛恩 갚겠습니다"
왕년의 K리그 신인왕…“이제 불자선수 양성하며 佛恩 갚겠습니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0.08.12 14:21
  • 호수 3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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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정 의정부 광동고등학교 축구부 감독

한국축구 빛낼 유망주로 꼽혀
이영표 김남일 제치고 신인상

무릎부상으로 일찍 현역 은퇴
광동고 축구감독으로 새 삶

이사장 일면스님 전폭적 지원
"3년 내 전국대회 우승할 것"

뛰어난 왼발의 소유자, 한국 프로축구 K-리그 신인왕 출신. 그리고 한국축구를 빛낼 유망주. 2000년대 축구선수 양현정을 부르던 수식어였다. 하지만 뜻하지 않던 부상으로 축구팬과 대중들의 머릿속에선 너무도 빨리 잊혀졌다.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힘든 시기에 그를 다시 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불교였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넘어 이제 미래 한국축구를 이끌 불자 선수 양성에 구슬땀을 쏟고 있는 양현정 의정부 광동고 축구부 감독을 724일 만났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넘어 미래 한국축구를 이끌 불자선수 양성에 구슬땀을 쏟고 있는 양현정 의정부 광동고 축구부 감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넘어 미래 한국축구를 이끌 불자선수 양성에 구슬땀을 쏟고 있는 양현정 의정부 광동고 축구부 감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어렸을 적부터 공을 차는 게 즐거웠던 소년. 차근차근 실력을 인정받으며 성장했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청소년과 올림픽 대표 그리고 국가대표로 뛰었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셈이다. 2000K-리그 프로축구단 전북현대 팀에 입단한 그는 뛰어난 실력으로 첫해부터 주전으로 뛰며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 해에만 67도움을 올렸고 팀의 창단 첫 트로피인 FA컵 우승에도 큰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당시 이영표, 김남일, 이관우 등 스타 선수들을 제치고 당당히 신인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만개했던 그의 축구 인생 꽃은 일찍 져버렸다. 축구선수로는 치명적인 십자인대 무릎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다시 재기하려 노력했지만, 한번 망가진 무릎은 계속 속을 썩였다. 결국 베트남 리그를 비롯해 몇몇 프로팀을 전전하다 조용히 선수 생활을 마쳤다. 이후 국내외 유소년 등을 지도하며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던 그에게 불교는 우연히 다가왔다.

바로 불교 종립학교인 의정부 광동고등학교 축구부 감독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스포츠 포교에 남다른 관심을 쏟고 있는 광동학원 이사장 일면스님(조계종 원로의원)의 원력으로 광동고에 축구부가 창단하게 됐고, 알고 지내던 지인이 이를 제안한 것이다. 이때부터 양 감독의 인생도 달라졌다.

사실 이전까지 종교가 없이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종립학교인 광동고 축구부를 맡게 되면서 불교에 대해서 알게 됐죠. 부처님께 정성스런 마음으로 참배를 하고 스님들의 법문도 듣고 불교 교리에 대해서도 배우고 참선 등 신행 생활 등을 해봤습니다. 불교를 알게 된 후 제 자신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선수 생활 시절 저를 많이 괴롭혔던 심리적인 부분도 부처님의 가피로 지금은 건강해졌습니다.”

특히 양 감독은 일면스님이 이사장 소임을 맡고 있는 불교계 유일의 장기기증희망등록단체 생명나눔실천본부의 홍보위원으로도 활동하며 불교계 발전을 위해 활약 중이다.
 

의정부 광동고등학교 축구부 창단식 당시 모습. 광동고 축구부는 스포츠 포교에 관심을 갖고 있던 광동학원 이사장 일면스님(사진 가운데)의 원력으로 창단됐다.
의정부 광동고등학교 축구부 창단식 당시 모습. 광동고 축구부는 스포츠 포교에 관심을 갖고 있던 광동학원 이사장 일면스님(사진 가운데)의 원력으로 창단됐다.

양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의정부 광동고등학교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창단한 지 3년이 채 안 됐지만, 2번의 주말리그 준우승, 전국대회 8강 등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엔 국내 200여 개 고등학교 축구팀 중에서 32개 팀만 참가할 수 있는 왕중왕전에 진출해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소속 선수들의 대학 축구팀 진학과 프로축구팀 및 해외 진출 등도 활발하다.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러자 양 감독은 이사장 일면스님과 교장교감 선생님, 그리고 학교 관계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가능한 일이라며 대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양 감독은 경기 중에도 특별히 선수들을 질책하거나 지시하지 않는다. 선수들을 믿고 활용하며, 선수들도 알아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선수들에게 입이 아프도록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인성불교적인 소양이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인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아울러 종립학교의 학생으로서 기본적인 불교에 대한 소양을 갖출 것을 당부한다고 한다.

축구단 창단에 가장 큰 원력을 쏟은 이사장 일면스님께서 선수들이 훈련할 때 자주 격려 방문해주십니다. 그럴 때마다 선수들에게 중요한 순간에 욕심을 내지 말고 마음을 비울 것’ ‘어려운 상황일수록 동요하지 말고 평상심을 유지할 것’ ‘단체 경기이기 때문에 나보단 남을 위해 이타적으로 플레이 할 것등을 강조하시죠. 이와 같은 스님의 말씀을 선수들도 잘 이해했는지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3년 이내에 전국대회 우승을 해낼 것을 다짐했다.

양현정 감독의 현역 선수 시절 모습. 그는 뛰어난 실력으로 첫해부터 프로 축구팀 주전으로 뛰며 당당히 신인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양현정 감독의 현역 선수 시절 모습. 그는 뛰어난 실력으로 프로축구팀 입단 첫해부터 주전으로 뛰며 당당히 신인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양 감독은 불자로서 꿈꾸고 있는 서원을 밝히기도 했다. 바로 불교계 프로축구팀을 이끌고 싶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이전에 이웃 종교계에선 프로축구팀을 운영한 사례가 있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불교를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상황이다.

저도 프로 선수로 또한 유소년 팀 감독으로 살면서 스포츠 포교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원력이 모여 조계종의 이름을 달고 만든 프로축구팀이 만들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포교가 되지 않을까요. 물론 그 팀의 지휘봉도 꼭 잡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지금 제가 있는 광동고에서 불교적 소양이 깊은 선수들로 육성해 후에 불자 선수로 활약할 수 있도록 밑바탕이 되겠습니다. 이제야 깨달은 부처님의 가피, 꼭 회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양주=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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