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길어지는
코로나 정국에서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자 찾아갈 곳은 어디인가
바른 법이 있고
바른 수행이 있으며 평화로운 곳
거기에 안전에 대한 신뢰까지 있는
사찰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용스님
지용스님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은 다시 재현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동시에 부지런히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생존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되는 중에서도 4가지 공식을 제시한 <김미경의 리부트>라는 책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내용을 간단히 보면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이 온라인을 통해 잘 연결이 돼야 하며(on-tect), 그러기 위해서 디지털 기술이나 기기들을 잘 이해하고 충분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digital transformation), 그런 기반을 통해 자유롭고 독립적인 일꾼(indipendent worker)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들을 기반으로 포교의 현장과 방법을 혁신하는 모습은 이미 여기저기에서 발견되고 있다. 다행히도 사찰이나 스님들이 디지털 현실과 가장 동떨어져 있다는 오해는 피할 수 있는 정도이지 않을까 한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마지막에 제시된 안전에 대한 신뢰도(safety)이다. 이제 사업은 물론이고 어떠한 활동이 됐든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는 분야에서는 안전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 된다는 말이다. 불특정 다수가 집결해 업무를 협의하는 초거대 빌딩이나 인구밀도가 높은 주거시설은 이제 위험할 수 있는 환경으로 분류된다. 좁은 곳에서 사람이 밀집되는 공연장이나 업소 등은 말할 것도 없다. 비교적 영세하지만 많은 인구를 모으는 영세 교회들이 코로나의 피해를 크게 입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찰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지혜롭고 적절한 대비를 통해 많은 국민들의 찬사와 신뢰를 받아왔다. 사찰이라고 신도가 방문하지 않아도 타격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깊은 충격을 감수하면서도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한발 물러서고 엄중하게 판단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소금물로 소독하면 아무 문제없다는 거짓말로라도 신자를 모으던 교회만 사정이 절박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힘들고 절박함 속에서도 대중을 속이지 않고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좀 더 강한 것뿐이다. 

그 이후로 많은 법회와 신행이 온라인으로 전환됐고 덕분에 불모지였던 온라인 환경에서의 불교신행도 급속도로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무리 온라인 불교가 활성화된 세계에서도 사찰은 여전히 불자들이 직접 방문하고 체험해야 하는 곳이다. 격렬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간동안 잠시 거리를 두었지만 머지않아 불자들을 포함해 고통을 극복하려는 모든 이들의 의지처가 되어야 할 곳은 결국 사찰이 아닌가.

주지했듯이 이제 사람들이 주거나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 중에 첫 번째는 안전이 될 것이다. 쇼핑과 여가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곳도 안전이 가장 중요해진다. 여행을 가기 위해 선택하는 지역, 교통수단, 숙소와 음식점 등 어느 것 하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결정할 것이 없다.

더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방문해야 하는 장소 중에 종교시설은 없다. 사찰은 생존을 위한 필수 방문지가 아니며 오히려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안식처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사찰의 안전에 대한 감수성과 신뢰도는 필수적이다.

너무나 길어지는 코로나 정국으로 모두들 피로가 가득하다. 이들이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자 찾아갈 곳은 어디인가. 바른 법이 있고 바른 수행이 있으며 평화로운 곳. 거기에 안전에 대한 신뢰까지 있는 사찰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불교신문3604호/2020년8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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