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념스님
법념스님

선방 대중스님들이 15명이다. 아침에 각자 가져가라고 책 15권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낮에 가보니 어인 일인지 8권이 그대로 남아있다. 7명만 책을 갖고 간 셈이다. 요즘 출간된 <영원한 행복>이란 선지식 스님의 법어집이다. 읽어보고 너무 좋아 모처럼 법공양을 시켰건만…. 맥이 탁 풀렸다. 

언제부턴가 책을 잘 안 읽어 출판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직접 체험해보니 앞일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요즘 젊은이들은 직접적이고 감각적이며 시각적인 것들만 좋아하는 성향이 점점 짙어져 가기 때문인 성싶다. 그래선지 책을 점점 멀리 하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게다가 읽기 쉬운 책은 환영 받고 좋은 책이 외면 받고 있는 듯해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양서를 읽어 마음에 여유를 갖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으련만.

영국 격언 중에 ‘책은 펴보지 않으면 나무 조각이나 다름없다’라는 말이 있다. 정말 그렇다. 서가에 꽂혀 있는 책 중에 아직 안 읽은 책이 상당수 있어 가슴이 뜨끔하다. 어느 책 소장가가 ‘지금은 안 읽어도 언젠가는 읽게 되니까 좋은 책은 일단 사놓아야 한다’라는 말에 힘입어 사논 책들이다. 시간이 내어 읽으리라 다짐해본다.

조선시대에는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내외법’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 그런 시대는 벌써 지나갔건만 요사이 ‘책을 내외하는 법’이 새로 생겨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다른 것도 아닌 책이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옛사람은 ‘책이 없는 궁전에 사는 것보다 책이 있는 마구간에 사는 것이 낫다’고 했거늘. 한심스런 일이 아닌가싶다.

근간에 <종이 칼>이란 산문집을 내놓고 독자들이 읽어주기를 바라는 나로서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읽어서 마음에 서책의 향이 남기를 바라고 쓴 글이건만…. 종이에 쓰인 글씨가 알알이 마음의 양식이 되어 가슴을 그득 채워주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는 명언을 굳게 믿고 있기에. 

마음에 남는 좋은 책을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싶다. 더불어 <종이 칼>을 읽는 독자가 많이 늘어나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드려본다. 

[불교신문3604호/2020년8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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