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든 비난하는 사람 있어
자존감 높이는 방법 찾는다면
상처 안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받더라도 던져버릴 힘 길러야

강산
강산

기자 : 마지막 윤리 항목은 소통과 관계입니다. 소통할 때 유의할 점들 등….

강산 : 저는 인터넷상 유저와 유저 사이에는 불투명한 막이 있다고 봐요. 어떤 유저에게는 백 장이 있고 가까운 유저에게는 한 장이 있고…. 친구로 예를 들면 저는 그 친구의 이미지나 성격을 알고 있잖아요. 그 친구에게는 불투명한 막이 하나가 있다면 잘 모르는 사람은 그게 백 장이 있는 거죠. 제가 지금 기자님과 말을 할 때면 생각을 한 번 더 하고 말하는데 메신저를 할 때면 내가 보낸 말에 후회할 때가 있거든요. 막이 많이 쌓여 이미지가 안 보이듯이, 그런 것처럼 불투명한 막을 없애야 할 것 같아요. 저 사람이 어렴풋하게 보일수록 더욱 조심하고….

며칠 전 경희대학교 불교동아리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다. 불교계에서 유튜브와 인스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소위 인플루언서에게 인터넷 윤리에 대한 불교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선 나는 두 가지 기쁜 마음이 들었다. 불교계에서 ‘아이고절런’ 강산에 대한 영향력이 불교동아리에도 끼치고 있구나, 두 번째는 불교동아리에서 참 재미난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구나…. 이 두 가지 기쁜 마음으로 인하여 인터뷰를 바로 응하였다. 그 기쁜 마음도 잠시 인터뷰를 응하고 나에 대한 질문이 생겼다.

‘나는 인터넷상에서 윤리적인 사람인가?’ ‘윤리가 뭘까?’ 그런 질문은 질문을 낳을 뿐이었다. 그냥 인터뷰를 진행하며 나도 답을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인터뷰 당일 인터넷 윤리 6가지에 대한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인터넷상의 나의 정체성, 디지털 웰빙, 정보 판별, 권리와 책임, 참여, 소통과 관계. 역시나 생소한 단어들로 인하여 즉각적인 대답이 나오긴 힘들었지만 덕분에 나에 대한 질문을 하며 답을 찾아갔다.

여섯 번째 주제 소통과 관계에 대한 인터뷰 중에 나눈 얘기를 소개한다.

기자 : 자존감에 대한 방법론 책은 많은데 저는 와 닿지 않더라고요. 현실적으로 이 시대에서 사람들이 자존감을 키우는 게 가능한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가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 하고, 나에 대한 피드백이 휘몰아치는데 그런 상황에서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지?

강산 : 자존감을 키운다는 거에 저는 공감을 잘못하는 것 같아요. 대신 숙련이 되거나 굳은살이 생긴다고 해야 하나요? 저는 어릴 적부터 자존감이 높은 편이라 자존감이 낮은 친구들을 공감하려고 하지만 온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하거든요. 저는 자존감을 키운다는 게 일부러 굳은살을 만들어나가는 것 같아요. 분명히 누군가에게 비난받고 상처받는 건 똑같을 텐데. 모두가 그걸 해소하는 방법들을 배우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비난을 내 안에서 해소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소하고 담아두지 않는 게 인생 공부이지 않을까? 불교에서의 가르침, 뭐 그럴 것 같아요. 그걸 튕겨낼 수 있고 오래 가지고 있지 않고. 지금 이게 대답하기 쉽지 않네요.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 문제들입니다.

기자 : 얘기하면서 느껴지는 건데 자존감에 너무 얽매이기보다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서 집중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강산 : 불교에서도 그런 말을 많이 하니까. 자존감을 높이려면 비난과 상처를 안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받은 후 던져버리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속된 말로 ‘또라이’ 보존 법칙처럼 어딜 가든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있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불교에서 부처님이 말씀하신 연기사상에서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러한 연기사상을 인터넷과 융합하면 악플도 달기 힘들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모르고 댓글 달았는데 큰아버지 아들이라고 생각하면 미안하잖아요. 그런 연결점을 찾다 보면 악플도 없어지고 신중해지지 않을까요? 인터넷상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상황을 인지하였으면 좋겠어요.

[불교신문3604호/2020년8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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