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1육군병원 통도사 분원 인정 안하나?
정부, 31육군병원 통도사 분원 인정 안하나?
  • 이성수 기자
  • 승인 2020.08.10 14:20
  • 호수 3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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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확인 中”이란 의례적 답변
국가보훈처 “공식 자료 없다” 무성의

영축총림 통도사 “실체 증명 꾸준히 이어갈 것”
군사편찬연구소 “미군 자료 등 추가 조사 계획”
31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의 존재 사실 인지 등 불교신문의 질문에 대한 국방부의 회신 공문의 내용. 6가지 질문을 보냈지만 단 1가지만 답변했다.
31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의 존재 사실 인지 등 불교신문의 질문에 대한 국방부의 회신 공문의 내용. 6가지 질문을 보냈지만 단 1가지만 답변했다.

한국전쟁 당시 전선에서 부상당한 장병들을 치료하고 주검을 수습한 31육군병원(정양원) 통도사분원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군사편찬위원회와 통도사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호국 안보를 선양하고 계승해야 할 책무를 지닌 정부 기관인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등이 소극적인 자세를 나타내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7월24일 본지에 회신한 공문에서 “국내 자료 이외에 미국에서 수집한 자료를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특히 주한미군 군사고문단(KMAG)이 작성한 한국군 관련 보고서를 검토하여, 자료가 확인될 경우 양산 통도사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편찬연구소는 이 공문에서 “군에서 생산한 자료를 다방면으로 찾고 있지만 현재까지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방부와 육군에서 기존에 발간한 관련 책자들을 확인하였으나 31육군병원 분원에 관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31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의 존재 사실 인지 등 불교신문의 질문에 대한 국방부의 회신 공문의 첫 장.
31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의 존재 사실 인지 등 불교신문의 질문에 대한 국방부의 회신 공문의 첫 장.

또한 군사편찬연구소는 “31육군병원 분원이 양산 통도사에 설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현재 전쟁사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라면서 “관련 자료가 구체적으로 확인될 경우, 전쟁사 연구(특히 의무사 연구)에 중요한 기초자료로, 양산 통도사가 ‘호국사찰’로서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공문에 담았다.

본지는 지난 7월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외에도 국방부 대변인실과 국가보훈처 대변인(소통총괄팀)에 31육군병원(정양원) 통도사분원의 존재 사실을 알고 있는지 등을 질의를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국방부와 국가보훈처는 불교신문을 비롯해 KBS, YTN, jtbc, 동아일보, 국제신문 등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입장만 반복해 빈축을 사고 있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불교신문의 6가지 질의에 대해 단지 “31육군병원 분원의 설치와 운영 관련된 자료에 대해 현재 국방부군사편찬연구소에서 확인 중”이라는 군색한 답변만 공문에 담았다.
 

불교신문 질의에 대한 군사편찬연구소의 회신 공문. 연구소는 “국내외 자료와 미국에서 수집한 자료를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불교신문 질의에 대한 군사편찬연구소의 회신 공문. 연구소는 “국내외 자료와 미국에서 수집한 자료를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국방부 대변인실 공보과는 8월4일 통도사에 보낸 공문에서도 “6·25전쟁 기간 동안 양산 통도사가 제31육군병원의 분원이라는 것을 증거할 수 있는, 우리 군에서 생산한 관련 자료를 다방면으로 찾고 있으며, 미국에서 수집한 자료 또한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제31육군병원 분원에 관한 자료는 향후 국방부군사편찬연구소에서 추진하는 6·25전쟁사 연구에 참고하도록 하겠다”는 의례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국가보훈처는 31육군병원(정양원) 통도사 분원의 존재 사실을 인지하는지 등을 묻는 불교신문 질의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다만 ‘국가보훈시설(현충시설)’ 인정 및 절차에 대한 항목만 회신했다. 국가보훈처는 이 공문에서 “현충시설 지정 요청서를 작성해 통도사 소재 지역을 관할하는 울산보훈지청에 제출하여야 함”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울산보훈지청은 통도사의 문의에 “공식적인 관련 자료가 없으면 현충시설 신청할 수 없다”는 사무적인 입장만 전했을 뿐이다.

정부 기관의 미온적인 반응과 달리 한국전쟁 당시 31육군병원(정양원) 통도사분원의 존재를 확인하는 자료들은 이미 잇달아 나오고 있다. 1950년 8월 8사단 16연대 작전참모 보좌관으로 임명된 박규원 소위는 낙동강 영천지구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31육군병원 동래본원을 거쳐 통도사분원에서 치료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 등을 근거로 국방부는 2020년 3월 국방부는 고(故) 박규원 소위를 전사자로 인정했다. 69년간 전사자로 인정받지 못한 박 소위의 가족들의 진상 규명 요청을 받은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각종 군 기록을 확인하고 통도사 현지 답사 등 각종 자료를 제출하여 “전사자로 심사할 것을 국방부장관에게 요청한다"는 결정에 따른 것이다.
 

지난 6월25일 오마이뉴스 [69년 만에 '6.25 전사자' 인정, 전쟁이 만든 부부의 비극]이란 제목의 기사에 실린 사진. 고 박규원 소위의 가족들이 [6·25 한국전쟁 당시 통도사에 육군병원 있었다]는 기사가 실린 불교신문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출처=오마이뉴스
6월25일 오마이뉴스 [69년 만에 '6.25 전사자' 인정, 전쟁이 만든 부부의 비극]이란 제목의 기사에 실린 사진. 고 박규원 소위의 가족들이 [6·25 한국전쟁 당시 통도사에 육군병원 있었다]는 기사가 실린 불교신문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출처=오마이뉴스

또한 통도사는 이미 지난해(2019년) 9월 26일 용화전 미륵불소조좌상의 복장 유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1950년 6월 25일 사변후 국군 상이병(傷痍兵) 3000여 명이 입사(入寺)해 1952년 4월 12일에 퇴거했다”는 내용의 연기문을 발견해 31육군병원(정양원)의 통도사 분원 존재 사실을 증명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6월에는 한국전쟁 당시 육군병원 건물로 사용한 통도사 대광명전 벽면에 새겨진 부상병들의 다수의 낙서가 발견되고, 통도사 경내에 있던 보광중학교 졸업생들과 김진조 부산 김내과 원장이 증언이 공개되는 등 31육군병원 통도사 분위의 존재는 사실상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이 보도된 후 통도사는 기획국장 지범스님과 사회과장 정대스님 등이 육군병원 본원(동래)에 근무하다 통도사 분원을 방문한 박기수 씨를 비롯해 선친이 통도사 육군병원에 입원했던 고성록·고해록 씨, 해동중학교 재학시절 통도사를 방문해 육군병원을 실제 목격한 김용길 씨 등의 증언을 청취해 언론을 통해 공개하며 실체가 거듭 확인했다.
 

국가보훈처의 회신 공문. 국사보훈시설 지정에 대해 국가보훈처는 관련 법령에 따라 지정요청서를 작성해 울산보훈지청에 제출하면 된다고 했지만, 통도사 문의결과 울산보훈지청은 “공식적인 자료가 없어 불가하다”는 미온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국가보훈처의 회신 공문. 국사보훈시설 지정에 대해 국가보훈처는 관련 법령에 따라 지정요청서를 작성해 울산보훈지청에 제출하면 된다고 했지만, 통도사 문의결과 울산보훈지청은 “공식적인 자료가 없어 불가하다”는 미온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등은 정부의 기록을 발견할 수 없다는 미온적인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전쟁 등 혼란한 시기를 감안하면 정부나 군당국의 기록이 남아있기 힘들며, 나아가 관리 책임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통도사 사회과장 정대스님은 불교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나라를 지키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숨진 장병들이 치료를 받았던 31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의 실체를 증명하는 다양한 증언과 자료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현문스님)는 31육군병원(정양원) 분원의 존재 사실을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꾸준히 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나라를 위해 싸우다 다친 장병들이 머물렀던 31육군병원(정양원) 통도사 분원의 존재 사실을 정부가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인정하기를 바라는 여론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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