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없는 영상 삭제에 깊은 유감
제작영상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

영축총림 통도사는 천지TV가 7월 29일 ‘신앙의 노정 담은 천년고찰 통도사’ 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삭제하며 천지일보에 밝힌 입장문에 대해 강한 유감이라는 공식 입장문을 7월 31일 발표했다.

통도사는 “천지TV 이상면 대표의 개인적 소견을 담았다”는 문구를 달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사과 표명없이 영상을 삭제하면서 종교 갈등에 악용된다고 말한 것은 통도사가 지적한 계약과 내용 자체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종교 갈등의 이유를 불교계와 언론에 돌리는 처사라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통도사는 “본래 계약과 달리 오히려 통도사 또는 조계종 소유의 명칭, 이미지, 브랜드를 자신들의 교리를 소개하는데 활용함으로써 촬영목적은 물론, 그 내용과 범위를 위반했다”며 “촬영 전 기독교 교리와 비교해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고지 받은 바 없을 뿐만 아니라, 사전에 알았다면 통도사는 촬영 허락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천지일보 측의 유감에 대한 강한 유감”이라고 표했다.

천지TV가 관점과 해석의 차이라는 이유를 들어 논점을 흐리려는 의도에 대해, 당초 계약 사항에 명기된 촬영 취지에 크게 벗어나는 계약 위반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통도사는 “불교교리와 문화를 왜곡·폄훼하거나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 벌어질 경우, 이번 사건과 더불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면 천지TV 대표가 영축산에 올라 독수리 형상에 대한 의미를 훼손하는 내용의 촬영을 진행한 장면. 사진캡처=천지TV
이상면 천지TV 대표가 영축산에 올라 독수리 형상에 대한 의미를 훼손하는 내용의 촬영을 진행한 장면. 사진캡처=천지TV

다음은 통도사의 입장문 전문.

천지일보·천지TV의 ‘신앙의 노정’ 영상에 대한 통도사 입장문

2020년 2월 10일자로 통도사에 접수된 공문에서 ‘2020년 경자년 위 매체는 한국불교의 성지라 할 수 있는 통도사 탐방을 통해 오늘날 현대인들이 마음속에 새겨야 할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합니다.

이에 통도사 세계문화유산을 두루 취재하고자 합니다’라는 요청을 명시하였고, 이후에 체결된 ‘영화 및 방송 촬영 협조 계약서’ 제1조에서 ‘통도사에 담긴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드러내기 위함’으로 대상작품의 제작목적을 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거듭 신천지와의 관련성을 묻는 통도사의 질문에 이상면 대표의 개인적 종교성향일 뿐 천지일보 측과는 관련이 없다는 답변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7월16일 통도사 측에서 확인한 ‘신앙의 노정’이라는 촬영결과물을 보면 통도사에 담긴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드러내는 듯하면서, 본래 계약과 달리 오히려 통도사 또는 조계종 소유의 명칭, 이미지, 브랜드를 자신들의 교리를 소개하는데 활용함으로써 촬영목적은 물론, 그 내용과 범위를 위반하였습니다.

신천지이든 기독교의 다른 교파이든 상관없이 통도사 측은 본래 목적을 벗어난 이러한 위반사항에 대하여 ‘계약 위반사항 및 계약 해지 통지를 2020년 7월 21일 천지일보 측에 발송한 바 있습니다.

통도사의 계약위반 및 해지 통지에 대하여 천지일보 및 천지TV가 2020년 7월 29일 언론 및 공문을 통하여 밝힌 입장문을 보면, 통도사의 계약위반 주장에 대해 참으로 유감스럽다는 표현과 더불어, 이 영상이 ‘오히려 불교와 기독교의 소통과 이해를 돕는 도구가 되고 있다’면서 통도사에 담긴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드러내는데 있어 기독교 교리와의 ‘비교’ 또는 ‘병렬’ 방식의 유용성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독교 교리와 비교하여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고지 받은 바 없을 뿐만 아니라, 사전에 알았다면 통도사는 촬영허락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천지일보 측의 유감에 대한 강한 유감을 밝힙니다.

그 뿐만 아니라, 촬영영상의 도처에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며 기독교 중심의 교리를 설명하고 있는 점과 더불어, 특히 후반부 엔딩멘트 직전(28분 30초)의 표현을 보면,

“코로나라는 재앙을 통해서 하늘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느냐
너희 인간들아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헛된 모든 생각을 이제 버려라
네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지금 뭐하고 있는 것들이냐
이렇게 우리에게 질책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본향이 있는 거에요. 본향을 찾아 가야 돼.
귀소본능이라고 있지. 뭐든지 자기가 낳던 곳으로 가려고 하는 거예요.
거기가 어디냐. 우리를 창조하신 분이 계시는 곳이야.
그리로 오라고 손짓하는 거야. 지금 하늘은”

이라는 말을 덧붙이고 있는데, 바로 이어지는 나레이터의 엔딩멘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절을 다녀가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는 이는 적다’라든가 ‘하늘이 우리에게 이 시대를 만나서 알기를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표현을 모두 고려해 볼 때, 과연 이 영상이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이 ‘통도사에 담긴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는 촬영물을 제작함에 ‘부당한 방법’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고, 불교계나 통도사, 스님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지적재산권을 비롯한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촬영계약서 제6조 3항에 심각한 위배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의혹에 대하여 천지일보와 천지TV의 입장문 후반에서는, 해당 영상 하단 첫 댓글에 “이 영상은 천지TV 이상면 대표의 개인적 소견을 담았다”는 문구를 달아 두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천지일보와 천지TV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으며, 영상의 대부분이 이상면 대표의 설명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점에서 볼 때, 영상에 대한 촬영주체로서의 관리와 심의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통도사를 비롯한 불교계와 언론에서는 7월 30일 오전 천지일보·천지TV 측의 해당 영상삭제는 계약위반에 대한 책임과 더불어 종교평화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당연하고도 긍정적인 조치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사과표명 없이 “제작 의도와 달리 일각에서 본 영상을 종교 간 갈등을 부추기는 소재로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 삭제하기로 결정했다”는 영상 삭제의 이유는 촬영영상물 자체에 대한 계약상의 문제를 비롯한 내용상의 문제를 지적한 통도사의 입장을 무시하고 종교 갈등의 이유를 불교계와 언론에 돌리는 처사로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화합과 상생의 주춧돌이 되겠다는 천지일보의 사시(社示)를 존중하며, 앞으로 통도사는 불교계 및 불교언론과 함께 천지일보·천지TV의 제작영상에 대한 관심 있는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불교교리와 문화를 왜곡·폄훼하거나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 벌어질 경우, 이번 사건과 더불어 엄정 대응할 것을 밝히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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