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인도만행결사 예비순례 회향

3일간 날마다 30.5km 걷기 수행
120여명 장마 폭우에도 강행군
자기 수행과 한국불교 중흥 발원

상월선원 인도만행결사 공주예비순례에 동참한 대중들이 둑방길을 걷고 있다. 김형주 기자
7월30일 상월선원 인도만행결사 공주예비순례에 동참한 대중들이 둑방길을 걷고 있다.

3일간 날마다 30.5km를 걸으며 정진했던 상월선원 인도만행결사 예비순례가 7월30일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원만히 회향했다. 이번 순례에는 인도만행결사와 4박5일 예비순례 참가를 신청한 비구 스님 47명, 비구니 스님 11명, 우바새 12명, 우바이 6명 등 76명과 스태프와 취재진 31명, 1일 참가자 13명 등 120명이 함께 했다.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호계원장 무상스님을 비롯해 120여 명은 7월27일 입재식을 시작으로 7월28일부터 7월30일까지 3일간 하루 30여km를 걸으며 정진했다. 대중은 오전3시에 일어나 3시30분 새벽예불을 함께 하고 오전4시 연수원을 나섰다. 오전6시30분 주먹밥으로 아침 공양을 하고, 오전11시경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30.5km를 걷는 일정을 이어갔다.

비 예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첫날인 7월28일부터 강행군이 이어졌다. 오전4시 길을 나선 스님과 재가자들은 랜턴 하나에 의존해 길을 걸었다. 100여 명의 대중은 마곡사 주변과 유구읍까지 총 34km를 걸었다. 걷는 속도도 빨랐다. 시속 5km 전후로 걷다 보니, 오후2시가 채 되기 전에 예정된 순례를 마무리했다.

폭우도 순례길을 막지 못했다. 둘째 날인 7월29일에는 오전5시부터 비가 쏟아졌다. 우의를 입었음에도 퍼붓는 비를 채울 수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어도 멈춤은 없다. 비를 피해 천막 밑에서 주먹밥을 먹고, 도로 옆 주유소 처마 아래서 신발을 벗고 쉬며 물에 불은 발을 말리고, 흥건하게 젖은 양말을 비틀어 짰다. 수차례 쏟아지는 비로 물이 흥건한 신발을 신은 채 20km 이상을 걷고 나니 발가락과 발바닥 곳곳에 물집이 잡혀 고통스러워하는 스님과 재가자가 속출했다. 두 발에 밴드를 덕지덕지 붙이고도 스님과 재가불자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순례를 이어가는 상월선원 인도만행결사 예비순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순례를 이어가는 상월선원 인도만행결사 예비순례.

악천우 속에서 진행된 순례가 끝나자 통증을 호소하는 대중이 많았다. 동국대일산병원 의료진의 손이 바빠졌다. 김명숙 간호사는 물집과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스님과 재가자들을 일일이 치료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 날인 7월30일에도 순례 열기는 식지 않았다. 새벽부터 우비를 챙겨 나선 길은 순탄치 않았다. 도로는 지난밤 폭우로 흘러내린 토사로 덮였고, 부러진 나뭇가지로 어지러웠다. 도로 위로 흘러넘치는 물을 미처 피하지 못해 신발이 젖기 일쑤였다. 순례가 거듭될수록 피로가 누적되면서 쥐가 나거나 통증이 심해서 걷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대중도 나왔다. 그럼에도 대중은 30.5km 순례를 오후1시30분에 마무리했다.
 

예비순례를 마무리하고 상월선원 결사와 한국불교 중흥을 외치는 참가자들
예비순례를 마무리하고 상월선원 결사와 한국불교 중흥을 외치는 참가자들

3일간 정진을 마친 대중들은 다목적홀에 모여 자자 시간을 가졌다. 순례 대중은 한결같이 인도만행결사에 동참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며, 걸어서 부처님 성지를 순례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회주 자승스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소회를 말씀하는 호계원장 무상스님
소회를 말하는 호계원장 무상스님.

세속 나이로 가장 연장자인 호계원장 무상스님은 “인도 성지순례를 4~5번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자동차로 다녔다. 언젠가 한 번쯤은 부처님 발자취를 따라 길을 직접 걸으며 하는 것이 의미 있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며 “마침 인도만행결사 소식을 듣고 꼭 참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철이어서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만행결사 추진위 측에서 참가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고 사부대중 덕분에 무사히 예비순례도 마치게 됐다”며 “지금 한국불교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 순례하는 동안 불교에 큰 힘이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임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문화특보 현법스님은 “인도순례 바람이 있어 신청하고 만행을 통해 이고득락 해보자는 각오로, 21일 동안 매일 오전 2시간 동안 참회를 하고, 체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매일 15km가량 걸었다”며 “예비순례를 3일 동안 하면서, 기회를 준 회주 스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전 총무원 재무부장 유승스님은 “개인적으로 인도만행결사라는 서원을 금생에 성취하는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며 “한국불교 중흥불사의 씨앗을 심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앞으로 열심히 수행 잘하고 돌아오면 중흥불사에 자그마한 힘을 보탤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두 명의 상좌 스님들과 함께 도보순례에 참여해 눈길을 끈 고창 마하사 주지 정혜스님은 “조계종에서 큰 일을 하고 있는 스님과 비구니 스님, 신도들과 순례를 함께해 정말 영광이다. 이번에 여기 도착하기까지 굉장히 설레고 떨렸다”며 “호산스님에게 부탁해 스님들 사진도 받았는데 정진할 때마다 나로하여금 큰 환희심을 준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위해 제도해 주실 거라 믿는다”고 밝혔다. 또 “각계각층에서 불교를 위해 일하는 우바새 우바이들에게도 감사드리고, 앞으로 거기에 맞게 열심히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자자하는 대중들.
자자하는 대중들.

내원사 선원 금봉암에서 고령의 몸으로 참가해 총 90km 이상을 걷는 순례를 무사히 마무리한 비구니 지윤스님은 “50, 60대까지 산티아고를 걷고 여행도 다녔는데, 말이 30km지 이번처럼 힘든 것은 처음이다”며 “대중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했지만 다리가 따라 주질 않았다”고 토로했다. 지윤스님은 “고생한 만행결사 지원팀에게 감사드리고, 다음 순례가 이뤄졌을 때 완급 조절이 잘 이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재가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정충래 동국대 이사는 “한국불교 중흥에 역사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월선원 시즌2에 재가자들을 동참하게 해 주신 회주 스님께 감사드리고, 지난 3일 동안 몸 낮춰서 재가자들과 함께 길동무가 되어 주신 모든 스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조만간 반드시 다가올 인도만행결사에 마지막 회향법회에도 이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꿈과 희망을 갖고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선기 서강대 교수는 “회주 스님과 개인적 인연으로 뜻깊은 자리에 왔다. 새로운 불교중흥의 작은 실천이 이뤄지는 순간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회주 스님은 진통제를 드시면서 정진하는데, 아프다고 게으름 피워서 죄송했다. 인도만행결사도 꼭 성공해서 우리 자비심과 큰 덕이 대한민국과 세계에 영향을 갖도록 작은 힘이나마 노력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라원준 연운사 기획홍보주임은 “영화 ‘아홉스님’ 속 주인공을 이곳 예비순례에서 만나니 연예인을 보는 것 같았다”며 “좋은 분들과 좋은 시간 보내서 영광이었고, 제 인생에서 빛나는 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정진하고 또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숙 불자는 “걷는 데 1인자라고 생각했다. 산티아고, 안나푸르나, 차마고도를 다니며 걷는 데 자신있다고 생각해서 신청했는데 시멘트 길 30km를 걸으며 발가락이 정말 아팠다”며 “빗소리에 밤새 걱정했는데 폭우 속에 일념으로 생각할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상월선원 결사의 의미와 예비순례를 마친 소회를 밝히는 종회의장 범해스님.
상월선원 결사의 의미와 예비순례를 마친 소회를 밝히는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천막결사에 이어 인도만행결사까지 이어지는 상월선원의 발걸음이 한국불교를 중흥시킬 것이라고 발원했다.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은 “회주 스님은 불교 미래가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이 많은 것 같다. 구호보다 한 발짝 더 내딛는 모습을 택해 실천행을 하고 있다”며 “지난겨울 천막결사에서 극한의 정진을 했고 대중과 함께 제2의 상월선원 결사를 준비해 예비순례도 했는데, 실천하는 스님들의 모습이 대중에게 각인되고, 불교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이어 스님은 만행에 동참한 개인적인 소회도 밝혔다. 스님은 “첫날엔 몸이 힘들 땐 내 몸이 아니다란 생각으로 걸음을 걸었고, 3일째 되는 날은 무념무상으로 걸었다”며 “호계원장 스님 발뒤꿈치만 보고 걸었다. 육체적으로 단련해야겠다는 각오를 새겼다”고 했다.

위례 천막결사 정진대중이었던 도림스님은 “한국불교를 걱정하는 마음이야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대중이 마찬가지지만, 회주 스님은 위례 천막결사와 인도만행결사 등 실천할 수 있는 과제들을 제시해주고 계셔서 감사 말씀 드리고 싶다”며 “그 뜻을 천분의 일, 만분의 일이라도 따르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객 원명스님은 “한국불교 변화를 어떤 특정한 스님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우리가 이번에 30km를 걷듯이 내가 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며 “한국불교 중흥은 바로 나로부터 시작한다”고 피력했다.
 

상워선원 회주 자승스님이 불교중흥의 의미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이 불교중흥의 의미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회주 자승스님은 3박4일 예비순례와 함께 5시간에 걸쳐 이어진 자자에 함께 한 대중들을 격려하며 불교중흥의 의미에 대해 역설했다. 회주 스님은 불교중흥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학인이라면 자신의 자리에서 열중하는 것이 중흥불사의 기초며 주지 소임자도 마찬가지다. 학인이 공부를 안 하고 다른 일을 하면 중흥이란 말이 나온다. 교수가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면 이런저런 말이 필요 없다”며 “우리 불교가 제 옷에 맞는 역할을 각자 위치에서 목숨 걸고 뼈 빠지게 수행하고 정진하면 중흥이란 말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스님은 선방 수좌라면 좌복 위에 엉덩이가 썩어 문드러져도 도를 깨치겠다는 원력, 기도하는 스님이라면 목에서 피가 나더라도 내 기도를 듣는 이가 기도성취를 하겠다는 원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 불자라면 내가 만나는 사람 한 명은 반드시 포교하겠다는 원력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원력이 부족하다”며 “종무원이나 불교단체나 종립학교, 선원 수좌, 모든 스님들이 이것을 해 마치지 않으면 죽겠다고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원력 없이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흥이란 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스님은 “우리 삶은 간절하지 않으면 원력과 신심이 나오지 않다”며 간절함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조계사에서 피자 대중공양을 받고 상월선원 정진 중에 특별식으로 피자 공양을 떠올렸다는 회주 스님은 “그 때는 피자가 정말 맛있어서 토핑이 없는 퍽퍽한 끝부분까지 꼭꼭 씹어서 단맛이 날 때까지 먹었던 기억이 난다”며 “지금은 토핑이 올려진 부분까지만 먹고 빵을 남긴 것을 보고 모든 것이 풍족해지면 피자가 아무리 맛있어도 다 먹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간절함의 힘이 크다”고 한 스님은 대중들에게 각자 자리에서 불교중흥을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주문했다.

한편 상월선원 시즌2 예비순례를 회향하면서 회주 스님은 참가대중 모두에게 상월선원이 새겨진 단주를 선물하며, 10월7일부터 21일간 2차 예비순례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스님은 “이번 예비순례가 연수원에서 진행되는 호화로운 만행결사였다면 21일 만행결사는 인도라는 생각을 갖고, 인도에서 만행결사하는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3일은 맛보기로 걷는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체험하는 자리였다”며 “빠르다는 무전이 있어도 속도를 늦추지 않은 것은 참가자들 스스로 내가 45일 걸을 수 있을까 하는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이번 순례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걷는 것을 가벼이 여겼다는 생각과, 체력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며 “이러다 45일 정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성공했을 것이다. 틈나는 대로 걷지 않으면 45일 동안 인도에서 걷지 못한다는 마음으로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또 “오늘 이 자리에서 한 말씀과 생각이 불교중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원력이 모두 성취되길 기원하며, 3박4일 너무나 애쓰고 고생했다. 21일 기도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새벽4시부터 한국문화연수원을 나와 걷고 있는 인도만행결사 예비순례 대중들
새벽4시부터 한국문화연수원을 나와 걷고 있는 인도만행결사 예비순례 대중들.
상월선원 도감 호산스님이 인도만행결사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상월선원 도감 호산스님이 인도만행결사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회주 자승스님과 함께 선두에서 순례대중을 이끌던 종회의장 범해스님이 다리에 쥐가 나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회주 자승스님과 함께 선두에서 순례대중을 이끌던 종회의장 범해스님이 다리에 쥐가 나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3일간 순례를 마치고 마곡사로 들어서는 순례대중들
3일간 순례를 마치고 마곡사로 들어서는 순례대중들

공주=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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