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모델로 불상이나
불화를 만들었을까?
필자가 계측해 발표한 바로는
조선시대 미인도와 부처의 얼굴은
매우 유사했다
차이점으로는 불화는
미인도보다 귀가 훨씬 길고
눈초리가 길면서
경사지게 그려진 것이다

불상의 모델은 그 시대에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황건
황건

우리나라에서 불교는 종교라기보다 ‘생활 속 철학’에 가깝기 때문에 불심을 가진 사람이건 아니건 간에 불교미술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내가 불상이나 불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여주 목아박물관의 잔디밭에서 대리석으로 조각된 관세음보살 좌상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이끌려 <알기 쉬운 불교미술>이라는 책을 구입하고부터였다. 이 인연으로 얼굴 계측을 이용해 미인도와 부처의 얼굴을 비교하는 논문까지 쓰게 돼 불교에 한층 가까워졌다.

그러는 중에 언제부터 인간의 형상을 한 부처의 상을 만들기 시작하였는지, 누구를 모델로 만들었는지 궁금해졌다. 널리 알려진 대로 석가모니는 40여 년 동안 갠지즈강 중류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제자와 추종자를 얻었고, 쿠시나가라에서 80세의 나이로 입적했다. 열반 후 석가모니의 유골은 여러 부족에게 나눠져 스투파(stupa)에 안치됐다. 스투파를 중심으로 한 숭배 활동은 마우리아왕조(기원전 323~185년)의 제3대 아소카왕(Asoka, 기원전 273~232년 재위)의 비호 하에 활발해졌다.

불교사에서 가장 유명한 이상적 군주(전륜성왕)인 아소카왕은 영토를 넓히는 과정에서 치른 전투에서 많은 이의 죽음을 목격한 후 불교에 귀의했다. 그는 불교적 사상을 바탕으로 한 보편적 이념을 주요 교통로에 위치한 돌기둥이나 암석에 새겨 불교를 퍼뜨렸고, 각지의 스투파 건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석가모니가 활동한 시기부터 기원후 1세기까지 400여 년 동안 부처는 인간의 형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 이 시기를 ‘무불상시대(無佛像時代, aniconic period)라 한다. 예배를 위한 독립상 형태의 불상도 없었고, 특히 석가모니의 생애를 묘사한 이야기 부조에도 부처가 등장할 부분에는 보리수나 족적(足炙, 발자국), 스투파, 법륜(法輪), 빈 대좌 등만이 표현됐다.

스투파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숭배 대상이던 기원후 1세기경, 스투파에 안치된 유골과는 전혀 다른 형태와 성격의 새로운 숭배 대상이 등장했는데 바로 부처를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한 불상이었다.

사리(舍利, Śarīra)라고 부르는 구슬 모양의 유골이 석가모니의 신체 일부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신성성이 부여됐다면 불상은 형태를 통해 부처와의 연관성을 확연히 보여줘야 했기에, 여기서 불상이 갖춰야 하는 형태적 특징과 그 의미, 신성성의 부여, 종교적 권위의 확보와 같은 문제들이 생겨나게 됐다.

인도의 간다라 지역에는 기원전 4세기 알렉산드로스의 동방 원정을 계기로 그리스인이 정착하면서 그리스·헬레니즘 문화의 결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불상이 간다라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그러면 이들은 누구를 모델로 불상이나 불화를 만들었을까? 필자가 계측해 발표한 바로는 조선시대 미인도와 부처의 얼굴은 매우 유사했다. 차이점으로는 불화는 미인도보다 귀가 훨씬 길고 눈초리가 길면서 경사지게 그려진 것이다.

그 이유는 부처의 큰 귀는 삼라만상의 소리를 담는 덕의 표상이며 눈초리가 올라간 것은 지혜와 직관, 입술이 도톰한 것은 묵언을 상징하며, 부처의 눈은 자신의 마음을 보기 때문에 코끝을 향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불상의 모델은 그 시대에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님’을 자주 칭송했던 만해스님의 ‘님의 얼굴’이라는 시의 서두를 소개한다. “님의 얼굴을 ‘어여쁘다’고 하는 막은 적당한 말이 아닙니다. 어여쁘다는 말은 인간 사람의 얼굴에 대한 말이요, 님은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가 없을 만큼 어여쁜 까닭입니다.”

여기에서 ‘님’을 ‘부처님’으로 바꾸어 읽어도 어색함이 전혀 없다. 오히려 뜻이 더 선명해진다. 시인은 우리 안에 깃든 불성을 일찍부터 알았던가 보다. 

[불교신문3603호/2020년8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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