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성
홍사성

지난 20년 동안 인도에서 뱀에 물려죽은 사람이 무려 12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연간으로 따지면 6만 명이다. 영국 BBC방송은 캐나나 토론토대학 윌슨 수라위라 교수가 학술저널 <이라이프(eLife)>에 실린 논문을 근거로 이같이 보도했다. 논문은 희생자의 절반 가까이는 30-69세 사이며, 우기인 6~9월 사이에 피해자가 집중됐다고 밝혔다. 

인도 코브라는 맹독성이 강해 물리면 내출혈을 유발시켜 치명률이 매우 높다. 불경에도 뱀에 물려 사망한 사람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럿 전한다. 앙굿다라니까야 2권 <뱀왕경>은 한 수행자가 뱀을 조심하지 않다가 물려서 사망한 일을 전해준다.

이를 계기로 부처님은 뱀을 조심하되 자애를 베풀어야 한다며 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호주(護呪)를 일러주었다. <현우경> 3권 비구니품에는 미묘비구니가 출가하기 전에 남편이 뱀에 물려죽은 뒤 일어난 일련의 비극적 사건이 기록돼 있다. 

독뱀의 이 같은 위험성 때문에 불교는 고통의 원인으로 ‘세 가지 독사(三毒)’를 비유로 든다. 탐욕의 독사, 분노의 독사, 우치의 독사에 물리면 윤회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려시대의 고승 보조지눌은 수행자를 훈계하는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이라는 글에서 “재물과 이성문제가 불러오는 화는 독사에 물린 것보다 심하니 항상 스스로 살펴 멀리하라(財色之禍 甚於毒蛇 省己知非 常須遠離)”고 했다. 도덕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는 사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들이 돈과 여자문제로 무너지는 일이 자주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정부의 고위직에서 일하던 사람이 검은 돈 문제로 망신을 당하고, 유명 정치인들은 여자문제로 재판을 받거나 자살을 했다. 좌파는 여자, 우파는 돈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게 어디 좌우나 승속만의 문제이겠는가. 모름지기 세상에 얼굴 내놓고 사는 사람들은 발밑에 어떤 독사가 도사리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불교신문3603호/2020년8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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