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기관지로 알려진 ‘천지일보’가 통도사를 신천지 교리를 선전하는데 악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는 소식이다. 

천지일보 측은 지난 2월8일 세계 문화유산인 통도사를 홍보한다는 명분으로 취재 협조를 얻은 후 애초 제작 목적과 달리 신천지 교리로 추정되는 내용으로 홍보 영상을 제작해 배포했다. 통도사와 천지일보가 맺은 취재 계약서에 따르면 천지일보는 ‘통도사에 담긴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취재 목적을 분명하게 명시했다.

천지일보가 명백하게 계약을 위배한 셈이다. 이에 통도사(주지 현문스님)는 지난 7월2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천지일보와 천지일보 산하 천지TV가 사전 취재계약과 달리 자의적으로 방송을 편집해 불교와 스님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신천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기독교 주류가 이단으로 규정하는 기독교 교단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기독교 내부에서 벌어지는 정통 이단 다툼에 관여할 이유도 의도도 없다.

다만, 통도사를 자종교 선전에 악용한 처사는 묵과할 수 없다. 이들이 제작한 영상에는 통도사 일주문 사천왕 불이문 등을 신천지 교리를 설명하는데 가져다 쓰는가하면 진신사리를 그들 교주의 재림으로 묘사하고, 선어록을 견강부회식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신천지의 막강한 조직력 장악력 등을 감안할 때 이 영상은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 전파될 것이 틀림없다. 통도사의 역사 내력을 잘 모르는 한국인들도 교묘하게 제작, 편집된 영상물에 현혹될 가능성이 높은데 한국의 불교와 문화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일부 기독교 목사들 중에는 우리 고대사를 기독교식으로 왜곡해 교육하고 퍼뜨리는데 앞장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같은 역사 왜곡 행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신천지 역시 자종교 선전을 위해서 불교를 끌어들이고 제멋대로 바꾸고 뒤트는 일부 목사들의 행위를 그대로 따라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신천지의 통도사 왜곡행위는 불교계 전체가 나서 바로 잡아야한다. 영상이나 문서는 한 번 만들어지면 시간이 지나 정통이 되고 역사가 된다. 한국불교는 지적 소유물 상당부분을 다른 종교에 빼앗겼다. 특히 용어 사용에서 그 피해가 크다. 불교를 널리 알리는 전도, 덕 높은 수행자를 일컫는 장로, 경전을 부르는 성경 등이 대표적 사례다. 불교가 초기에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아 세월이 흐르면서 다른 용어로 둔갑한 것이다. 

나아가 차제에 다른 종교에 의한 불교 왜곡이나 잘못 사용하는 사례가 없는 지 전 분야에 걸쳐 조사하여 바로 잡는데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산 이름을 비롯한 지명이나 불교 지명을 불교 해석을 빼고 다른 식으로 왜곡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그 주체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더 문제다. 모두 불교가 모르거나 알면서 바로잡지 않은 결과다. 

[불교신문3603호/2020년8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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