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힘 대결…4차산업 세계패권 가를 중대국면”

보일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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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G, 미·중 패권 전쟁의 서막

“72시간 이내에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건물에서 퇴거하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요구는 단호하고 명확했다. 미국은 중국 총영사관 폐쇄 조치가 미국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대한 정당한 대응조치라고 주장했다. 이후 중국은 ‘동등한 보복’ 차원에서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 폐쇄 조치로 맞대응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군용기들의 정찰 활동을 늘려가고 있고, 중국 또한 이에 맞서 실탄 사격훈련을 통해 양국은 무력시위를 연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한 마디로 점입가경이다. 얼핏 보면 이번 사태도 코로나 대응 과정이나 흑인 과잉진압 관련 시위과정에서 보여줬던 것과 같은 트럼프의 외교적 폭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이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이 대립과 갈등 이면에는 더욱 뿌리 깊고, 광범위한 이해관계가 숨어있다. 또한 흥미로운 사실은, 트럼프에 대해 비우호적인 언론 매체나 민주당을 포함한 정치적 반대파들도 이 중국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한마음이라는 점이다. 무엇이 이처럼 미묘한 정치 지형도를 만들어 내는 걸까. 최근 언론에서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미·중 간의 전면적인 갈등과 대립이 계속해서 주요 뉴스로 등장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코로나 팬데믹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용한다고 비난하면서 말이다. 

사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언론에 부쩍 많이 등장하는 기업이 중국의 ‘화웨이(華為技術, Huawei)’이다. 왜 미국은 중국의 일개 통신기술 회사에 집착하리만큼 물고 늘어지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세계 패권의 향방을 가르는 중대 국면이라는 판단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 ‘빅브라더’ 경쟁

사실 찬찬히 들여다보면,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의 중심에는 이 5G 기술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미·중 무역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 2018년 12월,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통신 장비 제조회사인 화웨이의 최고 재무 책임자인 멍완저우(孟晚舟) 부회장이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되었다. 명목은 미국의 이란 제재를 어기고 이란 통신사와 거래를 추진했다는 혐의였다. 그러나 이 혐의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워싱턴에도 베이징에도 없었다. 미국은 화웨이가 자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정보 통신기술과 관련한 장비를 전 세계에 공급하는 회사이다. 미국 수사기관의 주장에 따르면, 화웨이가 판매하는 통신 장비 안에 장착된 기기 무력화 기능(킬 스위치)이나 원격접속(백도어) 기능 등을 통해 중국 정부의 정보수집 활동을 지원한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 화웨이의 5G 장비의 기술력은 다른 경쟁국 업체의 기술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5G 기술에 대한 선점 또는 독점을 우려하고 있으며, 중국에 절대 밀려서는 안 되는 기술 분야라는 인식이 강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각종 기술의 혁신을 끌어낼 기반이 바로 5G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영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등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동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재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생각이 좀 다른 듯하다. 이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화웨이와 거래를 이어가는 분위기이다. 

어쨌든 5G 기술의 개발과 선점, 표준화 등에 선진국 들은 사활을 걸고 치열한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이 기술을 통해 향후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쥐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고 현재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간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미국과 중국은 전방위적으로 무역, 인권, 에너지, 등등의 분야에서 충돌하고 있는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이 5G 기술에 있다.

이 5G 기술을 통해서 빅데이터의 관리와 통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소위 ‘빅브라더(Big Brother)’의 출현을 알리는 서막이다. 패권국들은 5G 기술을 통해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독점하여 전 세계를 감시, 통제하는 권력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5G 기술은 단순히 4차 산업혁명 혁신 기술 중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패권 경쟁의 향배를 가르는 핵심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6세대, 7세대 기술이 개발될 것이고 그때마다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제 과거처럼 과학기술이 단순히 과학의 문제라거나 기술의 문제라는 생각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 되어 버렸다. 사실 5G라는 하나의 기술을 이해함에서도 단순히 기술적 측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영역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변수 간 상호작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술이 인간의 고통과 직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미·중 간의 패권경쟁의 중심에는 이 5G 기술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5G 기술에 대한 선점 또는 독점을 우려하고 있으며, 중국에 절대 밀려서는 안 되는 기술 분야라는 인식이 강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각종 기술의 혁신을 이끌어낼 기반이 바로 이 5G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미·중 간의 패권경쟁의 중심에는 이 5G 기술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5G 기술에 대한 선점 또는 독점을 우려하고 있으며, 중국에 절대 밀려서는 안 되는 기술 분야라는 인식이 강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각종 기술의 혁신을 이끌어낼 기반이 바로 이 5G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 디지털 격차 

누구는 값비싼 5G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디지털 정보를 활용한다. 반면 핸드폰 할부 대금이나 매월 통신비마저도 부담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5G는 언감생심 다른 세상 이야기이다. 이것은 단순히 일상의 편리함과 불편함 정도 차원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 격차는 차이를 만들어내고 소외를 거쳐 차별을 확대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소위 디지털 소외계층이 엄연히 존재하고 그것은 경제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과 디지털 기기가 등장하고 우리 모두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줄 것 같지만, 사실 취약 계층들에게 이 기술들은 값비싸서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반면, 이 기술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디지털 정보를 독점하고 그로 인해 부를 축적하기가 훨씬 용이해진다.

이러한 ‘디지털 격차’는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다.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란 PC나 스마트폰, 무인발권기와 같은 새로운 방식의 정보통신기술 관련 기기에 접근하여 활용할 수 있는 사람 즉 정보 소유계층과 그렇지 못한 정보 비소유계층 간의 격차를 말한다. 이것은 단순히 특정 계층을 일반화시킬 문제는 아니다. 

어느 계층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개개인의 디지털 활용 역량뿐만 아니라 스마트 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디지털 정보 접근 수준도 복합적으로 따져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서로 비대면, 비접촉하는 언택트(untact)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제 은행 창구를 직접 이용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어 가고 있다. 사실상 언택트 시스템이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를 통한 인터넷 뱅캥이나 모바일 뱅킹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현금자동지급기 설치 대수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언택트 시대로 가면서 현금자동지급기마저 밀려나는 형국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언택트 시스템은 인간으로 하여금 갈수록 디지털 의존도가 커지게 하고 있다. 디지털 의존도가 커질수록 디지털 격차 또한 뚜렷이 드러날 것이다. 이제 디지털 격차는 새로운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를 낳을 것이며, 결국 인간들에게 새로운 고통을 더해갈 가능성이 크다. 

➲ 앎의 클래스

5G 시대, 디지털 정보는 이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실시간으로 처리되고 소비된다. 그렇다면, 이 속도는 누구를 위한 또는 무엇을 위한 빠름인가. 5G의 시대, 폭류와도 같은 이 데이터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얻는 정보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찰나지간에 앞에서 관심을 끌었던 데이터는 뒤따라오는 데이터에 밀려서 사라지고 만다. 읽거나 보거나 들으면서 알았다고 생각하는 정보는 과연 정말로 나의 ‘앎’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얻고자 하는 데이터가 진정으로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득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갖고 있다. 

진정한 앎이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주관적 편견이나 편향성 없이 바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FC의 전설적인 축구 감독 빌 생클리는 ‘폼(경기력)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어디 축구뿐이겠는가. 앎에도 클래스가 있다.

이기적 욕망 속에서 소비하고 망각하는 휘발성 데이터가 아닌, 바른 집중을 통해 자비로 귀결되는 데이터의 습득이야말로 궁극적 앎 또는 최상의 앎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현재 소비하는 데이터에 대한 앎의 클래스는 어디쯤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세상이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데이터는 넘쳐나더라도, 궁극적 앎이라는 클래스는 영원하다. 중요한 것은 습득된 정보에 대한 각자의 앎이 궁극적으로 나와 남을 이롭게 함인지 즉, 자비로 귀착될 것인지의 여부이다. 기준은 간단하다.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이 애매함과 혼란스러움에 대한 판단기준은 ‘자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이 5G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데이터 체득의 기술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그 방향은 자신의 이기적 욕망을 증장시켜가는 행로가 아닌, 타인에 대한 자비와 연민으로 귀착될 수 있는 방향인지에 대한 판단이다. 

[불교신문3603호/2020년8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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