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살은 어디서 오셨는가’
약사여래 자비심 한 치의 빈틈없어


굶주림에 악행 저지른 이에게
배불리 먹여 진리의 맛 전해
궁극적인 안락 주겠다고 서원

혜총스님
혜총스님

⑪ 열한 번째 대원은 ‘원하옵건대 내가 다음 세상에서 바른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면 모든 유정들이 배고프고 목이 말라 먹고 마실 것을 얻으려고 여러 가지 나쁜 짓을 저지를 적에 내 이름(약사유리광여래불)을 듣고 오로지 한 생각으로 받아 지니면, 나는 마땅히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가장 먼저 그들을 배불리 먹도록 해준 다음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진리의 맛있는 음식(法味)을 가지고 필경에는 편안하고 즐거운 세계를 세워주겠나이다’이니,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려 나쁜 짓을 저지르는 이들을 배불리운 뒤 진리의 맛으로 궁극적인 안락을 주리라’는 것이다.

이 사바세계는 한쪽에서는 넘쳐나는 산해진미를 주체하지 못해 남은 음식을 입에 대지도 않고 버리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들판의 풀뿌리도 캐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이 갈비뼈를 드러낸 채 하루가 멀다 하고 굶어죽고 있다.

굶어죽어 가는 사람에게 진리가 좋다고 한들 귀에 들어올 리 없다. 굶은 사람에게는 눈앞에 음식을 내놓는 것이야말로 가장 바른 법문일 것이다. 

신라시대 원효스님이 대안대사가 거처하는 토굴을 찾았는데 토굴에는 마침 죽은 어미 곁에서 오소리 새끼가 끙끙대며 슬피 울고 있었다. 그 소리가 하도 애처로워서 원효스님은 왕생극락하라고 아미타경을 읽고 목탁을 치며 염불하고 있었다. 마침 돌아온 대안대사가 그 모습을 보고 오소리가 그 경을 알아듣겠는가 혀를 끌끌 차며 배고플 때 밥을 주는 것이 염불이라며 마을에서 동냥해온 젖을 오소리 새끼에게 먹였다. 이에 원효스님은 대안대사가 거지꼴로 미친 척하며 다녀도 고승대덕인 줄 알았다는 설화가 전한다. 

모든 부처님들도 이와 같다. 부처님의 법문은 구체적인 서원을 통해 현실 속에 즉시 구제의 방편을 베푸시는데 중생이 미혹해 부처님의 뜻을 알지 못할 뿐이다.

⑫ 열두 번째 대원은 ‘원하옵건대 내가 다음 세상에서 바른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면 모든 유정들이 가난하여 입을 옷이 없어 모기와 춥고 더운 고통을 밤낮으로 받을 적에 내 이름(약사유리광여래불)을 듣고 오로지 한 생각으로 받아 지니면 그들이 좋아하는 최고로 좋은 갖가지 옷을 얻도록 하고 모든 보배로 만든 장엄구와 꽃다발, 몸에 바르는 향, 북을 치며 연주하는 음악, 여러 가지 재주 등을 마음에 원하는 대로 모두 다 만족하게 얻도록 하겠나이다’이니, ‘추위와 더위, 모기, 파리 따위에 시달리는 헐벗고 가난한 이들에게 원하는 것을 모두 주리라’는 것이다.

굶주리는 고통에 이어 입을 옷이 없어 추위에 떨고 해충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도 약사여래부처님의 대자비심은 가 닿는다. 그들에게 옷뿐만 아니라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원하는 대로 다 얻도록 하겠다고 서원하신다. 약사유리광여래 부처님의 서원은 무차별적이면서 넓고 크다.

이렇게 열두 가지 큰 원으로 중생을 구하시는 약사여래부처님의 한결같은 자비심은 한 치의 빈틈도 없다.(十二大願接群機 一片悲心無空缺) 그러니 뿌리 깊고 전도된 사바세계 중생들의 병은 약사여래부처님을 만나지 못하면 죄업을 소멸하기 어렵다.(凡夫顚倒病根深 不遇藥師罪難滅)고 하는 것이다.

[불교신문3603호/2020년8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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