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좌절하지만
아직도 반짝이는 눈을 가진
청년들에게 추상적인
그저 그렇고 그런 이야기만
들려줄 수는 없다
… 
당장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주지 못한다면
불교는 세간을 떠난 종교가 아니라
출세간도 외면한 종교로 전락한다

윤성식
윤성식

많은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은 요즘 젊은이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지방으로 이전한 뒤엔 예전의 인기가 조금 꺾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꿈의 직장이다. 대한민국 젊은이의 꿈이 공무원이고 공기업 직원이라는데 한탄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나는 그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은 해당 지역에 있는 지방 대학생에겐 더욱 더 꿈의 직장이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대학 입학 때부터 자기 지역에 내려와 있는 공기업의 취업시험 준비를 한다. 4년 내내 준비를 하고 이것도 모자라서 휴학을 하면서 준비를 하기도 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참으로 살기 괜찮은 나라라는 인식이 생겼지만 여전히 살기 힘들다. 아니 어쩌면 전세계 모든 젊은이가 힘든지도 모른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경제가 한참 발전하고 있는 이웃나라 중국도 청년 실업과 취업난은 고민거리다.

유럽은 나이가 들어서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나 친척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놀랄 만큼 많다. 유럽은 캥거루족이 젊은이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복지가 발달한 북유럽은 비율이 낮지만 남유럽은 비율이 높다. 미국은 2019년 통계에 의하면 캥거루족이 청년 인구의 40%이며 75년만에 최고 기록이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심각했다.

한국은 어떤가? 평생 A/S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모는 자식이 만족스럽게 독립할 때까지 계속 돌봐야 한다. 오늘날의 젊은이는 미래의 주역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고려대는 명문대학인데도 과거와 비교하면 학생들이 취업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매우 심하다. 명문대학이건 비명문대학이건 취업은 대학시절 내내 가장 중요한 중대사이다.

불교는 과연 이들 젊은이에게 무슨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그저 밤낮으로 열심히 부처님께 기도하라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용맹정진 하듯이 불철주야 열심히 공부하라고 할까? 노력이 아니라 ‘노~오~력이 부족해’라고 말해야 할까? 요즘은 약간 숫자가 증가했다고 안도의 말을 하기는 하지만 지난 몇 십 년 동안 대학마다 불교학생회는 거의 초토화됐다. 한줌 남은 대학생 불자회 젊은이들에게 행여 ‘열심히 기도하라, 열심히 공부하라’고 했다가는 그나마 와해돼버릴지도 모른다.

경전에는 추상적이고 난해하며 철학적인 용어와 개념으로 가득하다. 그게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교리가 청년들에게 구체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세간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불교의 지혜에서 얻는 게 없다면 불교는 더욱 더 외면 받고 만다. 오늘의 청년은 미래의 주역이다. 미래의 주역에게 외면 받는 불교의 미래는 없다.

만약 불교는 세간을 떠나는 출세간의 종교라고 변명한다면 부처님의 연기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세간과 출세간은 독자적인 실체가 없고 별개가 아니다. 불교교리는 출세간을 살아가는 지혜를 제공해야 한다.

힘들어 좌절하지만 아직도 반짝이는 눈을 가진 청년들에게 추상적인 그저 그렇고 그런 이야기만 들려줄 수는 없다. 경전을 보면 부처님은 삶의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인 불교적 조언을 하셨다. 당장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주지 못한다면 불교는 세간을 떠난 종교가 아니라 출세간도 외면한 종교로 전락한다.

이젠 더 이상 추상적이고 어렵게 설명하는 불교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벨상 수상자인 버트란트 러셀은 쉽게 설명할 수 없다면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가 진정 불교교리를 이해한다면 젊은이에게 쉽고 구체적인 조언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중생을 구제한다면서 젊은이를 외면할 수는 없지 않은가? 

[불교신문3602호/2020년7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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