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맑히고 마음 편안케 하니 온갖 병 나을밖에”

4000년 전부터 ‘차=해독’
초목에 깃든 약성 찾아내
효능 조사하고 약재 분류
오늘날 한약재로 이어져

몸에 맞지 않는 차 마시면
득보다 실 많아질 우려 有
각자 오장육부 코드 맞아야
내 몸 살리는 약재로 ‘효능’

약차를 만들다 보면 차들이 제각각 고유한 맛을 지녔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식물은 저마다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이라는 다섯가지 맛, 즉 오미(五味)를 간직하고 있는데 그 오미가 오장육부에 특별한 처방이 됩니다. 차를 마실 때는 차의 오미를 느껴보길 바랍니다. 오미 중에서 어떤 맛이냐에 따라 오장육부 가운데 어디에 특효약이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미의 약용성분은 오장육부의 기혈을 보하기도 하고 사하기도 하면서 각 장기들의 밸런스를 맞춥니다.

자연은 대우주이며 우리 몸은 소우주입니다. 대우주에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나갈 때 우리 몸은 가장 자연스럽고 활기 넘치는 상태가 됩니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되 바르고 절제된 생활습관을 가져야 하며 적절한 운동을 하고 맑은 공기와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들임으로써 정신과 육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대사량을 높이고 혈관을 청소하는 약차를 수시로 마시면 질병이 찾아오기 어려운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자연이 키운 산야초로 체질에 맞는 맞춤형 차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선엽스님은 “약차는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내 몸을 살리는 중요한 약재로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자연이 키운 산야초로 체질에 맞는 맞춤형 차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선엽스님은 “약차는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내 몸을 살리는 중요한 약재로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유불도 3교의 일치를 주장한 조선 후기의 각안선사는 한 잔의 차가 주는 의미를 ‘다가(茶歌)’라는 시로 표현했습니다. 각안선사는 이외에도 차에 관한 시를 여러 편 남길 정도로 차를 좋아했습니다. 서른 초반에 이질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각안선사는 차를 마시고 병에서 회복되었는데 ‘다가’는 이 때의 체험을 시로 쓴 것입니다.

1852년 가을, 각안선사가 대둔사 남암(南庵)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이질을 앓으며 근 한 달동안 사경을 헤매는 그를 사형인 무위스님과 사제인 부인스님이 살폈습니다. 각안스님이 좀처럼 병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무위스님이 방책을 모색했습니다.

“예전에 병석에서 사경에 계시던 어머니를 온차(溫茶)로 구한 적이 있다네. 각안을 위해서 급히 달여서 먹여보세.” 그러자 부인스님이 말했습니다. “제가 마침 오래전부터 지니고 있는 아차(芽茶)가 있습니다. 불시에 대비해서 두었던 것이지요.” 부인스님이 아차를 달여 각안스님에게 주었습니다.

각안스님이 한 잔을 마시자 뱃속에서 부글부글 끓던 것이 가라앉고, 두 잔을 마시니 정신이 맑아졌고, 석 잔 넉 잔을 거듭 마시자 전신에서 땀이 솟고 뼛속까지 맑은 바람이 부는 듯 상쾌해졌습니다. 각안스님은 차를 마시고 병이 나기 이전보다 기운이 회복되고 건강이 좋아져서 멀리 떨어져 있는 본가에 가서 어머니 제사까지 모셨습니다.

무위스님이 온차로 어머니를 구하고, 각안스님이 아차로 이질을 치료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세간 사람들은 모두 차의 약효에 놀랐다고 합니다. 당시만 해도 차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무위스님과 부인스님 정도만 차의 약효를 알고 있었습니다. 부인스님도 평소에 마시려는 목적에서가 아니라 비상시에 약으로 쓰려고 소량 보관했던 것입니다. 건강을 회복한 각안선사는 차에 깊은 관심을 갖고 <차약설(茶藥說)>을 써서 약초의 효능을 널리 알렸습니다.

차 전문서 <다경(茶經)>을 집필한 중국 당나라 때의 문인 육우는 ‘다성(茶聖)’으로 불립니다. 차에 관한 책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인 <다경>은 총3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육우는 이 책에서 “차는 본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재였다”고 밝힙니다.

질병치료와 해독에 차가 처음 사용된 시기는 4000여년 전입니다. 중국의 전설적인 삼황(三皇) 중 염제 신농씨는 농업과 의약의 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경>에 따르면 신농씨는 식용이 될만한 것을 찾아내려고 매일 100여가지 초보목의 잎을 따서 맛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독초를 먹고 중독되어 죽음과 직면했던 신농씨는 우연히 향이 좋은 나뭇잎을 따서 먹었는데 독이 씻은 듯 사라졌습니다.

신농씨는 그때부터 모든 초목이 가진 각각의 약성을 찾아내 효능을 조사하고 그에 따라 약재를 분류했습니다. 그것이 오늘날 사상체질과 질병에 따라 한약재로 쓰이게 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이처럼 차는 본래 기호품이 아니라 약으로 쓰이다가 향과 효능이 좋은 초목을 차라 부르게 되면서 오늘날 즐겨 마시는 차로 발전했습니다.

체질에 맞는 차를 마셔야 약이 됩니다. 한자 ‘차(茶)’를 살펴보면 ‘풀 초(艸)’와 ‘나무 목(木)’ 사이에 ‘사람 인(人)’이 있는 모양입니다. 풀과 나무를 섭취해야만 온전하고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곧 풀과 나무 자체가 자연이며 사람의 건강을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지금부터는 차의 여섯가지 덕성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오래 살게 한다. 둘째, 병을 낫게 한다. 셋째, 기운을 맑게 한다. 넷째, 마음을 편안케 한다. 다섯째, 신령스럽게 한다. 여섯째, 예의롭게 한다. 산야초는 종류별로 특성과 약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체질에 맞지 않는 차를 마시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몸에 좋다는 커피와 허브티, 꽃차, 약차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어디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 그 다음날 제품이 동이 납니다. 그렇지만 그 차들의 약성 또한 제각각입니다. 몸에 맞지 않는 차를 마시면 득보다 실이 많으니 반드시 가려 마셔야 합니다.

오장육부에 이상이 생기면 병에 걸립니다. 내 몸의 오장육부와 코드가 맞는 차를 기능에 맞게 복용해야만 합니다. 앞서도 여러번 말했지만 인공감미료나 합성보존료, 당분과 차가운 물, 아이스크림 등은 우리 몸을 상하게 합니다. 예를 들면 쓴맛이 나는 차는 심장과 코드가 맞아서 심장을 보양하는데 좋습니다. 하지만 열이 많은 사람이 쓴맛 나는 차를 마시면 좋지 않습니다.

열이 많은데 쓴맛이 나는 차를 마시면 심장과 폐가 상하고 소화기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또한 심장을 보양하는 약재라 하더라도 찬 성질을 가진 약재, 더운 성질을 가진 약재가 다르므로 잘 가려서 선택해야 합니다. 열이 많고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찬 성질의 약차를 마셔야 하고, 찬 체질이거나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더운 성질의 약차를 마셔야 합니다. 

이렇게 한 잔의 차라도 자신의 체질에 맞게 잘 가려 마셔야 건강에 이롭고 생활에 활력소가 됩니다. 우리가 마시는 한 잔의 차는 우리의 건강과 직결됩니다. 나는 자연이 키운 산야초로 체질에 맞는 맞춤형 차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약차는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내 몸을 살리는 중요한 약재로서 이처럼 심오한 의미를 지닙니다. 약차에는 몸과 마음의 자연정화 능력을 향상시키고 몸을 재생시키는 위대한 힘이 있습니다. 

요즘은 물에서 유충이 많이 발견되어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드시 물을 끓여 약차들로 물을 대용해야할 절체절명의 시절을 맞이했습니다.

[불교신문3602호/2020년7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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