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도만행결사 공주 예비순례 동참대중

“나 자신과 대화하는 순례길, 안전하게 회향하도록 최선”

■ 인도만행결사 도감 호산스님

호산스님
호산스님

상월선원 시즌 1 위례 천막결사에 동참한데 이어 인도만행결사 도감 소임을 맡은 호산스님은 이번 공주 예비순례가 수행을 대중화하고, 불교를 중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위례 천막결사 때 전통수행법인 좌선을 했다면 이번엔 행선을 통해 사부대중이 함께 정진하는 시간”이라며 “100이 넘는 사부대중이 하루 10시간가량 30km를 행선하는 것만으로 정진력이 모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힘이 원동력이 돼 불자들이 결집되고 불교도 중흥할 것이라고 호산스님은 확신했다.

사실 이번 예비순례가 개최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예정했던 것보다 일정을 대폭 줄여야 했다. 사전답사를 통해 30.5km 코스를 개발했지만, 비 예보로 마곡사 주변 왕복 10km 거리를 3번 반복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사부대중의 건강을 위해 순례 기간 내내 생활 속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실천한다. 식당에서는 한 방향으로 앉아 공양하고 옆 사람과 대화를 삼간다.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꼭 착용한다. 순례할 때는 앞 사람과 1m 거리를 두고 걷는다.

“예비순례 전까지 여러 난관이 있었으나 ‘시작이 반’이라고 생각한다”는 스님은 “여러 대중이 건강하게 회향하는 것을 목표로 안전하게 순례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했다.

30km 순례길은 묵언의 시간이기도 하다. 걷기명상 동안 참가자들은 핸드폰도 사용하지 않고, 서로 얘기를 나누지도 않는다. 호산스님은 “묵묵히 걸으며 자신과 대화하고 자연과 대화하다보면 행주좌와 어묵동정 할 것”이라며 매일 30km에 달하는 대장정이 고행이 아닌 자신을 찾는 수행의 길이 되길 바랐다.
 


“사부대중 ‘움직이는 수행’하며 삶과 불교미래 고민하는 시간”

■ 인도만행결사 지객 원명스님

원명스님
원명스님

상월선원 인도만행결사 공주 예비순례에는 100명이 훌쩍 넘는 사부대중이 동참했다. 인도만행결사 동참을 발원한 사부대중 70여 명 외에도 예비순례에서 함께 걷기를 발원한 스님과 재가자, 봉사자 등까지 포함하면 120명에 가깝다.

지객 원명스님은 “많은 인원이 참여했음에도 인솔에는 어려움이 없다”며 “사전답사는 물론 여러 번 회의를 했고, 6개 조 조장과 운영지원팀, 순례팀, 의료팀 등의 지원이 있어 순조롭게 운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님은 전국 선원에서 수좌 스님들이 치열하게 정진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공주에서 사부대중이 4박5일간 함께하는 예비순례 또한 뜻깊다고 했다. 인도 만행결사의 사전행사 격인 이번 예비순례는 상월선원 천막결사의 연장선 상으로 한국불교를 중흥시키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원명스님은 “위례 천막결사가 정주하는 수행법이라면, 만행결사는 ‘움직이는 수행’이다”라고 설명하며 “걸으며 세상을 보고,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부처님 가르침을 되새기는 시간이며, 상월선원 4대 결사 정신을 잇는 새로운 수행”임을 피력했다.

이어 “오랜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수행이야말로 불교의 근간이라는 것을 배웠다”며 “수행을 통해서만 불교를 변화할 수 있고, 개혁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부대중이 마음을 모아 정진하는 이 자리가 더 의미 있다”고 했다.

“4박5일간 순례를 위해 참가자들 대부분은 적게는 1주일, 많게는 한 달 이상 걸으며 자신의 몸은 물론 삶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움직이는 수행을 통해 한국불교와 자신의 삶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100여 명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살아있는 모든 날이 순례…화석 같은 상념 비워내고파”

■ 최연소 참가자 백준엽 씨

백준엽
백준엽

“한국불교 역사상 유례없는 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에 재가 불자로 무문관 방부를 들인 분이 바로 저희 아버지세요. 정진을 마무리 하고 ‘우리 같은 범부가 무문관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정말 귀한 경험’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주셨죠. 일반 대중 가까이에서 수행하셨던 아홉 스님의 정신을 잇고 싶어 이번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7월27일 공주 한국문화연수원 입재식 현장에서 만난 인도만행결사 예비순례 최연소 참가자인 백준엽(24)씨가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백 씨는 상월선원 22시간 무문관 체험과 호법활동으로 결제대중 스님들을 가까이서 지킨 동국대 교직원 백승규 씨 아들이다.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2학년인 백 씨는 코로나19로 대구 지역에서 부모님과 떨어져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홉 스님들을 통해 ‘이겨낼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백 씨는 “스님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열려있는 결사는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집을 떠나 혼자서 생활하면서도, 스님들께서 전해준 메시지는 한 학기를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인도만행결사 예비순례를 위해 한 달여 동안 아버지와 함께 매일 세 시간 이상 걸으며 몸과 마음을 단련했다. “기본적으로 뭔가를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껴보고 싶다”는 백 씨는 “‘살아있는 모든 날들이 순례’라는 히말라야의 한 산골 소녀의 말처럼 오직 걷는 것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스님들께서 걸어가신 큰 걸음에 미약하지만 작은 걸음을 보태고 싶다”며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화석 같은 상념들을 많이 비워내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공주=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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