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화엄산림 기원’ 앞당기는 구하스님 사진 재조명
‘통도사 화엄산림 기원’ 앞당기는 구하스님 사진 재조명
  • 이성수 기자
  • 승인 2020.07.27 14:50
  • 호수 3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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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여년 전 가사 수하고 촬영한 사진
“부처님 본받아 살겠습니다” 자찬과
‘화엄대경 회향일’ 명시해 주목 받아
1922년 음력 3월 촬영한 구하스님 사진. 왼쪽 하단에는 ‘壬戌三月華嚴大經回向日紀念(임술삼월화엄대경회향일기념) 禪敎兩宗大禪師(선교양종대선사) 金九河(김구하)’라 적혀있다. 오른쪽 상단에는 ‘古往今來依稀然彷佛形容(고왕금래의희연방불형용)’이라는 구하스님의 ‘자찬(自贊)이 적혀 있다.
1922년 음력 3월 촬영한 구하스님 사진. 왼쪽 하단에는 ‘壬戌三月華嚴大經回向日紀念(임술삼월화엄대경회향일기념) 禪敎兩宗大禪師(선교양종대선사) 金九河(김구하)’라 적혀있다. 오른쪽 상단에는 ‘古往今來依稀然彷佛形容(고왕금래의희연방불형용)’이라는 구하스님의 ‘자찬(自贊)이 적혀 있다.

일제강점기 초반 통도사 주지를 역임하며 불교중흥의 씨앗을 뿌리고 독립운동을 지원한 구하(九河, 1872~1965)스님의 50대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재조명 받고 있다. 구하스님이 가사를 수하고 앉아 있는 모습으로 1922년 촬영한 것이다.

사진 왼쪽 하단에는 ‘壬戌三月華嚴大經回向日紀念(임술삼월화엄대경회향일기념) 禪敎兩宗大禪師(선교양종대선사) 金九河(김구하)’라고 한문으로 적혀 있다. 임술년은 1922년으로 3월(음력) 화엄대경 법회 회향일을 기념해 촬영한 사진이다. 당시 구하스님은 통도사 주지 소임을 보고 있었다.

‘화엄대경 회향일’이란 대목은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현문스님)가 매년 봉행하고 있는 ‘화엄산림법회(華嚴山林法會)’과 같은 행사이다. ‘회향’이란 단어는 이 법회가 여러 날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참선수행과 교학연찬을 함께 중시한 구하스님이었지만 ‘대선사’라 칭한 것으로 보아 참선수행에 더 방점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진은 그동안 1920년대 후반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화엄산림법회가 1920년대 초반에 이미 통도사에서 봉행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촬영 시기는 1919년 11월 15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는 중국 상해에서 구하스님을 비롯한 12명의 조선불교대표가 ‘대한승려연합회 선언서’를 발표한지 2년 정도 흐른 후이다.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이 끝나고 항일투쟁이 소강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구하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의 ‘독립선언’은 조선 불교계의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준 쾌거였다.

이 사진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오른쪽 상단에 적힌 구하스님의 ‘자찬(自贊) 때문이다. 자찬은 스스로를 평한 글로 1922년 당시 구하스님의 수행 원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찬은 한문으로 ‘古往今來依稀然彷佛形容(고왕금래의희연방불형용)’이라 적혀 있다.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스님은 “예나 지금이나 의연하게 부처님 형용을 본받고 살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한편 구하스님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통도사 주지와 삼십본산연합사무소 위원장, 불교중앙학림(지금의 동국대) 학장을 맡아 전법과 후학 양성에 힘썼다. 구하는 법호이며, 법명은 천보(天輔), 자호(自號)는 축산(鷲山)이라고 했다. 비밀리에 임시정부 자금을 전달하고 인재양성을 위해 신(新)학교를 건립하는 등 ‘조국의 미래’를 준비했다.

스님은 마산, 진주, 창녕 등에 포교당을 세우고 해동역경원(海東譯經院)을 설립하는 등 불교중흥과 민족정기를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해방 후 불교총무원장을 역임하고, 1965년 10월 3일 세수 94세, 법납 81세로 입적했다. 전 종정 월하(月下)스님을 비롯해 30여 명의 제자가 있으며, 문도들이 <축산문집(鷲山文集)>과 <금강산관상기(金剛山觀相記)> 등을 펴냈다.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은 “1920년대 초반에 촬영한 구하 큰스님의 독사진”이라면서 “그 당시에도 통도사가 불교의 진수를 담은 <화엄경>에 근거해 법회를 봉행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올해 ‘화엄산림대법회 기념행사’를 통도사와 공동주최하는 불교신문 사장 정호스님은 “그 시대에도 벌써 대중에게 불법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신 큰스님의 숭고한 뜻을 후대에도 잘 계승하여 널리 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922년에 촬영된 구하스님 사진은 월간 <통도> 8월호에도 공개된다.

통도사=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이천운 경남지사장 woon3166@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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