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이르는 발걸음

종사르 잠양 켄체 린포체 지음 / 수연 옮김 / 팡세
종사르 잠양 켄체 린포체 지음 / 수연 옮김 / 팡세

수천 년 동안 세계의 모든 종교들에서 행해온 전통인 성지순례의 목적은 일반적으로 ‘성스러운’ 장소를 방문하는데 있다. ‘성스러운’의 어디와 무엇은 영적인 전통과 이를 따르는 무리들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특별한 성자나 구원자가 태어났거나 죽음을 당했기 때문에 어떤 장소가 성지가 될 수 있고, 성자가 축복을 했기 때문에 못이나 나뭇조각이 거룩해질 수도 있다.

불교의 관점에서 볼 때, 사람이나 사물, 인간의 탐욕과 침략에 의해 오염되지 않았다면 성스럽다고 묘사된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외부에서 성지나 성자를 찾을 필요가 없다. 부처님은 “누구라도 나를 생각한다면, 나는 그들 앞에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때문에 우리가 어디에 있건 부처님 혹은 불법을 생각하거나 신심을 느낀다면, 그 장소는 거룩해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성지순례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티베트 불교 고승 종사르 잠양 켄체가 최근 펴낸 <행복에 이르는 발걸음>은 이러한 고민을 덜어줄 불교 성지순례를 위한 안내서다. 부처님께서 태어나 출가해 깨달음을 얻고, 설법을 펼치고, 열반에 든 장소들 즉, 룸비니, 보드가야, 사르나트, 쿠시나가르 등을 소개한다.

쉽게 성지를 안내할 뿐만이 아니라 성지순례의 영적인 가치와 마음의 동기 및 순례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가르침에 까지 이른다. 또한 경전 독송과 수행 및 발원뿐 아니라 성지에서 가짜 승려와 걸인을 마주했을 때 불자의 진정한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물론, 우리가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지, 온전히 깨어난 장소, 가르침을 설하신 곳, 열반에 드신 곳과 같은 성지를 방문하는 아주 멋진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모든 이들에게 이런 기회가 있는 것은 아닐 테고, 만약 순례를 갈 수 없더라도 박탈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한다.

2013년과 2017년 두 번에 걸쳐 한국을 방문해 대중 법회를 열기도 했던 저자는 우리나라 불자들에게 “한국에는 산사들이 있다”면서 “한국 7대 사찰은 모두 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는 한국의 오랜 불교역사, 선교겸수의 중요성, 한국이 물려받은 살아 있는 경이로운 불교전통을 상기시켜 주며, 오늘날 세계가 그 무엇보다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이어 “비록 인도에 가지 못하거나 순례를 떠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 책에 실린 몇 마디가 독자들에게 한국의 경이로운 불교 유산에 자부심을 갖게 하고, 심지어 깨어남의 길에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저의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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