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낮게 정진하며 향기 담은 詩 쓰겠습니다”
“낮게 낮게 정진하며 향기 담은 詩 쓰겠습니다”
  • 이성수 기자
  • 승인 2020.07.24 08:31
  • 호수 3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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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사 주지 도신스님 ‘서정시학’ 신인상 수상

‘술래의 어머니’ 등 3편 당선
노래에 이어 시인으로 ‘전법’
중앙대대학원 진학 ‘시’ 공부
2020년 계간 '서정시학' 신인상을 수상한 도신스님은 “시는 작가의 얼굴”이라면서 “출가자로서 수행을 기본으로, 문학의 꽃을 피우겠다”고 발원했다.
2020년 계간 '서정시학' 신인상을 수상한 도신스님은 “시는 작가의 얼굴”이라면서 “출가자로서 수행을 기본으로, 문학의 꽃을 피우겠다”고 발원했다.

“시는 얼굴입니다. 작가가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왔는지에 따라 시도 달라집니다.” 2020년 계간 <서정시학> 신인상을 수상한 도신스님(서산 서광사 주지)은 “시는 작가의 생활과 직결되어 있다”면서 “스스로 공부를 많이 해야만 좋은 시를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서정시학>에 ‘술래의 어머니’, ‘창공을 세시는 노스님’, ‘유년의 뺨’ 등 3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술래의 어머니’ 일부는 다음과 같다. “… 나는 나를 잡고 있지만 나는 나를 느낄 수 없는 / 열하나 열둘 열셋… / 어머니를 반복해서 세다가 날이 새어버린 / 그리움의 나이를 누가 갈라 놓았나 …”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와 김종훈 시인은 “도신스님의 작품은 세계와 사물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이끌어내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유년의 슬픔을 시화(詩化)하여 주목할 만하다”면서 “잃어버린 시간, 우리 눈앞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찾으며 살아가는 것이 결국 인간의 평생 삶이라는 진실을 숙연하게 전하는 목소리에 무게가 느껴졌다”고 평했다.

도신스님이 시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6년 즈음, 위재천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장 등 지역 인사들과 '시 모임‘을 하면서다. 모임 때마다 각자 외워 온 시를 한편 씩 낭송하면서 시의 매력에 빠졌다. 이전에도 노래 때문에 시에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의 세계에 들어선 후 300여 편의 시를 외우며 시작(詩作)을 했다.

어린 시절 도신스님은 벽초스님에게 “별은 어떻게 생기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에 노스님은 “감동을 주는 사람이 별이 된다”는 답을 들었는데, 출가수행자의 길을 걸어가는 데 이정표가 됐다. 시를 쓰는 지금도 도신스님에게는 여전히 화두이다.

또한 “중노릇을 잘하면 감동을 줄 수 있습니까”라고 물음에 “아니다. 베껴야 한다”는 오현스님의 답도 마음에 새겨 놓고 있다. “오현 큰스님께서는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베끼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지 못한 채 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 후 도신스님은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2019년에는 중앙대 대학원에 진학해 문예창작을 전공하면서 시를 한층 숙성시키고 있다. “문학을 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현스님이 당부한) ’베낌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문학을 선택했습니다. 많이 부족한 저의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 낮게 낮게 정진해서 필요한 시를 쓰겠습니다.”

앨범을 7집까지 발표한 ‘가수’이기도 한 ‘노래행자’ 도신스님은 “노랫말과 시는 비슷한 것 같지만 사실 다른 부분이 많다”면서 “노랫말은 쉬워야 감동을 주는데 비해, 시는 묘사(描寫)를 해야 하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시보다 노랫말이 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2003년 오현스님의 선시(禪詩) ‘비슬산 가는 길’을 노래로 만들 때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몇몇 시어(詩語)를 바꾸면 좋을 것 같아 오현스님을 찾아 뵙고 말씀을 드렸다. “큰스님께 엄청난 결례를 범한 것이지요. ‘곡은 알아서 붙이는 것이지, 시를 바꾸라고 하면 되겠느냐’고 꾸중을 들은 것은 당연하죠.” 이 일을 계기로 노랫말과 시어의 깊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서정시학’은 지난 7월10일 제31회 김달진 문학상 기념 시낭독회와 더불어 신인상 수상자 등에 대한 시상식을 거행했다. 사진은 도신스님이 신인상을 받는 모습이다.
‘서정시학’은 지난 7월10일 제31회 김달진 문학상 기념 시낭독회와 더불어 신인상 수상자 등에 대한 시상식을 거행했다. 사진은 도신스님이 신인상을 받는 모습이다.

도신스님은 시를 공부하면서 노랫말을 쓰던 습관을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님은 “시를 쓰는 스타일로 노랫말을 만들면 안 된다”면서 “사실 ‘향수’ 등 일부 노래를 제외하고 시를 가요로 만든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불교적 색채가 크게 드러나지 않은 시를 쓸 계획이다. 바탕에는 부처님 가르침을 담겠지만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법정스님의 글을 보면 불교를 내세우지 않으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불교 이야기를 품고 있지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겠지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시에 들어 있다는 것이 도신스님 생각이다. “시는 사람들이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그런데 요즘 시의 경향이 너무 어렵다 보니 감명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 쉽거나 어렵지 않은 작품으로 독자들이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시를 쓰고 싶습니다.” 어린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별을 생각하게 하고, 새를 생각하게 하고, 새도 생각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도신스님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하는 근본적인 것들에 대한 시를 쓰고 싶다”면서 “개인의 양심, 타인과의 관계, 자연과의 대화, 나의 소중함 등을 이야기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 자신부터 잘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출가사문으로 노래를 통해 법을 전한 도신스님이 이제는 시인으로 은은하면서도 맑고 깊은 향기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신스님
도신스님

 

도신스님은…
덕숭총림 수덕사에서 법장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불교 가르침을 쉽게 전하겠다는 원력으로 찬불가와 가요를 수행의 방편으로 삼았다. ‘노래하는 스님’으로 산사음악회와 TV 등에 출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신성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시를 공부하고 있다. 2018년 <월간 우리시>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장과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하고 서산 서광사 주지로 전법에 앞장서고 있다. 조계종 포교대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노래하는 도신스님의 사부곡>이 있다.

서산=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이시영 충청지사장 lsy@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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