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송광사 ‘치성광여래도 환수 고불식’ 봉행

‘화기(畵記)’ 통해 송광사 불화 확인
종단‧송광사‧국외소재문화재재단
긴밀한 협업 통해 환수 성과 이뤄

송광사, 종단에 ‘성보환수 기금’
1000만원 쾌척… ‘의미’ 더해

조계종과 총무원은 7월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에서 ‘송광사 치성광여래도 환수 고불식’을 봉행했다. 사진은 다시 예경의 대상으로 돌아온 치성광여래도를 친견하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모습.
조계종과 송광사는 7월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에서 ‘송광사 치성광여래도 환수 고불식’을 봉행했다. 사진은 다시 예경의 대상으로 돌아온 치성광여래도를 친견하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모습.

국외로 유출됐던 조계총림 송광사 치성광여래도가 종단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그리고 원 봉안처인 송광사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예경의 대상으로 돌아왔다. 조계종 총무원(총무원장 원행스님)과 송광사(주지 자공스님)7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에서 송광사 치성광여래도 환수 고불식을 봉행했다.

송광사 치성광여래도는 불화의 화풍과 남아있는 화기(畵記, 그림에 적힌 여러 글귀)를 통해 1898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선 고려 후기부터 조선 후기까지 조성된 치성광여래도가 전해지는데, 이번 송광사 경우엔 19세기 후반 전라도를 중심으로 유행한 형식이다.

화기에 따르면 수화승(首畵僧) 묘영스님과 차화승(次畵僧) 천희스님이 함께 조성한 것으로 특히 묘영스님의 화풍적 특징이 강하게 반영돼 있다. 불화 중앙엔 치성광여래가 있고, 그 좌우엔 해와 달을 상징하는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 합장을 한 모습이다. 천공(天空)에 해와 달을 상징하는 붉은 원과 흰 원을 별도로 그렸다는 게 특이점으로 꼽힌다.
 

송광사 치성광여래도 환수고불식에서 예를 올리고 있는 스님들의 모습.
송광사 치성광여래도 환수고불식에서 예를 올리고 있는 스님들의 모습.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치성광여래 대좌 아래에 표현된 남극성을 상징하는 자미대제와 28수이다. 이는 19세기 후반 전라도를 중심으로 조성된 치성광여래도의 특징으로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국외로 유출된 시기와 이유는 특정할 수 없으나 한국전쟁 등 국내 혼란기에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외로 유출된 송광사 치성광여래도를 존재를 확인한 것은 국외소재문화재단이다. 국외경매시장에 출품된 한국문화재 모니터링 중 치성광여래도’ 1점을 발견하고 곧바로 종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종단은 화기 앞부분에 제작 연도와 봉안 사찰명이 훼손된 상황이었음에도 불화의 화풍과 남아있는 화기를 분석해 송광사 산내 암자인 청진암에 봉안된 불화였음을 확인했다.

송광사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도 성보 환수를 위한 적극적으로 임했으며 지난 628일 최종적으로 송광사 치성광여래도를 영국에서 환수했다. 종단과 송광사 그리고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업이 성보 환지본처라는 결실을 맺은 것이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이번 송광사의 치성광여래도가 돌아온 것은 성보 보존과 전승을 염원하는 불자들의 원력과 우리 문화재 보존에 관심이 많은 국민들의 염원이 맞닿아 이루어진 부처님의 가피”라고 역설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이번 송광사의 치성광여래도가 돌아온 것은 성보 보존과 전승을 염원하는 불자들의 원력과 우리 문화재 보존에 관심이 많은 국민들의 염원이 맞닿아 이루어진 부처님의 가피”라고 역설했다.

이날 환수고불식에서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성보는 시대속 민중들의 염원을 담아 조성됐고, 지금까지 전승돼 우리 정신문화와 전통문화의 근간이 됐다그렇기 때문에 불교문화재가 불자들만의 문화재로 국한돼 해석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국민의 자부심과 정신문화가 깃든 문화재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종단의 문화재 환수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어왔다이번 송광사의 치성광여래도가 돌아온 것은 성보 보존과 전승을 염원하는 불자들의 원력과 우리 문화재 보존에 관심이 많은 국민들의 염원이 맞닿아 이루어진 부처님의 가피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문화재 환수를 위한 기본적 재원마련과 효과적인 환수시스템 구축 등의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송광사 주지 자공스님은 "다시는 성보가 국외로 유출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다짐하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광사 주지 자공스님은 "다시는 성보가 국외로 유출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다짐하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광사 주지 자공스님은 긴 시간 우리 곁을 떠나있던 송광사의 성보를 다시 모실 수 있게 도움을 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오늘 이 자리는 예경의 대상으로 돌아온 성보를 맞이하는 기쁜 자리임과 동시에 다시는 불교문화재가 국외로 유출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다짐하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자공스님은 총무원장 원행스님에게 성보환수 기금’ 1000만원을 전달하며 의미를 더했다. 이 기금은 송광사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했으며, 불교 성보가 부처님 도량이 아닌 다른 곳에 유출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성금이다. 종단에서는 향후 국외 유출 성보 환수에 기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송광사 주지 자공스님은 총무원장 원행스님(오른쪽)에게 ‘성보환수 기금’ 1000만원을 전달하며 의미를 더했다.
송광사 주지 자공스님은 총무원장 원행스님(왼쪽)에게 ‘성보환수 기금’ 1000만원을 전달하며 의미를 더했다.

이날 고불식에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교육원장 진우스님, 포교원장 지홍스님을 비롯해 총무원 부실장 스님들, 송광사 주지 자공스님, 진화진경스님을 비롯한 중앙종회의원 스님들, 최응천 국외문화재재단 이사장 등이 함께 참석해 돌아온 성보에 대한 예경 의식을 함께했다. 이어 영국에서 돌아온 치성광여래도를 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예경의 대상으로 돌아온 송광사 치성광여래도에 예를 올리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모습.
예경의 대상으로 돌아온 송광사 치성광여래도에 예를 올리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모습.

총무원 문화부장 오심스님은 이번 환수는 원 봉안 사찰인 송광사의 적극적인 노력과 의지를 기반으로 종단과 사찰,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협력에 힘입은 성과라며 종단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과거 운문사 칠성도’, 봉은사 시왕도’, 범어사 신중도환수를 통해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체계적이고 다각적인 국외 유출 선보 환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환수고불식 이후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환수고불식 이후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사진=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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