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고 협치를 당부했다. 7월1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방문한 주 원내대표에게 총무원장 스님은 “협치를 통해 경제와 남북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주 원내대표도 “어느 때보다 불교의 화쟁(和諍) 사상이 필요한 때”라며 총무원장 스님의 협치에 호응했다.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에 처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 간 왕래와 이동이 끊겨 국민들 삶이 어렵다. 공장 기계가 멈추고, 식당이 문을 닫고, 항공기도 운행을 중단했다. 산업이 마비되다 보니 실업자가 속출했다. 특히 일용직 비정규직 등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놓인 사람들이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설상가상 부동산 가격이 치솟아 서민들 내 집 마련이 더 힘들어졌다. 남북관계도 다시 차갑게 식었다.

경제 남북관계 등 어느 하나 좋은 소식이 없는데 이를 책임져야할 정치권은 또 다시 옛날처럼 정쟁으로 날을 샌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서민들의 삶을 위한 경제입법, 남북관계 개선, 약자 보호를 위한 차별금지법, 규제 개혁 등 입법과제가 산적한데도 여야는 정파 싸움에 매달려 역대 최고로 늦은 개원으로 국민들 화만 더 돋았다.

여야 모두 책임이 있지만 거대 의석수를 확보한 국정 책임자 여당이 감당해야할 몫이 훨씬 크다. 여당은 180석이라는 의정사상 최대 의석을 챙겼으면서도 그동안 제대로 한 일이 없다. 일은 고사하고 개원 전부터 당선자의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국민과 여론의 지탄만 받았다.

능력이나 도덕성 보다 정파를 중시하는 제 식구 감싸기에다 국민 여론과는 동떨어진 발언 등으로 국정 동력을 상실했다. 그 결과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벌어진 반전은 여당이 자초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우리 종단은 정치권에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정치와 종교 모두 나라와 국민 행복과 평안을 위한다는 점에서 방향만 제시할 뿐이다. 총무원장 스님의 협치 요청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국민들을 위한 충정에서 나온 고언이다. 총무원장 스님이 당부한 협치는 무원칙한 협력, 적당한 타협과는 거리가 멀다.

협치를 위한 구체적 실천은 육화(六和)에서 찾을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공동생활에서 중요한 덕목 6가지를 말씀하셨으니, 화동 애경(戒和), 같은 견해(見和), 이익 균등 배분(利和). 부드러운 행동(身和), 자비로운 말(口和), 상대방 의견 존중(意和)이다. 

여섯 가지 항목 모두 정치인이 새겨듣고 실행해야 할 덕목이다. 좋은 말과 부드러운 언행으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다른 의견도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는 수행자의 공동생활 덕목이면서 한 나라를 책임지는 정치인의 자세다.

육화 정신을 제대로 지키면 총무원장 스님께서 강조한 협치는 저절로 이루어 질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정쟁이나 싸움은 제 이익만 챙기려는 이기심에서 나온다.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부터 되돌아보는 여유와 배려만 있다면 국민들 삶이 훨씬 더 나아질 것이다.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한다.

[불교신문3601호/2020년7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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