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강사 4년 강주 6년
“강의 앞서 매번 설레…”


“행복해하는 모습에 절로 환희심 납니다”
새벽 두 시 전 기상 강의 준비…차질없어

선행스님
선행스님

맡은 바 직책이나 임무를 소임(所任)이라 한다. 승가에서는 소임을 ‘맡는다’는 표현보다는 ‘본다’고 한다. 소임 또한 정진의 일환으로 삼아 임하라는 의미겠다. 흔히 승가의 소임은 ‘닭 벼슬만도 못하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벼슬이 아니요. 세속적인 벼슬로 연연함을 경계한 데서 나온 교훈이리라. 

그동안 강원에서 강사 소임으로 4년. 강주 소임은 6년을 보았다. 그때마다 함께 공부한 도반 스님과 주변 스님의 추천이 있었다. 한 번은 강주 소임을 보게 된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처음 강주 소임을 보게 된 사찰에서는 소임자가 직접 찾아와서 권유를 받고 부임했다.

다른 사찰에 취임할 때는 어느 중진 스님께서 본인이 추천했다는 전화연락을 받았는데, 사중에 얘기를 했으니 가서 인사하라는 요지였다. 곧바로 사양했다. 한 시간쯤 지나 해당 사찰의 주지 스님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만날 장소를 정했다. 그렇게 해서 강주 소임에 부임했다. 때론 소임을 보는 과정에 있어 형식과 절차가 필요하겠다. 

지금은 사중의 포교국 소임을 보고 있다. 불교대학의 800명이 조금 넘는 12반과 <통도>회보 편집을 관장하는 소임이다. 불교대학의 세 반 곧 제반 경(經)을 편집한 교재와 <금강경>, 선어록을 강의한다.

그리고 처음 입문하여 공부하는 네 반에서는 ‘팔정도’와 ‘업’을 주제로 특강을 반마다 두 차례에 걸쳐 2시간씩 강의했다. 소임을 본지 달 포 동안 늘 새벽 2시 이전에 기상해서 강의를 준비하고 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 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지난 날 참선할 때의 정진이 바탕이 되었지 싶다.

1991년 동안거에는 해인사 선원에서 다각 소임으로 첫 철을 성만했다. 당시 밤 10시에 취침해서 새벽 2시에 기상했다. 밤 10시에 방선(放禪)하면 말똥한 상태로 잠들기가 무섭게 새벽 두 시에 기상하다 보니 반 철까지는 비몽사몽간에 어떻게 잠을 잤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렇게 한 철(석 달)을 지내면서 4시간 잠자고 거뜬히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이후 1993년 동안거는 지리산 반야봉에 위치한 묘향대에서 용맹정진을 하면서 한 철을 지냈다. 그에 앞서 그해 늦가을 납자 7명이 보름동안 용맹정진을 끝내고, “이 참에 제대로 정진을 해 봅시다.” 결의한 4명이 이어서 동안거 결제를 했다.

처음 보름동안은 결의한 대로 용맹정진을 했는데, 날이 더할수록 두통이 너무나 심해 양해를 구했다. 밤 11시부터 새벽 한 시까지 두 시간. 앉았던 좌복에서 새우잠을 취하듯 취침을 했다. 그때의 용맹정진 계기로 두 시간 숙면을 취하고도 일상 무리가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지난해 가을에는 불교라디오 방송에서 <원각경> 강의를 하면서 넉 달여 하루에 3~4시간 취침을 하며 준비했다. 이어 방송을 마칠 무렵 불교신문사로부터 매주 원고지 9매 분량으로 그간의 경험과 불자들의 신심에 도움 될 내용으로 1년 간 연재 제의를 받고, 일주일 중에 3~4일은 독경과 독서에 매진하고 3~4일은 원고에 집중하면서 하루에 3~4시간 취침을 취해왔다.

그러한 연장선에서 요즘은 어김없이 새벽 두 시 이전에 기상해서 강의 준비를 하고서야 그날의 일정에 차질 없는 일상이 되었다. 요사이 강의를 듣는 분들의 반응이다. “행복해 하는 모습에 절로 환희심이 납니다.” 그래서 일까. 강의에 앞서 매번 설렌다. 지금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만족감이 위안이 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불교신문3601호/2020년7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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