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은스님
동은스님

멀리서 도반 현진스님이 오셔서 바람도 쐴 겸 강릉에 있는 유명하다는 커피 집에 갔다. 강릉은 해마다 커피축제를 할 정도로 유명한 커피집들이 많다. 우스갯소리로 강릉사람들은 모두 바리스타라고 할 정도다. 강릉이 커피고장으로 자리 잡게 된 계기가 있다. 이른바 대한민국 1세대 바리스타 ‘전설의 1서3박’중 한 분으로 알려진 박이추 선생이 강릉에 오면서부터다.

가끔 커피 마시러 다니며 친분을 쌓았는데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세계적인 바리스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선생이 나왔다. 아는 사람이 나와 반갑기도 했지만 그 분의 드립솜씨를 볼 수 있는 기회다 싶어 앞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카메라가 선생의 모습을 줌인 하는데 물 주전자를 빙빙 돌리다가 탁자에 탁 내려놓는 모습이 멋있기도 하고 신기해 보였다. “맞아, 저기에 뭔가 비법이 있나보다”하고 생각했다.

어느 날 카페에 가서 인사를 나누고 커피를 주문했다. “저번에 선생님 나오는 다큐 잘 봤습니다. 아주 멋지던데요. 그런데 물 주전자를 계속 들었다 놓았다 하시던데 혹시 거기에 커피 맛의 비법이 있지 않나요?” “네? 하하, 비법이라뇨. 주전자 오래 들고 있으면 팔이 아파서 그냥 그랬던 겁니다.” “네? 정말요?” 

영화 ‘쿵푸팬더’를 보면 무법자를 무찌를 자신이 없어하는 아들에게 평생 숨겨온 국수의 비법을 귀에 대고 속삭인다. “사실 내 비밀국수의 비밀재료는 없단다. 뭔가 특별한 걸 만들려면 그냥 그것이 특별하다고 믿기만 하면 돼” “네?, 비법이 없었다고요?”

가끔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 분들이 마지막에 이것만은 알려줄 수가 없다며 취재를 허락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비법은 공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힘을 다하려는 진실 되고 성실한 그 마음이 모여 결국 맛집이 된 것이다. 부처님께서 어느 날, 문득,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니다. 6년의 뼈를 깎는 고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법은 없다. 오직 인과만 있을 뿐이다. 

[불교신문3601호/2020년7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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