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엽스님의 수제약차 이야기] ③ 약차와 인연 맺은 인생스토리
[선엽스님의 수제약차 이야기] ③ 약차와 인연 맺은 인생스토리
  • 선엽스님 남양주 마음정원 대표
  • 승인 2020.07.22 11:33
  • 호수 3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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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중 맑은 물 부드러운 바람 햇볕…최고 도반”

강원시절 보훈병원 법당 봉사
병원균 감염 목숨까지 잃을 뻔
자연 접하며 산중생활 하면서
산천에 깔린 약초 茶 달여 마셔

신경질환 소화불량 두통 사라져
몸 회복되고 건강 되찾아 ‘평온’

협심증은 심장으로 가는 혈류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심장 주위의 관상동맥이 마치 왕관처럼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데, 이 관상동맥의 혈압 및 혈류 조절 기능이 떨어져서 발생합니다. 제때 응급조치를 하지 않으면 그대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협심증으로 인해 몇 번이나 불시에 쓰러지곤 했으니 그때마다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했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강원에서 공부하며 5년동안 서울 보훈병원 법당에서 소임을 맡았습니다. 병원 지하 법당의 요사로 쓰이는 공간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며 환자를 보살폈고 수행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삶을 마무리하는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과 진심어린 대화를 나누었으며, 일반 병동과 중환자실, 장례식장 등에서 다양한 봉사를 하고 쾌유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때 내 나이 겨우 30대 중반이었는데 힘은 들어도 매우 뜻깊은 수행의 시간이었습니다.
 

선엽스님은 “약차는 물질로 표현된 가장 건강한 자연 그 자체”라며 “약차의 효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강조했다.
선엽스님은 “약차는 물질로 표현된 가장 건강한 자연 그 자체”라며 “약차의 효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은 다도 봉사였습니다. 법당과 다실, 로비, 휴게실 등에서 환자들과 차를 마시며 마음을 나누는 것이 실은 봉사라기보다도 나를 다독이고 위로받는 휴식과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한 잔 차에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한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치고 힘든 이에게 차는 감로수이자 생명수였습니다. 

그런데 병원 소임 중에도 갖가지 병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습니다. 소화가 잘 되지 않고 툭하면 배가 아파 화장실을 찾아야 했습니다. 수시로 원인 모를 식은땀이 흘렀고, 여러번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협심증이야 익히 아는 병이었으나 이번에는 증세가 달랐습니다. 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해보았지만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고,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알 수 없는 병으로 고통받다가 소임을 끝내고 병원을 떠날 무렵에야 병원균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온몸이 마비되고 신경계에 극심한 고통이 엄습해 걷거나 앉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눕기도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이렇게 고통 속에 사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모든걸 부처님께 맡기고 다시한번 최선을 다해보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때부터 병을 고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노라 굳은 각오를 하고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의사처방에 따라 양약을 먹고 이름난 한의사를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단을 내리고 산속에 들어갔습니다.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싶을만큼 고통스러운 육신을 부여잡고 아픔과 싸우며 깊은 산중에서 홀로 투병생활을 했습니다.

외로운 가운데서도 맑은 물과 부드러운 바람이 벗이 되어주었고, 햇빛을 받은 한낮의 바위가 든든한 도반이 되었습니다. 나는 믿음직스러운 바위에 앉아 깊은 명상에 잠기거나 땀이 흥건히 날 때까지 거친 산길을 걸어 다녔습니다. 호젓한 산길을 걷다 보면 낯익은 약초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차를 공부하며 알게 된 식물들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소중히 품에 안고 와 차로 만들어 마셨습니다. 청정한 산에서 남몰래 자라는 약초들이 이런 식으로 나의 몸에 스며들었습니다. 그렇게 건강하고 맑은 것들과 함께 1년을 보낸 후 신기하게도 몸이 회복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약초가 놀라운 작용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약초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토양이 오염되지 않은 깊은 산중에서 자란 약초와 약재를 직접 채취해서 계절별로 약차를 만들어 꾸준히 마셨습니다. 놀랍게도 언제부터인지 지쳐 쓰러지는 일이 사라졌습니다. 협심증으로 인한 가슴 통증과 병원에서 얻은 신경계 질환으로 머리가 아프던 증상이 없어졌으며, 소화기계 질환으로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는 일에서도 해방되었습니다.

차의 놀라운 효능을 온몸으로 실감한 나는 평생을 차와 함께 수행하리라 결심했습니다. 전문지식을 얻기 위해 중국으로 갔습니다. 10대 명차의 산지를 비롯해 곳곳에 있는 차의 산지를 견학하고 중국차에 대해 깊이 공부했습니다. 중국에서 탐구열이 어느 정도 충족되자 한국에 돌아와 곧바로 차실을 열었습니다. 차와 함께하는 인생이 궤도에 오른 것입니다.

차실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또 오행(五行)의 장기마다 맞는 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국차에만 의존할 수도 없었습니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른데 토양과 기후가 다른 중국에서 자란 차가 한국의 차보다 한국인의 체질에 맞을리 없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약초를 캐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산과 들을 누비며 약재를 채취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땅에서 제철에 나는 식물로 체질별 맞춤차를 개발하려고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약차 1개 종을 개발하는데는 사실 엄청나게 많은 지식과 활동이 필요합니다.

제철 약재나 약초에 들어있는 성분이 우리 몸에 맞는지, 어떤 증상에 효과가 있는지, 혹시나 독성이 있지는 않은지, 어떤 식으로 복용했을 때 효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약초 전문가들이라는 한의사뿐만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수없이 자문을 구했고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을 비롯한 의학 서적을 탐독했습니다. 

일단 이론이 정립되면 갖가지 방식으로 차를 만들어보고 시음했습니다. 그것도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어느 정도 효험이 나타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마시고 느끼는 과정을 되풀이했습니다. 이처럼 차를 만든다는 것은 차를 제외한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멈추고 일시 정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저 밑바닥에서부터 욕망을 비우고 인욕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2017년 중국 CCTV에 선엽스님이 만든 약차와 한방차가 웰빙식품으로 소개됐다.
2017년 중국 CCTV에 선엽스님이 만든 약차와 한방차가 웰빙식품으로 소개됐다.

그 결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세계보이차대회에서 입상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2017년에는 중국 CCTV에 내가 개발한 약차와 한방차가 웰빙식품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당시 중국 정치인들과 기업인들 앞에서 약차의 효능과 법제 방법을 발표하여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2019년에는 뉴욕에서 열린 ‘고려불화 재현전’에 초대되어 아름다운 차문화를 퍼포먼스로 선보였습니다. 또한 LA, 뉴욕, 뉴저지를 돌며 한인 교포들과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티 디톡스 프로그램, 차명상, 차와 건강 강의, 차 만들기 시연회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다도에만 국한되었던 차문화를 차와 건강, 섭생을 통한 치유와 디톡스의 관점에서 소개함으로써 종교와 인종을 뛰어넘어 호평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의사들도 내가 개발한 약차에 관심을 보였으며, 미국의 한 유명 화장품 회사는 내가 법제한 약차로 천연화장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개발한 차가 어느덧 200여 종이 넘었습니다. 

약차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한 후 나는 이전의 수많은 병들과 결별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약차를 만드는 일에 온 마음을 집중합니다. 이제 제법 이름이 알려져 여러 방송사에서 출연요청을 해올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에서도 섭외가 들어옵니다. ‘차와 명상’이란 주제로 수시로 강의를 하며, 청하는 곳에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달려가 약차를 소개합니다.

내 몸에 맞는 한잔의 차는 몸과 마음을 정화할 뿐만 아니라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인생의 가장 큰 명약입니다. 자신을 돌아볼 틈 없이 앞만 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바쁜 생활로 인한 영양 불균형과 스트레스 때문에 기혈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갖가지 병을 안고 살면서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땅에서 난 건강한 제철식물로 만든 차를 마심으로써 병든 오장육부와 정신을 되살리는 것, 그것이 나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더불어 선천적 질환, 신경계나 면역계 손상 같은 현대병으로 아픈 사람들이 약차로 도움받길 바랍니다.

내 몸에 맞는 차 한잔을 제대로 마시면 몸과 마음이 치유됩니다. 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에 약으로 작용해 해독과 보혈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바빠서 정신없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도 간편하게 차 한잔 마시는 시간은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약차 한잔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주고 삶에 여유를 가져다주며 내면을 바라보는 명상의 시간을 선사한다고 확신합니다. 약차의 효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약차는 물질로 표현된 가장 건강한 자연 그 자체입니다.

[불교신문3600호/2020년7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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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2020-07-22 13:43:49
스님의 쑥차 색. 향. 미 에
흠뻑 취해 있는 1인 입니다.
고맙습니다.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