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7월15일은 백중이다. 4월 윤달로 인해 올해는 한 달 늦어져 양력 9월2일이다. 백중은 불교 주요 명절 중 하나다. 우란분절이라고 하는 백중은 돌아가신 부모님을 천도하는 날이며 3개월 간 하안거 정진에 들어간 수좌가 산문을 나서는 회향일이다. 수행하는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면 지옥에 빠진 부모 조상을 천도할 수 있다고 해서 효와 생명의 날로 여기는 불교 명절이다. 

지난 7월16일 전국 사암은 일제히 백중 기도를 입재했다. 조계사 봉은사를 비롯한 사찰에는 이 날 모처럼 많은 신도가 모여 스님의 독경소리를 들으며 간절히 기도했다. 오랜만에 보는 법당 풍경이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2월 정초 기도부터 3월 방생, 4월 부처님오신날까지 줄줄이 법회와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됐는데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아직 코로나가 완전 종식되지 않아 법당 출입자들 인적사항을 적고 체온을 재며 손소독제를 바르는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전보다 방역 지침이 완화됨에 따라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돌아가신 조상을 천도하면서 수행하는 스님들을 모시는 날이어서 의미가 더 깊다.

그동안 망설이거나 찾지 못했던 사찰을 찾아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맑고 향기로운 세상으로 이끄는 수행자의 공덕에 보답하는 복을 짓는 불자들의 행렬이 매주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워진 사찰 살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대인들의 생활 리듬을 감안해 토요일 재를 올리는 사찰 포교당도 있다. 날짜 보다 그 의미가 더 중요하므로 신도들의 편의를 생각하는 사찰의 배려가 고맙다.

사찰에서도 백중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한다고 한다. 선지식을 초청해 법문을 듣는 야단법석을 마련한 사찰도 있고, 스님들을 위해 가사나 공양물을 올리는 승보공양 법회도 열린다. 사찰 경내를 넘어 지역사회로 회향하는 사찰도 많다. 특히 효와 연관된 백중일의 특성을 살려 지역 어르신들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여는 사찰이나 신행단체가 많다. 소외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잔치도 많이 열린다고 한다. 백중이 지역 사회로 확산하는 좋은 사례다.

세간에서는 잊힌 전통명절 백중이 사찰에서 살아 숨 쉬는 것은 다행이다. 겨울의 동지와 더불어 여름 백중은 이제 사찰이 아니면 만나기 어렵다. 취지만 살린다면 변하는 사회에 맞춰 형식은 달리해도 된다. 노인잔치 소외계층 돕기로 확장한 백중행사가 그 좋은 사례다. 이를 위해서는 불자들의 적극 동참과 관심이 필요하다.

기성세대에서 끝나지 않고 젊은 세대로 확산시키기 위한 프로그램 계발이나 홍보도 절실하다. 1980년대 부천 석왕사는 여름 한철 고생했던 농부를 대접하던 백중 풍습을 살려 노동자를 위한 대잔치로 백중을 새롭게 해석해 청년들의 지지와 동참을 이끈 바 있다.

지옥중생을 구제하는 우란분절 의미는 갈수록 그 의미가 중요해지는 현대의 생명존중 사상이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위한 날로 백중을 자리 매김하면 젊은 세대들의 호응과 동참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신문3600호/2020년7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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