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사경장’ 국가무형문화재 제141호 최종 고시
보유자엔 김경호 화엄사 전통사경원장 인정
최상의 법공양물이자, 간경‧염불‧염법‧사불‧참선 등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수행법인 ‘사경(寫經)’이 국가무형문화재제141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7월20일 “부처님 경전을 종이 등에 옮겨 쓰는 불교 수행법인 사경장의 높은 역사성과 예술성을 고려해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으로 지정한다”며 “아울러 김경호(화엄사 전통사경원장) 씨를 사경장 보유자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사경장(寫經匠)은 사경 기술을 지닌 장인을 뜻한다.
사경의 문화재 지정은 불교수행 분야가 국가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앞서 승무 범패 연등회 등 불교예술공연 분야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바 있지만 수행분야로선 사경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 사경은 불교 전래와 함께 시작돼 역사가 1700년에 이르는 전통문화이다. 본래 사경은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전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으나 8세기 중엽 목판 인쇄술의 발달로 다량의 경전이 간행 및 유포되면서, 수행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역사적으론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 때 사경은 전성기를 맞는다. <고려사> 등에 따르면 국가 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사경 전문 제작 기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특히 고려 충렬왕 때에는 중국에 수백 명의 사경승(寫經僧)을 파견하는 등 대외적으로 고려 사경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졌다.
조선 시대에는 숭유억불의 기조가 유지되면서 쇠퇴하였으나, 일부 왕실과 사찰에 의해서 명맥이 유지됐다. 사경 문화재 중 통일신라 시대 때(745~755년) 제작된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국보 제196호)’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경 유물로 꼽힌다.
사경 제작은 크게 필사, 변상도(變相圖) 제작, 표지 장엄 세 가지로 구성되며, 세부적으로는 금가루 발색, 아교 만들기, 종이의 표면 처리와 마름질, 잇기, 선긋기, 경 필사, 변상도 그리기, 표지 그리기, 금니 표면처리 등 10여 가지 공정을 거친다.
사경 제작에는 서예·한문·불교 교리·회화 등에 대한 숙련된 기능은 물론이고, 경전의 오자·탈자가 없어야 하는 등 고도의 집중력과 장기간의 제작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필사 예술의 결정체로 평가받는다.
사경장 첫 보유자로 인정된 김경호 원장은 40여년 간 사경 분야에서 활동한 최고 권위자로 손꼽힌다. 지난 2002년 한국사경연구회를 설립해 국내외 전통사경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으며, 올해 초부터는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전통사경원장 소임을 맡으며 사경수행 전통계승과 대중화를 위해 진력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김경호 사경장 보유자는 전통 사경체(寫經體)를 능숙하게 재현하는 뛰어난 기량을 보유하고 있고, 각종 교육 기관에서 사경 관련 강의를 하는 등 오랜 기간 사경의 전승을 위해 활동했다”며 보유자 지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국가무형문화재의 신규종목 지정과 보유자 인정 등을 통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오랫동안 전통문화의 계승에 전념해 온 전승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전승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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