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이 맛을 혼자만 알고 계셨어요?”
“스님, 이 맛을 혼자만 알고 계셨어요?”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0.07.20 09:34
  • 호수 3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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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요리의 매력에 빠져
'사계절 맛'도 알게 된
평번한 회사원 ‘음식에세이’

“내게 주어진 삶을
더 좋아하게 됐다”

스님과의 브런치

반지현 지음 / 나무옆의자
반지현 지음 / 나무옆의자

“사찰요리 덕분에 눈앞의 하루를, 다가오고 사라지는 계절을, 내 곁의 사람들을, 내게 주어진 삶을 좀 더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며 마음 한편이 늘 불안했던 평범한 회사원 반지현 씨가 사찰요리를 만나고 배우며 변화해가는 내용을 담은 음식에세이 <스님과의 브런치> 최근 선보여 눈길을 끈다.

저자는 사찰요리를 배우면서 마음이 가볍게 통 하고 울리는 순간이 많았는데, 그런 순간을 그냥 흘려버리기 아까워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스님도 요리사도 아니고 사찰요리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한 것도 아니지만, 그저 사찰요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을 울리던 그 순간들을 들여다보고 더듬어보면서 이 책을 썼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통해 자신과 주변을 살피는 마음과 유쾌한 웃음이 묻어나는 글이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사찰음식처럼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려서부터 요리책 보는 걸 좋아하고, 사회 초년생 시절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도 원룸의 좁은 주방에서 홀린 듯이 요리에 몰두했지만 사찰요리에 매혹될 줄은 몰랐다. 다니던 회사의 사규에 따라 참가한 템플스테이에서 처음 절밥을 만났다. 밥이 너무 아름다워 탄성이 나왔다.

하루에 두 번 나오는 매 끼니가 그렇게 황홀할 수 없었다. 4박 5일간의 힘든 일정을 밥 덕분에 무사히 마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밥이 생각났다. 기억을 더듬어 그때 먹은 것을 흉내 내 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사찰음식 전문점을 찾아가 봐도 그때 그 음식이 아니었다.

그래서 “밥을 받아들었을 때 주위가 환해지던 그때 그 느낌을 찾고 싶었다”며 본격적으로 사찰요리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인생 첫 요리 선생님인 스님들에게 사찰요리의 맛과 정신을 배우면서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2017년 겨울부터 시작된 사찰요리 수업과 요리에 대한 열정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사찰음식을 배운 회사원 반지현 씨가 최근 음식에세이 '스님과의 브런치'를 출간했다. 6월26일 서울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에서 열린 ‘제4회 사찰음식 경연대회’에서 사찰음식을 만들고 있는 스님들의 모습.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사찰음식을 배운 회사원 반지현 씨가 최근 음식에세이 '스님과의 브런치'를 출간했다. 6월26일 서울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에서 열린 ‘제4회 사찰음식 경연대회’에서 사찰음식을 만들고 있는 스님들의 모습.

저자는 사찰요리를 배우며 얻은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가 “사계절의 매력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라 말한다. 계절을 듬뿍 담은 깜짝 놀랄 만한 메뉴를 접하면서 계절과 제대로 사랑에 빠졌음을 고백한다.

봄이면 통통하게 물오른 두릅을 튀겨내 매콤 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두릅강정, 여름이면 불린 콩을 되직하게 갈아 산뜻한 오이 고명을 올린 콩국수, 가을이면 간장과 조청에 버무린 후 깨를 솔솔 뿌린 쌉싸름한 우엉조림, 겨울엔 뜨끈하고 얼큰하고 개운하기까지 한 사찰 짬뽕이 오감을 깨워줬다고 한다. 여섯 가지 뿌리채소를 넣고 오랜 시간 뭉근히 고아낸 육근탕은 추운 날씨에 딱 어울리는 별미일 뿐 아니라 용맹 정진하는 스님들을 위해 경건한 마음으로 짓는 수행식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음식들과 함께하다 보니 가는 계절이 아쉽다가도 다가오는 계절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게 됐다”면서 “계절은 어김없이 다시 돌아오고, 그때마다 놀라운 기쁨을 건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이와 더불어 사찰음식이 가져다준 또 다른 선물은 시각의 변화다. 저자는 “다른 존재의 처지를 생각하는 사찰요리의 정신에 물들어 자연스럽게 채식을 시작했고,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디서 오는지 관심을 가지면서 욕심을 버리고 고마운 마음으로 한 끼를 마주하게 됐다”고 말한다.

요리를 하면서 먹는 이를 헤아리는 마음을 배웠고, 주위 사람들과 레시피를 공유하면서 무언가를 나누는 기쁨도 알게 됐다. 예전에는 불안하지 않기 위해 요리했다면, 사찰요리를 배우면서 요리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세상을 넓히는 훌륭한 방법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요리와 삶은 꽤나 닮았고, 사찰요리는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한 마음과 태도를 연습하는 장이라 할만하다. 저자는 “요리를 하면서 실수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는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기도 하고, 스님 말 안 듣고 요령을 부리다 망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 때마다 자신이 사는 방식을 돌아보고 시간을 내어 천천히 오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저자는 시간과 노력의 집약체이자 익을수록 투명해지는 죽을 저으며 생각한다. “나도 때가 되면 투명해졌으면 좋겠다고. 더 이상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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