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伽藍과 뫼] ⑩ 부산 승학산 구덕산 시약산과 사찰
[伽藍과 뫼] ⑩ 부산 승학산 구덕산 시약산과 사찰
  • 박부영 주필
  • 승인 2020.07.17 09:19
  • 호수 35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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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창간 60주년 특별기획’
산 바다 강 아파트 그리고 부처님…여기는 佛都 부산


행복한 세상 만드는 관음사
승학산 대표하는 가람 명성
학이 날아오르는 형세
무학대사가 이름 지은 승학산
구덕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내원정사와 부산항 일대.
구덕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내원정사와 부산항 일대.

 

부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불도(佛都)다. 
승복(僧服)을 입고 지하철을 타는 불자들이 흔하다. 
아무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모습이 
외지인들에게는 놀랍다. 
부산에는 산이 있고 강이 있고 
바다가 있으며 사찰이 많다. 
산에 오르면 이 모든 광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 차례 장마가 지나고 불볕 더위가 몰려온다는 
소식을 들으며 하단에서 승학산(乘鶴山)으로 올랐다.

승학산 정상에 서면 낙동강 하구언과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승학산 정상에 서면 낙동강 하구언과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 낙동정맥 기운 모인 하단

승학산은 하단에서 끝맺고 낙동강과 남해가 만나는 바다로 뛰어든다. 하단은 그러므로 낙동강의 물줄기와 낙동정맥의 기운이 모두 모이는 최고의 길지인 셈이다. 그래서 사람도 몰리는지 모른다. 

승학산 아래는 많은 절이 있다. 모두 근현대에 지은 신생 사찰이다. 부산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조선시대부터 왜관이 들어서는 등 과거부터 일본과 밀접했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후 부산을 새로운 도시로 개발한 것은 당연한 수순인지 모른다. 한반도 육지 최남단에 위치한 부산은 일제시대 도시로 건설된 후 한국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 제2의 도시가 됐다. 

근 현대에 성장한 부산의 주산(主山)이 승학산에서 구덕산 엄광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다. 사찰도 사람을 따라 찾아든다. 한적한 어촌이 제2의 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이 곳 산에도 수많은 절이 들어섰다. 수 백년 천년이 흐르면 그 중 몇몇은 천년고찰로 후대에도 사랑받을 것이다.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과 함께 울고 웃고 더불어 살되 부처님 가르침을 제대로 지키는 수행자가 지키는 사찰이 바로 천년을 가는 명찰이다. 
 

승학산 구덕산을 보여주는 안내도.
승학산 구덕산을 보여주는 안내도.

승학산 가는 길에 처음 만난 관음사가 바로 그런 사찰이다. 송광사 부산분원 관음사는 조계총림 방장을 지낸 보성스님의 상좌 지현스님이 오늘날의 복지도량으로 일궜다. 관음사는 이 곳 당리를 대표하는 종교기관이자 복지기관이다. 1940년 5월5일 ‘일체중생의 구고구난을 실현’하는 원력을 세우고 일련화상이 창건한 관음사는 이후 봉구, 해운, 만용, 법령스님으로 이어지면서 사격을 갖추었다. 1962년 만용스님이 불교종교단체로 등록하고 법령스님이 대웅전, 요사(자인당), 후원(오관당)을 건립했다. 또 주변 토지를 구입해 650평 규모로 확장했다. 

관음사 사격이 크게 일어난 계기는 송광사 부산분원으로 등록하고 지현스님이 부임하면서다. 1983년 송광사 부산분원으로 등록한 뒤 1989년 1월부터 주지를 맡은 지현스님이 오늘날의 관음사를 만들었다. 조계총림 율주이며 율사로 명성이 높은 지현스님은 관음사를 이름 그대로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도량으로 조성했다.

1998년 만든 사회복지법인 ‘늘기쁜 마을’ 산하에 두송종합사회복지관, 사하사랑나눔푸드마켓, 부산사하두송지역자활센터, 다정한어린이집, 느티나무지역아동센터, 두송주간노인복지센터, 두송노인복지센터, 환희노인요양원, 환희노인주간보호센터, 환희불교복지대학 10개 기관을 운영한다. 
 

관음사 복지시설.
관음사 복지시설.
관음사.
관음사.

◇ 모든 계층 분야 망라하는 복지타운 관음사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전 계층을 포괄하며 어린이집 보호센터 대학 복지관 등 내용에서도 빈틈이 없다. 그야말로 복지의 완결판이다. 상주직원이 200여명, 환희불교복지대학이 배출한 호스피스 봉사자가 1600여 명에 이르는 병원 보호센터는 규모도 크다. “지혜자비 원력을 갖춘 관세음보살처럼 사람을 기쁘게 하는 공동체”를 꿈꾼다는 지현스님의 원력이 깃든 관음사를 보며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이쯤 되면 승학산을 대표하는 가람으로 손색이 없다.

관음사를 나와 다시 승학산으로 500m 가량 올라가자 엄청난 크기의 기와 지붕을 머리에 얹은 유치원이 나온다. 그 뒤에는 대규모 법당 세 채가 서있다. 일반 사찰과 규모나 생김새와 다르다. 마치 대만의 큰 사찰을 보는 듯 하다. 다른 종단 사찰이라고 한다. 

승학산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못찾아 헤매다 운동 나온 마을 주민에게 물어 겨우 길을 잡았다. 전날 내린 비로 곳곳에 물길이 생겼다. 올라가는 길이 사방으로 어지럽게 나있다. 등산로로 잘 쓰이지 않는 듯 했다. 내려오는 사람도 올라가는 사람도 없다. 

한참을 올라가자 사방이 트이더니 점차 감천항이 눈에 들어온다. 화물선이 주로 드나들던 감천항은 부산항을 대체하는 항구로 자리잡았다. 산 위로 더 올라가자 이번에는 멀리 가덕도 거제도까지 들어온다. 사람 소리가 들린다. 정상이다.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해안으로 절벽이 드리워 내려다 보는 경치가 더 장관이다. 

절벽에 서니 낙동강과 바다 아파트가 즐비한 서부 부산과 명지 김해 일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볼 수 없는 절경이다. 이 풍경 하나만으로도 승학산에 올라올 이유가 충분하다. 

고려 말 무학대사가 전국을 다니면서 산세를 살피다가 이곳에 이르러 산세를 보니 마치 학이 날아오르는 듯 하다고 하여 승학산(乘鶴山)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산 이름에 담긴 내력을 새긴 비석이 정상에 서있다. 산 아래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비석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모습이 풋풋하다. 

승학산을 뒤로하고 구덕산으로 향했다. 승학산은 서로 다른 두 산이 함께 있는 것처럼 남쪽과 북쪽 생김새와 지질이 다르다. 남쪽 부근이 바위로 덮인데 반해 북쪽 구덕산으로 향하는 곳은 넓고 평평하다. 이곳이 부산의 명물 승학산 억새 군락지다. 도심 한 가운데 강과 바다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산 정상에는 억새군락지가 있다니 놀랍고 부럽다. 억새를 보호하기 위해 길이 잘 조성돼 있다. 
 

억새 군락지.
억새 군락지.
화엄사.
화엄사.

◇ 당대 최고 강백 주석처 화엄사

억새밭이 막 시작되는데 낙동강 방향 쪽으로 푯말이 눈길을 끈다. 1.1km 아래 화엄사가 있음을 알리는 푯말이다. 당대 최고의 강백 각성스님이 주석하는 그 화엄사다. 시내에서 승용차로 들어가서 큰스님을 만난 적은 몇 번 있지만 산을 통해 가는 것은 처음이다. 화엄사를 들렀다 다시 올라오기로 하고 하산 길을 잡았다. 

화엄사는 이 시대 최고의 강백 각성스님이 주석한다. 스님은 동양의 정신 유불선 삼교에 달통한 탄허스님의 맥을 이었다. 탄허스님이 여러 제자 중 유일하게 교정을 맡길 정도로 한학이 출중하다. 18세 출가 전에 속가에서 사서삼경을 통달하고 출가 3년만에 <금강경>을 강의 했다는 전설 같은 일화가 넘쳐난다. 

통화불교전문연수전강원, 원각선원, 화엄학연구원 등의 현판이 스님이 공부하고 가르치는 불교학과 사상의 일단을 보여주는 듯 하다. 대적광전 현판 아래는 ‘대화엄보현 참회 기도도량’이라고 적혀 있다. 

화엄사를 나서는데 차가 들어오고 각성스님이 내린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드리고 몇 말씀 여쭙고 싶었지만 외출 갔다 돌아와 쉬려는 노스님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합장인사 하고 돌아섰다. 

다시 승학산으로 올랐다. 내려올 때보다 훨씬 수월하다. 미끄러워 조심하느라 꽤 길게 느껴졌는데 올라갈 때는 어느새 화엄사 표지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넓은 억새밭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그 아래는 감천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억새가 우거진 산 위에서 아파트로 둘러싸인 도시와 바다를 한꺼번에 바라보며 걷는 기분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다. 풀 숲에서 이름 모를 벌레소리가 합창한다. 자연과 도시 바다와 산 그리고 부처님 더 이상 바랄 것도 보탤 것도 없다. 

승학산과 구덕산 경계는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차가 올라올 수 있는 임도다. 이름이 제석골이다. 제석골은 승학산과 구덕산 시약산 경계를 이루는 골짜기를 말한다. 부산일과학고등학교가 있는 곳이다. 제석천은 불교의 수호신이다. 수미산 정상에 위치한 도리천의 중앙에 살며 우주를 총괄하고 부처님을 수호한다. 인도의 여러 신인데 불교에 들어와 수호신이 되었다. 

제석천은 선행을 실천하여 도솔천에 올랐다. 부모와 어른을 잘 모시고, 부드러운 표정과 말, 진실한 말, 보시 등 7가지를 잘 지켜 천선이 되었다. 그 반대는 아수라다. 번뇌에 갇혀 늘 다투고 싸운다. 베풀고 부드러운 얼굴 남을 칭찬하는 자가 넘치면 평화로운 제석천이 이기고, 욕심에 가득 차 화내고 다투면 혼란하고 시끄러운 아수라 세상이 된다.
 

승학산 시약산의 수많은 약수터.
승학산 시약산의 수많은 약수터.
승학산 유래를 설명하는 비.
승학산 유래를 설명하는 비.

◇ 자비 평화 꿈꾸는 제석골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일렀다. “나는 서른여섯 번이나 되풀이하여 제석천(帝釋天)이 되었었고, 수 없이 많은 세상에 전륜왕(轉輪王)이 되었었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복 짓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왜냐 하면, 그것은 즐거움을 누리는 원인으로서 매우 사랑하고 공경할 만한 것이니, 이것을 복이라고 한다.” 베풀고 사랑하고 공경하면 복이요 제석천 세상이다. 

그런데 설명이 엉망이다. “제석골이라는 계곡은 기우제를 드리는데서 비롯됐다. 제석은 ‘하늘임금’이라는 불교용어로 키가 작고 얼굴이 붉으며 다리에 털이 수북이 난 제단 할머니가 돌산 공사의 폭발음 때문에 떠났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고 적었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전국의 제석사 제석골이라는 이름은 기우제단이 있는 곳이라니 사하구청에서 붙인 설명이 민망하다. 

제석골을 지나 구덕산(九德山)으로 올랐다. 구덕산에 오르면 부산항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부산 서구 중구 동구 영도 일원에다 멀리 해운대까지 조망된다. 눈을 북으로 돌려 낙동강을 바라보면 강이 산과 들을 따라온 길이 또 눈에 들어온다. 

구덕산에 오르니 기상대와 방송국 송수신탑이 서있다. 부산 어디서나 바라보이는 탑이다. 구덕(九德)은 부처님 상호를 일컫는 불교용어다. 부처님 상호를 일러 여래십호(如來十號) 혹은 ‘붓다구덕(九德)’이라고 한다. 부처님 명호를 이렇게 산 이름에 붙였으니 과연 불도(佛都) 답다. 하지만 어디에도 비슷한 설명조차 없다. 제석골처럼 엉뚱한 설명을 갖다 붙이느니 차라리 입 다무는 게 나을지 모른다. 

기상관측소를 지나 시약산으로 가다 정자를 만났다. 정자 앞에 서니 부산항이 손에 닿을 듯 한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돌리니 산 가운데 엄청난 크기의 사찰이 눈에 들어온다. 내원정사다. 허공으로 솟은 듯 삐져나간 암벽 위에 간신히 앉아 카메라를 눌렀다. 내원정사와 부산항, 멀리 해운대가 렌즈에 들어온다. 

시약산의 ‘시(蒔)’는 한자로 ‘모종낼 시’, ‘풀이름 시’다. 부산시는 지명풀이를 약초를 심거나 채취한 곳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적고 있다. 구덕운동장에서 괴정으로 넘어가는 대티터널 위가 시약산이다. 시약산 아래 길게 난 계곡 이름이 사리골이다. 수행자의 몸에서 나오는 사리(舍利)를 일컫는다.

그런데 설명이 제멋대로다. 싸릿골이라고 쓴 곳도 있다. 몰라서 그런지 의도적인지 알 수 없지만 산 곳곳이 불교지명이며 이야기가 담겼는데 행정당국이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듯 해 안타깝다. 시약산을 거의 다 내려오자 계곡물이 우당탕 시원하게 흐른다. 승학산과 마찬가지로 시약산에도 물이 풍부하다. 물은 낙동강으로 흐른다. 
 

승학사.
승학사.
사리암.
사리암.

◇ 박종철 49재 지냈던 시약산 사리암

산을 벗어나면 동주여자대학이 나오고 그 정문에 사리암이 있다. 왼쪽에 위치한 승학산에서 능선이 힘차게 뻗어 절을 감싸고 오른쪽 산능선은 웅장하면서 짧게 안으로 절을 감싸는데 정면 일자능선 위로 연꽃처럼 솟은 연화봉이 보호한다. 예로부터 큰 수도인이 나올 터라고 한다. 영험도 큰 도량이다. 사리암 부처님께 기도 올리면 한약냄새를 맡게 되어 병고에서 벗어나고 현세에 심신이 안락하고 사후에는 극락세계에 왕생한다고 한다. 

절 안내문에 따르면 사리암은 원진여성보살이 시약산 중턱에 기도처를 정하고 기도하던 중 선몽을 받아 해인사 길상암 명진스님 원력과 박점순 공양주 보살의 인연으로 중창불사를 했다. 대웅전 삼성각 적묵당 종각 요사채를 마무리하여 해인사 말사 사리암으로 등록했다. 부산 시내에 위치한 좋은 입지 덕분에 사리암에는 전국에서 고승이 머물던 명찰이다. 

사리암은 1980년대 정국의 한복판에 섰었다. 1987년 수배자를 대라는 경찰의 고문에 목숨을 잃은 서울대 2학년 박종철군의 49재를 지낸 사찰이 사리암이다. 박종철군의 부친 고 박정기씨를 비롯한 가족이 이 절의 오랜 신도였던 인연으로 당시 사리암 주지 도승스님이 49재를 봉행했다. 몇 해 전 당시를 묻는 기자에게 “불교가 시대 정신에 어긋나지 않게 노력하고 싶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좋은 길로 가기를 빌어주고 세월이 지나도 기억하는 것 뿐”이라던 도승스님의 말이 떠올랐다. 

다음 날 해인정사를 찾았다. 해인정사는 시약산 정상에서 내려오다 사리암과는 반대 방향 능선으로 내려가면 만난다. 해인정사는 1996년 수진스님이 작은 토굴에서 시작해서 대대적으로 일으킨 신생 사찰이다. 1999년 8월 5000여평의 사찰 부지를 마련하고 불사를 시작해 2000년 6월 대적광전을 건립하여 2003년 완공했다.

수진스님은 부산 불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고승이다. 해인승가대학에서 오랫동안 후학을 지도한 스님은 해인정사를 창건하여 부산불자들에게 정법을 전파하고 주민들에게 자비행을 베푼다. <화엄경 청량소초> 230권을 처음 완역하는 등 강백으로서 명성이 높다. 동명대학에 국제선센터를 개설하여 선을 지도하고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기반을 조성하고, 조계종부산불교연합회를 통해 재가안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승학산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사찰은 승학사다. 승학산 산명을 딴 절이 있어 반갑다. 구덕터널을 나와 김해공항으로 가는 방향에 자리한 승학산은 차량 이용이 가능하지만 너무 가팔라서 위험하다. 3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가야 할 정도로 높은 곳에 자리했다. 작은 암자였던 사찰을 불사를 크게 일으켜 승학산의 또 다른 명물로 자리 잡았다. 부산시유형문화재인 석조아미타여래좌상이 유명하다. 
 

내원정사.
내원정사.

◇ 어린이 포교 복지 명성 높은 내원정사

승학사를 나와 구덕산으로 향했다. 구덕공원 꽃마을을 지나면 서부 부산을 대표하는 내원정사가 나온다. 오랜만에 찾아오는 내원정사는 절 입구 도로를 포장하고 차량 차단기를 설치하는 등 많이 달라졌다. 한국유아교육의 대명사라 불리는 ‘내원정사 유치원’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들 조잘거리는 소리가 정겹다. 유치원 위로 난 산길을 올라가면 내원정사 식물원이다. 아이들은 이 곳 식물을 직접 키우고 만지고 가꾸며 자연을 체험하고 익힌다. 그 위에는 국내 최고 최대 시설을 자랑하는 템플스테이관이다. 

내원정사가 자리한 산은 엄광산(嚴光山)이다. 그러나 보통 구덕산 내원정사로 불린다. 구덕산을 불국토로 조성한 분은 정련스님이다. 은사 석암스님을 모시고 작은 암자에 깃든 스님은 혼자서 가람을 일신하고 한국적 유아교육을 실현했다. 거제도에 불교최초의 재활병원을 세웠으며, 몰운대복지관, 함지골청소년수련관 등 수많은 복지시설을 운영한다. 스님은 세수 여든을 맞아 상좌스님에게 물려 준 뒤 거제도에서 장애인 재활치료와 복지에 매진하고 있다. 

주지 스님의 독경소리가 내원정사와 구덕산에 울려 퍼졌다. 스님의 독경소리,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함께 들리는 내원정사와 구덕산이 부처님인 듯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맴돈다. 

 

◼ 구덕산 명칭과 부처님

부처님 상호 일컫는 붓다 구덕
부산시민 사랑받는 명산 명찰

구덕산이라는 이름은 불교에서 나왔다. 

부처님 상호를 일러 여래십호(如來十號) 혹은 ‘붓다구덕(九德)’이라고 한다. 여래(如來)는 부처님이라는 호칭과 함께 가장 중요하게 쓰이는 용어다. 

여래를 합쳐 모두 10가지로 불리니 여래, 응공(應供), 정변지(正遍知), 명행족(明行足), 선서(善逝), 세간해(世間解), 무상사(無上士), 조어장부(調御丈夫), 천인사(天人師), 불세존(佛世尊)이다. 응수공양(應受供養)에서 온 응공은 깨달음을 얻었기에 마땅히 공양을 받아야 될 분이라는 뜻이며 정변지는 산스크리트어의 삼먁삼보리다.

깨달음의 지혜와 실천을 함께 갖추신 분 명행족, 고통스런 생사윤회의 강을 건너가신 분 선서, 이 세상을 완전하게 이해하신 분 세간해, 산스크리트어 아뇩다라인 무상사,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분 조어장부, 하늘의 신과 중생의 스승을 천인사, 깨달은 사람 불과 중생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분의 세존을 합친 불세존, 이렇게 열 가지다. 

부처님이 얻은 최상의 절대적 깨달음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하니 9가지 즉 구덕으로 불러도 마찬가지다. 

부처님께서는 번뇌를 떠나 완전한 깨달음을 얻어 밝음과 실천을 갖추고 중생을 진리의 길로 인도하고 세상일을 모두 알고 잘 이끌어 천상과 인간의 스승으로 찬탄받는, 존귀한 분이다. 그래서 여래이며 붓다이며 세존이시다.

부처님의 산 구덕산에는 그래서 아이들과 시민과 수행자와 외국인들이 부처님 품안에서 함께 웃고 어우러지는 내원정사가 있다.

부산=박부영 주필 chisan@ibulgyo.com

[불교신문3598호/2020년7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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