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의 의미…전국 사찰 주요 백중 행사

불교 대표하는 5대 명절
지옥 중생들의 천도위해
재공양(齋供養) 올리는 날
전국 사찰에서는 효와
자비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백중의 참된 의미 되새기는
법석으로 백중기도를 준비

9월2일(음력 7월15일)은 2020년 백중이다. 백중을 앞두고 전국 사찰에서는 입재를 시작으로 일제히 백중 기도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찰을 찾는 발길은 예전과 같지 않지만 백중을 맞아 조상과 부모를 천도하며 효를 다하기 위해 사찰을 찾는 불자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백중은 먼저 세상을 떠난 조상들과 부모의 천도를 위해 효(孝) 사상을 실천하는 날이자 일체중생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중생구제를 실천하는 날이다. 백중은 오랜 옛날부터 동아시아에서 행해진 의식으로, 음력 7월15일을 맞아 불자들은 갖가지 음식을 준비해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며 부모와 조상들을 위해 정성껏 기도를 올렸다.

9월2일(음력 7월15일) 2020년 백중을 맞아 전국 사찰에서 백중기도 법회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백중 기도는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대규모 행사 보다는 효와 자비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백중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는 법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사진은 봉은사 우란분절49일 지장기도 동참 불자들의 모습과 조계사 백중 49재 기도에서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동참하는 발우저금통을 전달하는 신도들의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9월2일(음력 7월15일) 2020년 백중을 맞아 전국 사찰에서 백중기도 법회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백중 기도는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대규모 행사 보다는 효와 자비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백중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는 법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사진은 조계사 백중 49재 기도에서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동참하는 발우저금통을 전달하는 신도들의 모습. ⓒ불교신문

불교에서는 백중을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 부르며 부처님오신날, 출가절, 성도절, 열반절 등과 함께 5대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 거꾸로 매달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산스크리트어 ‘울람바나(ullambana)’에서 유래한 우란분절은 거꾸로 매달려 있듯이 힘든 상태에 있는 지옥 중생들의 천도를 위해 재공양(齋供養)을 올리는 날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불설우란분경>에는 지옥에 있는 어머니를 구제하기 위한 목련존자의 효심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불설우란분경>에 따르면 여섯 가지 신통을 얻은 목련존자는 자신을 길러준 부모를 제도해 은혜를 갚기 위해 세간을 관찰했다. 죽은 어머니가 아귀가 돼 음식은 먹지도 못하고 피골이 상접해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목련존자가 슬피 울며 어머니에게 발우에 밥을 담아 건넸으나, 어머니 입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발이 불덩이로 변해 먹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사후에 지옥에서 고통 받는 모습을 본 목련존자는 부처님께 어머니를 천도할 수 있는 방도를 청했고, 부처님께서는 “스님들이 7월15일에 자자(自恣)할 때 7세(世)의 부모나 현재의 부모가 액난에 있게 될 이를 위해 밥과 온갖 맛있는 것과 다섯 가지 과일과 물 긷는 그릇과 향유(香油)와 초와 평상과 와구(臥具)를 갖추고, 세상에서 제일 맛난 음식을 그릇에 담아 시방의 여러 대덕 스님에게 공양하라”고 말씀하셨다.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목련존자는 하안거 해제일에 맞춰 스님들에게 공양을 베풀었고, 그 공덕으로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제하게 된다. 불교에서는 어머니를 구제하기 위해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린 목련존자의 효심을 우란분절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려시대 우란분재(盂蘭盆齋)가 행해졌던 기록이 남아있다. 고려 예종은 아버지 숙종의 명복을 위해 우란분재를 봉행했고, 충렬왕 역시 1285년과 1296년에 각각 신효사와 광명사에서 우란분재를 봉행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억불정책이 행해지던 조선시대에도 세시풍속과 결합돼 널리 이뤄졌다. 세조 때 <용재총화>에는 “7월15일 백종이라 하는데, 승가에서 백가지 꽃과 과일을 모아 우란분을 베풀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처럼 백중은 전통적으로 봉행됐던 불교 의식 중 하나다. 안거 기간 동안 수행에 매진했던 스님들에게 공양을 베푸는 전통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풍습과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효심이 결합해 불교 전통 의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을 따라 전국에서 많은 불자들이 백중기도에 동참하고 있다. 사찰에서도 백중을 맞아 선지식을 초청해 법문은 듣는 야단법석을 마련하기도 하고, 스님들을 위해 가사나 공양물을 올리는 승보공양 법회를 봉행하기도 한다. 지역 축제로서 다양한 백중행사들도 기획되고 있다. 백중 회향에 맞춰 많은 사찰들이 지역 노인들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개최하거나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 행사를 봉행하기도 한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대규모 행사보다는 효와 자비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백중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는 법석으로 백중기도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국 사찰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철저한 방역과 예방이라는 종단 지침을 준수하며 차분한 백중 기도 법회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 조계사는 7월16일 입재기도 법회를 시작으로 백중인 9월2일까지 경자년 백중 49재 기도를 봉행한다. 백중기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나누고 베푸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종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백만원력 결집불사를 위해 정성을 모으는 기도로 진행된다.

백중 기도 입재 때 조계사 교역직 및 재가 종무원, 신도회 등에서 기금 약정식을 실시하며, 매주 백만원력 발우저금통 전달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백중 49재 기도 입재와 함께 연꽃축제 개막을 통해 백중 기도의 분위기를 한층 돋울 예정이다.
 

9월2일(음력 7월15일) 2020년 백중을 맞아 전국 사찰에서 백중기도 법회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백중 기도는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대규모 행사 보다는 효와 자비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백중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는 법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사진은 봉은사 우란분절49일 지장기도 동참 불자들의 모습과 조계사 백중 49재 기도에서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동참하는 발우저금통을 전달하는 신도들의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봉은사 우란분절49일 지장기도 동참 불자들의 모습. ⓒ불교신문

서울 봉은사와 도선사도 7월16일 백중 기도 입재를 시작으로 매주 백중의 참된 의미와 실천을 되새기는 법회를 봉행한다. 인천불교회관 연화사는 7월16일 주지 일지스님이 법문하는 입재 법회를 시작으로 9월2일까지 매주 스님들을 초청해 백중 큰스님 초청법회 봉행한다.

코로나19 초기 진원지로 홍역을 치른 대구‧경북지역의 사찰은 9월2일 백중을 맞아 가족 간 효의 의미를 되새기는 백중기도를 봉행할 예정이다. 팔공총림 동화사는 7월16일 입재해 9월2일 회향할 예정이며, 제10교구본사 은해사는 7월12일 입재해 9월2일까지 백중(우란분절) 영가천도 대법회를 봉행한다. 해인총림 해인사와 영축총림 통도사는 각각 7월13일과 7월19일 입재기도를 봉행했다.

금정총림 범어사는 6월9일 백중기도 및 생전예수재 선지식 초청 법회 입재기도 법회를 봉행 이후 매주 선지식을 초청해 법문을 듣는 법석을 열고 있다. 선지식 초청 법회는 9월5일 범어사 방장 지유스님의 회향 법문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제24교구본사 선운사는 7월19일 백중 초재를 시작으로 8월23일까지 매주 일요일 백중 기도를 봉행하며 9월2일 회향할 예정이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부장 정인스님은 “불교에서 백중은 전통적으로 지옥에서 고통받는 어머니를 구제하기 위해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렸던 목련존자의 지극한 효심에서 비롯됐다”며 “전국 사찰에서 백중 기도에 동참하는 많은 불자들이 잊지 말고 효의 근본 의미를 되새기며 기도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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