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이 지난 6월29일 국회에 제출됐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에 입법을 권고한 이후 7차례나 추진됐지만, 매번 보수 기독교의 반대에 발이 묶였던 차별금지법이 제21대 국회에 다시 제출된 것이다.

이번에도 통과까지는 많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싸고 보수 기독교가 중심이 돼 반대 여론전을 펼치고 법안 제정을 주도하는 정의당에 조직적으로 항의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법안 제정에 찬성했던 진보 성향 국회의원마저 기독교 공세에 무릎 꿇고 소신을 꺾었던 터라 거대 집권여당 민주당은 벌써 몸을 사리는 형국이다. 

차별금지법은 직업 신분 국적 성정체성 종교 지역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 받아서는 안된다는 인권법이다. 또한 장애인 여성 한부모 등 심각한 차별에 노출돼 있는 사회 약자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사회보장책이기도 하다. 이는 불교가 지향하는 생명존중 인간 평등관과 일치한다.

모든 생명은 부처의 성품을 지니고 있어 인위적으로 이를 해치거나 조건을 들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불교 가르침이다. 지역 종교 신분 직업에 따른 차별도 거부한다. 부처님께서는 당시 인도 문화와 제도가 인정하지 않던 여성출가자를 비롯 왕자 귀족 상인은 물론 최하층 신분까지 모두 제자로 받아들였다. 

부처님께서 보이신 모습과 가르침에 비춰 볼 때 차별금지법은 불교가 지향하는 바와 일치한다. 이 때문에 우리 종단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법제정을 위해 나선 바 있다. 이번에도 우리 종단은 반대하거나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다른 종교와 달리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다른 사회단체와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대회를 열고 삼보일배를 하며 법제정 통과에 힘을 보탰다. 스님 불자들도 한결같은 목소리를 이를 지지한다. 

보수 기독교를 비롯한 일부 국민들은 성정체성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데 잘못된 견해다. 인권은 성 정체성에 앞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지고지순한 가치다. 심지어 공공 이익을 이유로 개인의 권리와 인권을 침해하는 것도 용납될 수 없다. 인간은 물론 미물 마저도 같은 생명으로 존중할 것을 가르치는 불교 인권관이 옳다. 성정체성 등 조건을 들어 차별해도 된다는 발상은 사회 안정과 평화를 해치는 아주 위험한 견해다. 

불교가 생명을 존중하고 인권을 옹호하는 이유는 연기관으로 세상을 바로 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은 상호의존하며 연관돼 있다. 어느 하나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 의지한다. 차별금지법은 사회 약자를 옹호하고 그들을 보호하는 특별한 법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나와 내 주변을 보호하는 신장(神將)과 같다.

사회로부터 배려와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나 공간이 존재하면 결국 그 피해는 나에게까지 미친다.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은 한 배를 탄 것과 같기 때문이다. 내가 누리는 평화 안식은 누군가의 배려 덕분임을 잊어서 안된다. 우리 불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 나서야할 이유다.

[불교신문3597호/2020년7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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