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데 바람은
소리로 제 모습을 보인다
보이지 않는데 바람은
나뭇잎 날려 제 모습 드러낸다

산마루 걸친 굼뜬
구름 걷혀가는 사이로 비치는
하늘연못
맑은 물 위로 고개 내민
연꽃, 몇 송이
벙글어진 흰 속
보일 듯 말 듯

- 박찬 시 ‘하늘연꽃’ 전문
 


시인은 구름이 걷히면서 드러나는 하늘의 맑은 공간을 ‘하늘연못’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 공간을 연꽃의 청정함에 빗댄다. 꽃을 피우기 위해 망울이 생긴 꽃봉오리의 “흰 속”에 견준다. 그곳은 제일로 깨끗한 공간일 테다. 환하고, 탁한 것이 섞이지 않고, 투명하고 푸르고, 고요한 곳일 테다. 박찬 시인의 시는 이처럼 환하고 고요한 성품을 주목한다.

그는 시 ‘그 시절’에서 “빗방울 후드득 떨어지고/ 하늘은 다시 맑았네/ 뒷산 불던 바람 자연하고/ 흰 구름 둥둥 여여하였네”라고 썼다. 언제라도 본래대로 회복되는, 자연 그대로의 본성을 그의 시는 노래했다. 그리하여 어느 평론가는 박찬 시인의 시를 “삶의 탐욕과 집착에서 벗어나 대자연의 섭리에 스스로를 맡기고 이를 관조하며 즐기는 인생관이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불교신문3597호/2020년7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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