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불교에서 부처님은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종교로서의 불교는 기도는 누구한테 하는 것이며, 기도를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神에 모든 것 맡기고 바란다?
올바른 삶 살고자 노력하면서
과거업장 소멸 부처님 세계로!


A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기도’에 대해서 말씀하신 바가 있을까요? 사실 부처님은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기도’라는 의미의 단어를 초기불교경전 어디에도 말씀하신 바가 없습니다. 굳이 비슷한 것을 꼽는다면 빠알리 대장경 중 <맛지마 니까야>의 ‘원한다면 경’을 들 수가 있겠습니다.

이 경은 부처님이 출자수행자가 성취하기를 바라는 17가지 원을 열거하면서 원을 성취하기 위해 계, 정, 혜 삼학을 잘 닦아야 한다고 강조한 내용입니다. 17가지 소원 중, 1~6은 출가생활과 관련된 원이고, 7~8은 삼매를, 9~11은 성자가 되는 원, 마지막 12~17의 6가지는 육신통에 관한 원입니다. 이에 부처님은 이들 소원을 이루려면 빈집에 머물면서 계를 지키고 마음의 삼매와 위빠사나를 수행하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맛지마 니까야>의 ‘업 분석의 짧은 경’에서 부처님은 한 바라문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일반인들이 바라는 수명과 건강, 외모와 권력 등 일곱 가지에 관한 소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설명해 주십니다.

이 소원들을 이루기 위해서 첫째, 장수를 원하면 평소 생명을 죽이지 말고 모든 생명에 연민의 마음을 가져야 하며 둘째, 건강하려면 평소 모든 생명들을 해코지를 하지 않으면 되며 셋째, 아름다운 용모를 가지고 싶으면 성을 내지 않고 성미가 급하지 않아 비난에도 노여워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분노, 분개하지 않으면 가능하다고 하십니다.

넷째, 큰 세력을 지니고 싶으면 질투를 하지 말고 도리어 다른 사람들의 이득과 환대와 존중과 칭송 등에 시샘하지 않으면 되고 다섯째, 부자가 되고 싶다면 승가에 음식과 음료와 탈 것과 화환과 향 등 많은 보시를 하면 된다고 하십니다.

여섯째, 명문가를 이루고 싶다면 완고하거나 거만하지 않고 바른 예절을 지키면 가능하며 일곱째,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스님들께 자주 찾아뵙고 여쭙는 불자가 되면 된다고 하십니다.

이처럼 불교에서는 소원성취를 이루는 기도란,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바라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대로 올바로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자신의 과거업장을 소멸시키고 세속의 험난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힘과 믿음 그리고 에너지를 키우는 과정인 것입니다.

그래서 불교의 기도는 5계를 지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거짓과 탐욕의 업장을 소멸시키고 부처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신명을 버리는 구도심으로 승화됩니다. 그래서 불교의 기도는 다른 종교의 기도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불교신문3597호/2020년7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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