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섭
장영섭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확진자 숫자는 계속 널을 뛰는데, 널이 좀처럼 부러지지를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명이 감염된 지 이미 오래다.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은 여전히 진행형에 불과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거나, 아예 계절성 독감으로 정착하리라는 우울한 전망이 적지 않다. 능란하게 변종을 만들어내는 바이러스를 보고 있으면, 뇌가 없다뿐이지 인간만큼 영악한 존재라는 생각도 든다. 스스로 철저히 예방하고 나라의 방역에 적극 협조하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어 보인다.

조계종이 73코로나19 확산방지와 대응을 위한 지침을 거듭 발표하고 일선 사찰에 내려 보냈다. 의심 증상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법회에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일상생활 수칙과 함께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담아놓았다. 그간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에 선제적이고 모범적으로 대응해 세간의 호평을 받아온 종단이다.

어느 종교보다 정부의 당부를 성실히 따르고, 재난지원금을 양보하고, 무엇보다 불교계 최대 축제인 부처님오신날 연등회의 취소 결정까지. 스스로 재정난에 시달리면서도 국민들의 고통과 함께 하려는 의지는 크게 주목받고 칭찬 받았다. 대응 지침에는 이처럼 근 5개월 동안 종단이 보여준 정성과 배려가 녹아있다. 한편으론 정부와 언론에 대한 일종의 암시로 읽히기도 한다.

최근 수많은 감염이 발생한 교회와 더불어 공식적으로 단 한 건이 없었던 사찰을 고위험시설로 명명한 국무총리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광주의 한 개인사찰에서 코로나19가 터지자마자, 개신교와 기계적 중립을 맞추려 애쓰는 모양새다. 정부의 3차 추경예산에 포함된 전통사찰 지원예산이 사사로운 불교 민원성 예산이라는 보도 역시 불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물론 종단의 거듭된 대응지침 발표가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돌아온 보상이 이것이냐또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서운함의 표현이라고는 절대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종도(宗徒)의 한 사람으로서, 조계종이 한국 사회에서 숱하게 보여준 진정성이 또 다시 묻히거나 왜곡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어 하는 말이다.

[불교신문3597호/2020년7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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