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승려복지 수혜자 성수스님 ·​​​​​​​ 선덕스님

거동조차 힘들어진 고희의 은사 스님 모시며
갑자기 찾아온 병마에 적지 않은 부담 느껴
요양비 지원 등 …산꼭대기 절 찾은 반가운 소식

몸이 아픈 은사 스님을 모시기 위해 공부도 잠시 미루고 들어온 정읍 유선사는 그야말로 산꼭대기 오지 중 오지로 꼽히는 절이었다. 교통도 불편하고 워낙 외진 곳에 있어 신도들도 오르기 힘든 곳인데 딱히 찾아올 필요 없는 요양보호사들에겐 오죽할까. 중창 불사로 망가진 허리와 무릎 때문에 거동조차 힘들어진 은사 스님에게도, 이상하게 자주 몸이 지치는 유선사 총무 선덕스님에게도 버거운 날들이 이어졌다.

황망한 마음에 반가운 소식이 찾아든 건 2019년 겨울이었다. 선운사 복지과장으로부터 종단이 요양비를 지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한 것. 선덕스님은 종단에서 여러 사업을 한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현실적인 복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신청을 해도 되는지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서류를 만들어 냈다고 했다.

그때부터 매달 종단으로부터 요양비를 지원 받게 됐다. 첫 달엔 22만원, 두 번째 달엔 136000, 요양보호사 급여 가운데 정부 지원 외에 스님이 부담해야 하는 본인 부담금 전액이 매달 통장으로 들어왔다. 시주금 보다 쌀이 더 많이 들어오는 가난한 절 살림에 적지 않은 도움이었다.

힘이 된 건 은사 스님 요양비 지원 뿐만은 아니었다. 지난 4월 선덕스님은 아랫배 통증으로 갑작스레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다. 대장성 게실이 발견되면서 치료가 불가피해진 것. 대장 게실은 약해진 대장벽이 바깥으로 튀어 나오면서 복통, 출혈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데 심해지면 천공, 대량의 장출혈 등을 발생시키는 병이다.

병으로 인한 증세인 줄도 모르고 선덕스님은 으슬으슬 춥고 오한이 들 때마다 절이 워낙 추워서라고 생각했다. 3년 전 보일러가 고장 났지만 사찰이 워낙 낡고 오래돼 수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연탄난로로 생활해온 후유증으로만 생각했다는 것. 스님은 그런 줄로 모르고 어리석게 옷만 두껍게 껴입었다종단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다행히 쾌차할 수 있었지만 병원 치료비 57만원이 없었으면 어땠을지 눈앞이 깜깜했다고 말했다.

아파보니 알겠더라구요. 가난한 사찰일수록 승려복지가 절실하다는 걸. 갑자기 눈앞에 닥친 질병 앞에서는 수행자도 어쩔 수 없이 현실적으로 되더라구요. 수행만 하고 싶어도 당장 몸이 아파 운신이 어려운 상황이 되어보니 그렇게 절실해질 수 없어요. 종단에서도 정해진 예산이 있어 아픈 스님에게 드는 모든 비용을 전부 충당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간절히 도움이 필요한 스님들이 분명 있어요. 저와 은사 스님도 이 어려움을 딛고 나면 언젠가 우리처럼 형편이 어려운 곳에 좋은 방식으로 회향하고 싶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불교신문3597호/2020년7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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