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축제 공연 취소돼
문화예술인들 생계마저 위협
그간 배운 사찰음식 레시피로
도시락 선물하며 마음 전해

강산
강산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올해 여름 기온은 평년(23.6℃)보다 0.5~1.5℃, 작년(24.1℃)보다는 0.5~1.0℃ 높다. 또 폭염일수는 20~25일, 열대야 12~17일로 평년과 작년보다 많으며, 무더위는 7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 절정이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24절기 중 열 번째에 해당하는 하지를 지나며 때 아닌 무더위가 찾아오고 있다. 이렇게 무더위와 함께 계절과 시간은 변해가고 있지만 올해 초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아직도 떠날 줄 모르고 있다. 참 눈치 없는 녀석인 듯하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과 언제 나아질지 모르는 막연함에 사람들은 답답한 마음을 갖고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다.

하지만 그 답답한 마음을 다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기에는 힘든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로 당장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공연예술계 사람들이 그러하다. 장기간 준비했던 지역 축제는 대부분 취소됐고 각종 공연도 무산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문화예술인들의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 그야말로 아사 직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변화된 문화예술계의 형태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을게 뭘까 하는 고민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올해 2월부터 배우기 시작한 사찰음식을 활용해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을 만나 그들에게 따듯한 한 끼를 제공하고 그들의 과거와 미래, 지금을 기록하는 프로젝트 지금, 기록을 시작했다. 

첫 번째 만남은 15년 경력의 댄서였다. 그 댄서에게 따듯한 사찰음식 한 끼를 제공하기 위해 사찰음식 선생님인 지유스님에게 레시피를 배웠으며, 한 끼의 메뉴중 하나인 취나물 볶음밥의 들어갈 취나물을 상불사 주지 동효스님에게 받아왔다. 인터뷰 당일 이른 아침부터 취나물 볶음밥과 감자 뭉생이, 고추잡채를 만드느라 3시간의 시간을 보냈다.

내 뜻을 응원하며 기꺼이 함께해준 친구의 도움이 없었다면 사찰음식 초보인 나는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도 요리를 완성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의 많은 도움을 받아 댄서에게 따듯한 사찰음식 도시락 한 끼를 전달하였다.

도시락 한 끼를 먹는다고 지금 당장 무언가가 달라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한 끼에 담긴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격려가 지금 이 상황을 조금은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봄 향기가 물씬 나는 취나물 볶음밥의 레시피를 알려드린다. 우선 멥쌀과 찹쌀을 7:3비율로 씻어 불린 후 밥을 고슬고슬하게 짓는다. 그리고 취나물, 애호박, 당근은 곱게 다져 볶는다. 그렇게 볶은 채소에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며 밥을 넣어 함께 볶는다. 청양고추와 파프리카를 곱게 다져 간장, 통깨를 넣어 양념장을 만든 뒤 볶음밥 위에 올려 먹는다. 조리과정은 간단하지만 맛은 훌륭하다.

내가 다음 칼럼, 또 그다음 칼럼을 쓸 때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상황에 맞춰 적응하고 나아가리라 생각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하여 사람들 간의 거리는 멀어졌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서로에 대한 마음속 유대감은 멀어지지 않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나아지는 지금을 만들 수 있게, 내가 배운 사찰음식 레시피를 공유하려 한다. 부디 마음을 내어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의 마음을 전달하기를….

[불교신문3596호/2020년7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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