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 현장에서 일한지 17년차 사회복지사로 이제야 장애인 복지를 알아가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오랫동안 한 영역에서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인사이동을 통해 팀이 바뀔 때 마다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이용인과 서비스를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새로운 팀을 맡을 때마다 배우고 성장하는 스스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는 복지관에 새로 신설된 ‘권익옹호’라는 서비스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장애인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새로운 업무를 하면서 장애 유무를 떠나 인간은 누구나 있는 그대로 존귀하고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장애인들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권익옹호 활동가 모임 모습.
장애인들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권익옹호 활동가 모임 모습.

그러나 현실은 장애라는 이유로 분리되고 차별받고 배제당하며 제한받아 왔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업무를 하다보면 복지시설 이용인분들의 댁에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방문상담을 하며 느꼈던 것이 ‘누구든 삶의 가장 빛나던 때가 있었고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작은 집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인 액자에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사진이 있기도 하고 상담 중 대상자가 서랍장 속 사진을 꺼내 보여주기도 하는데 ‘내가 이때 사업할 때 잘 나갔는데…’라며 그때 그 시절을 자랑하고 싶어 하신다. 그 사진 속 모습의 대상자는 지금의 모습과는 다르게 참 밝고 생기 있어 보인다. 지금 모습과 사진 속 모습이 같은 사람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변화가 있기까지 어떤 어려운 일을 겪으셨을까 감히 가늠해본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때를 ‘화양연화’라고 한다. 누구나 추억하고 싶은 행복한 그 시절이 있다. 반면에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타다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져 어딘가 고장이 나서 멈춰버려 올라오지 못할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럴 때 다시 올라올 수 있도록 무엇인가 탈 것을 제공하면서 최소한의 것이라도 지원해주는 것이 사회복지 제도이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고, 손 잡아주고 때로는 등 떠밀어서라도 다시 올라올 수 있게 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사회복지사라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이 지금 당장 시급하게 해결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다보면 이미 답은 그분들 안에 있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는 당사자 스스로이다. 당사자가 자신이 가진 그 힘을 발견하고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협력하고 거드는 데 있어, 우리는 매개가 되어주는 것이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언제나 자신을 가장 미천한 사람으로 여기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상대방을 최고의 스승으로 여기게 하소서”라는 달라이라마의 기도문을 생각하며 오늘도 그 역할을 잘 하고자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불교신문3596호/2020년7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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