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남양주 묘적사 주지 환풍스님

지난 겨울 상월선원 천막법당서
염불로 도량 장엄하고 외호해
오로지 원만회향 빌고 또 빌어

기도소리에 정진대중도 감동
“입신의 경지에 오른 듯” 찬탄과
신심어린 기도 덕분이라며 감사

한국불교는 수행 근간으로 해
출재가 모두 발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기 마련되길 발원하다

지난 동안거 90일 내내 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에 동참한 스님들의 수행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아홉 스님’이 개봉했었다. 영화를 보면 염불이 자주 들린다. 상월선원 정진 대중을 외호하며 천막법당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기도했던 주인공이 바로 노전 환풍스님(남양주 묘적사 주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이다. 스님은 외호대중들과 함께 새벽종성, 사시예불, 오후2시와 저녁기도까지 책임지며, 상월선원을 찾은 10만이 넘는 사부대중과 기도했다.

정진대중만큼 뜨거운 겨울을 보낸 스님이 이번에는 상월선원 시즌2 인도 만행결사에 동참하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인도에서 45일간 불교 7대 성지를 따라 1080km를 걷는 만행결사는 부처님께서 중생을 만나기 위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순례하는 것이다. 특별한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는 스님은 재발심하는 마음으로 참가의지를 굳혔다.

요즘은 7월27일부터 1주일간 공주 태화산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리는 만행결사 예비순례를 준비 중이다. 무사히 완주하겠다는 마음으로 하루 20km 가까이 걸으며 순례준비를 하고 있다. 6월15일 남양주 묘적사에서 환풍스님을 만나 발심과 수행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환풍스님은 지난 겨울 상월선원 천막결사 당시 노전소임을 맡아 천막법당을 찾는 10만 대중과 함께 기도했다. 오로지 천막결사 원만회향을 발원하며 신심으로 염불했던 시간이 보람으로 남는다는 스님은 상월선원 4대결사 정신을 상기시키듯, 상월선원 소원등으로 도량 곳곳을 장엄했다. 김형주 기자
환풍스님은 지난 겨울 상월선원 천막결사 당시 노전소임을 맡아 천막법당을 찾는 10만 대중과 함께 기도했다. 오로지 천막결사 원만회향을 발원하며 신심으로 염불했던 시간이 보람으로 남는다는 스님은 상월선원 4대결사 정신을 상기시키듯, 상월선원 소원등으로 도량 곳곳을 장엄했다. 김형주 기자

의상스님 ‘법성게’에는 ‘초발심시 변정각(初發心時 便正覺)’이란 구절이 있다. 처음 발심한 그 순간에 정각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수행에서 발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순일하게 정진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예상치 못한 역경계를 마주할 때가 있다. 그 순간 포기할지 아니면 다시 발심하느냐는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다.

1979년 출가해 주지와 중앙종회의원 등 소임을 맡으며 바쁘게 살던 스님은 기해년 동안거를 기점으로 달라졌다. 초심으로 돌아가 상월선원 노전 소임을 맡은 것이다. 목숨 걸고 정진하는 아홉 스님들이 결사를 원만히 회향할 수 있게 기도로 힘을 보태겠다는 마음으로 자청했다.

사시예불, 오후2시 기도 외에도 스님은 매주 수요일 저녁 묘적사 신도들과 함께 미륵전에 올라가 기도했다. 천막 안에서 스님들이 정진하고, 주지 스님이 염불하는 모습을 본 신도들은 더 신심을 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미륵불상으로 올라가는 길을 깨끗이 청소했다. 아무것도 없었던 미륵불 앞에 장판을 깔고 비닐로 천막을 쳐 임시법당을 만들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저녁8시부터 밤 11시, 12시까지 기도했다.

스님은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을 비롯해 천막결사 대중들이 해제하는 날까지 건강하기만을 기원했다. 특히 호산, 재현, 무연스님은 통도사승가대학 도반이라 간절함과 애틋함은 더 컸다. 스님은 “이제야 밝히지만 천막 안에서 스님들이 힘겹게 정진하는 소식을 글로 접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재현스님이 쓰러졌을 때는 충격이 컸다. “수행력이 뛰어난 스님이 쓰러졌다고 해서 더 놀랐다. 무문관 정진을 마치고 추스를 사이 없이 천막결사에 들어와서 그랬던 것 같다. 마냥 걱정만할 수 없어서 그날부터 새벽기도를 시작했다. 회향이 가까울수록 스님들 체력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긴장하며 하루하루를 지냈다.”

선원장 무연스님이 결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상포진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는 걱정도 됐지만 한편으로는 수승한 정진력에 놀랐다고 했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은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지만, 무연스님은 대중들에게 말하지 않고 묵묵히 수행했는데 스님은 의지력이나 모든 것이 초월한 것 같다. 놀라운 것은 고통 속에서도 선원장 스님은 시간을 철저히 지키며 정진해 다른 정진 대중들을 감화시켰다는 것이다.”

대중이 무탈하게 천막결사를 마치기를 염원하며 스님은 하루 네 번 기도했다. 새벽기도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님은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염불하기 힘들었을 텐데도 스님은 “정진대중과 비교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저야 아프면 약 먹고 병원에 가고, 추우면 사우나도 갈 수 있지만 아홉 스님들은 그럴 수 없지 않았나. 중간에 어느 한 스님이라도 나오면 결사의 취지와 의미를 훼손하려는 이들도 있겠다는 걱정 때문에 무탈하게 성만하는 것 하나만 바랐다.”

스님은 날마다 기도를 하면 할수록 신심이 났다. 다만 굳이 상월선원까지 와서 결사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 때문에 역경계를 맞기도 했다. 그 때마다 스님은 마음속으로 참을 인(忍)자를 수십 번 써야만 했다.

“합창제 때였다. 제 출가본사의 수말사 주지 스님이 상월선원에 와서 기껏 한다는 소리가 ‘미친 짓’이란 비방이었다. 제 권속이 와서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수행하는 스님들을 폄훼하니 솔직히 너무 화가 났다. 큰소리를 내고 싶어도 상월선원 결사취지가 저 때문에 훼손될까 걱정돼 참았다. 우리 같은 사람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청규를 지키며 정진하는 수행자를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깎아내리고 헐뜯는 모습을 보니 한심하고 안타까웠다.”

이처럼 스님은 90일 내내 염불로 상월선원을 장엄하고 호법신장처럼 정진대중을 외호했다.
 

정진대중이 환풍스님에게 전한 쪽지에 고마움과 찬탄이 담겨 있다. 맨 오른쪽은 상월선원 천막결사 정진대중이 죽비를 내려놓는 날, 새벽종성을 하는 환풍스님.
정진대중이 환풍스님에게 전한 쪽지에 고마움과 찬탄이 담겨 있다. 맨 오른쪽은 상월선원 천막결사 정진대중이 죽비를 내려놓는 날, 새벽종성을 하는 환풍스님.

스님의 염불소리는 아홉 스님들도 감동시켰다. 회주 스님은 환풍스님에게 “염불소리를 들으니 입신의 경지에 오른 듯하다”며 탄복했다. 또 “스님의 신심과 원력으로 기도하는데 힘 얻어 열심히 정진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더 힘든 소임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해내시는 스님을 존경합니다”라는 쪽지로 마음을 전했다.

진각스님은 새해 통알 후 쪽지를 통해 선배 스님이 보여준 신심에 무한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스님은 “그동안 무탈하게 정진할 수 있었던 공덕은 모두 노전 스님의 지극한 신심에서 우러난 기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묘적사에서 신도들에게 귀의 받고 새해세배 받으셔야 함인데도 새벽종성에서 통알에 이어 노전으로 책임감을 갖고 소임을 다하시는 모습은 깊은 존경심을 우러나게 한다”고 찬탄했다.

무연스님도 “연일 계속되는 스님의 저녁기도와 축원 전 읽어주시는 법산스님의 시는 신심은 물론이거니와 때론 모골이 송연해지는 자극을 전합니다. 그에 힘입어 저도 어제 저녁부터 가행정진을 시작했습니다. 이 결사를 함께 하고 있어 많이 기쁘고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3개월 동안 연인원 10만 명 이상이 천막법당을 찾아와 정진결사, 한국불교 중흥결사, 평화결사를 외쳤다. 환풍스님은 천막법당 기도를 이끌었던 지난 동안거가 수행자로서 특별한 시간이었음을 강조했다.

“중노릇 하면서 가장 보람된 일이었다. 부끄럽게도 출가해서 대중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기도한 것은 상월선원 결사가 처음이었다. 기도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털끝만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도가 미진했던 것은 아닌지 미안할 뿐이다. 선원장 스님도 자기는 여한 없이 수행했다고 하니 정진대중에게도 90일이 출가자로서 한 단계 뛰어넘는 시간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스님은 한국불교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을 회주 자승스님이 해냈고, 생사를 뛰어넘는 정진으로 다른 수행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는 점에서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후대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회주 스님이 상월선원 결사 후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에 깊이 공감하며 “한국불교는 수행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스님이든 재가자든 발심할 수 있는 수행정진의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초발심으로 돌아가 부처님나라 만행결사 동참

상월정신 잇는 만행결사
대중화합으로 원만회향 발원

환풍스님
환풍스님

상월선원 천막결사가 한국불교 수행의 역사를 다시 썼다면, 시즌2 ‘인도 만행결사는 사부대중 공동체가 함께 하는 수행과 신행의 새로운 모델이다. 환풍스님은 천막결사 동참대중으로서 인도 만행결사에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자승스님이 상월선원 시즌2 인도 만행결사를 한다는 소식을 처음 듣고 발심했다. 천막결사 회향 후 무연스님이 자승스님에 대해 진짜 존경하고 모셔야 할 분이라고 할 때 같이 정진하지 못해 아쉽다고 생각했던 터라 동참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무엇보다 스님은 부처님 성지를 걸어서 순례한다는 회주 스님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했다고 한다.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1080km에 달하는 거리를 완주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대중의 힘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0km를 하루 열 시간 이상 걸어서 새벽 예불하고 저녁때는 대중공사를 하는 일정이 힘들어도 끝내 해야겠다고 뜻을 세웠다. “부처님을 상상하고 부처님께서 내 몸과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하고 정진하려고 한다. 종교인은 체험이 중요하다. 체험이 없다면 감동이 없다. 수행자가 보고 들은 내용만 설명하면 앵무새와 다를 바 없다. 초발심으로 돌아가 부처님 성지를 걸어서 순례하며 감동을 전하고 싶다.”

스님은 인도 만행결사에 동참하기 위해 요즘 하루 20km 가까이 걷는 연습을 한다. 건강만 생각해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발원이다. 사실 스님은 10년 전 폐암으로 한 쪽 폐 3분의2가량을 절단했다. 체력도 떨어졌지만 호흡도 많이 달린다. 상월선원에서도 수많은 신도대중의 기도를 한 호흡으로 이끌었지만, 그 때마다 숨이 차서 적지 않게 고생했다.

스님은 폐를 절단했지만 부처님 가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10년 전 동국대병원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별일 없겠거니 생각하고 결과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는데, 호흡기내과 의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바쁘지 않으면 검진을 받으러 오라고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잊어버리고 지냈다. 의사로부터 세 번째 전화를 받고서야 스님은 병원으로 갔다.

그 때부터는 순식간에 모든 일이 진행됐다. 엑스레이를 찍고 바로 입원했다. 암일 수도 있으니 개복을 해서 봐야 할 것 같다는 의료진 소견에 바로 수술날짜를 잡았다. 간수치가 떨어지지 않아 며칠 기다렸다가 수술을 했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왔다가 수술까지 하는 상황에서 스님은 옴마니반메훔밖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열심히 기도하다가 깨어났는데 조직검사 결과 암이었고, 폐를 절단했다. 그 때 의사가 연락을 주지 않았더라면, 신도들이 열심히 간병해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스님은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이 기도의 가피라고 했다. 부처님 전에서 열심히 기도한 가피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건강을 회복하고, 스님은 만행결사를 결심했다. 부처님께로 돌아가는 길이니 어떻게든 참여해야 겠다는 생각이다. 스님은 상월선원이 추위와 배고픔을 떨쳐야 하는 극한 공간이라면, 인도는 텅 빈 공간이라고 했다. 무한한 자유 속에서 대중과 화합하고 사부대중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다. 부처께서 남긴 행적들, 역대 조사들이 구법을 하기 위해 다닌 공간을 체험할 수 있어, 생각 만해도 설렌다고 했다.

벌써 50명 넘게 접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스님은 절대 낙오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있다. “얼마 전 신발을 맞추러 갔는데, 가게 사장에게 인도에서 45일 동안 하루 30km를 걷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30km가 무리라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출가자 아닌가. 대중이 함께 발원하면 원만하게 성만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환풍스님은 상월선원 4대 결사 정신을 잇는 기도와 수행들이 이어져야 한다고도 했다. 상월선원은 정진과 한국불교 중흥, 대한민국 화합과 온 세계 평화를 발원하는 결사였다. 결사의 내용이 큰 만큼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질 수 있다.

불교는 무궁무진한 법의 창고를 갖고 있다. 부처님께서 남기신 가르침을 오늘의 상황에 맞게 잘 풀어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한 환풍스님은 결국 불교의 근간은 수행이다. 치열하게 정진하는 스님들이 있다면 부처님 법등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출가자로서 본분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양주=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3595호/2020년7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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