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언론사 주필
전국산사 참배한
이야기 담은 ‘순례기’

“사찰에 담긴 발원
역사 · 의미 찾아보길”

천년 고찰 이야기

최종걸 지음 / 다우출판
최종걸 지음 / 다우출판

양산 영축산 통도사, 영주 봉황산 부석사, 보은 속리산 법주사, 해남 두륜산 대흥사, 태화산 마곡사, 천등산 봉정사, 조계산 선암사가 200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7개 사찰은 모두 삼국시대에 창건돼 오늘날까지 법등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 불교의 개방성을 대표하면서 승가공동체의 신앙·수행·일상생활의 중심지이자 승원으로서 기능을 유지하며 불자는 물론 일반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산대찰이다.

이 사찰들 외에도 대한민국의 천년 고찰은 종교와 무관하게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지역 명소이자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휴식 공간이다. 아름다운 풍광과 사찰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잠시나마 지친 마음을 내려놓기에 손색이 없다.

이런 가운데 연합뉴스 등 언론사에 오랜 세월 몸담아온 최종걸 일간투데이 주필이 전국 산사를 순례하며 써내려간 사찰 문화유산 해설서 <천년 고찰 이야기>를 최근 선보여 주목된다. 사찰 내 전각, 탑 등 문화재에 얽힌 이야기부터 사찰 이름에 담긴 창건 의의와 발원의 내용까지 읽다 보면 ‘전설 따라 삼천리’처럼 재미난 옛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어느 날 평소 알고 지내던 스님의 권유로 수행 삼아 천년 고찰 순례를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여전히 수행가풍을 간직한 청정도량을 중심으로 전국을 순례했다. 그 과정에서 각 사찰 창건에 얽힌 일화와 설화들은 물론 다양한 유형의 이적과 영험담 그리고 우리 문화와 역사가 깃든 이야기에 매료됐다.

“한국인의 오랜 발원을 만나는 일이었으며, 고승대덕들의 깨달음의 발자취를 쫓는 일이자 스스로 떠나는 치유의 여행이었다”는 저자는 그 동안의 여정을 정리해 불교 전문지인 <판각>과 몸담은 신문사에 연재했고 이 책을 펴내며 5년 만의 긴 순례를 회향했다.
 

최종걸 일간투데이 주필이 전국 산사를 순례하며 써내려간 사찰 문화유산 해설서 '천년 고찰 이야기'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2018년 9월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개산 1373년을 맞아 열린 개산대재 영축문화축제.
최종걸 일간투데이 주필이 전국 산사를 순례하며 써내려간 사찰 문화유산 해설서 '천년 고찰 이야기'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2018년 9월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개산 1373년을 맞아 열린 개산대재 영축문화축제.

이 책은 전국에 자리 잡고 있는 1000여 개 사찰 가운데 5대 적멸보궁, 3대 해수관음 성지, 삼보사찰, 미륵 신앙 성지, 지장 신앙 성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고찰들을 가려 담았다.

기존 답사기와 기행 책과는 다르게 기이한 일화와 옛이야기를 중심으로 기록한 만큼 한 권의 옛이야기 책처럼 구수하고 흥미롭게 읽힌다. 특히 기이한 영험담과 설화 속에는 우리민족의 오랜 발원과 고승들의 깨달음의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있어 눈길을 끈다.

‘미륵 신앙의 성지’ 금산사를 중건한 진표율사는 출가 전 어느 날, 사냥을 나가 개구리들을 잡아 버들가지에 꿰어 물에 담가 놓고는 까맣게 잊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다음 해 사냥을 나간 스님의 귀에 지난해 잡은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들려 가봤더니 개구리들이 여전히 버들가지에 꿰인 채 구슬피 울고 있었다.

“내가 어찌 해를 넘길 정도로 개구리를 고통 받게 했단 말인가?”라고 탄식하던 스니은 이 일로 깨달음을 얻고 금산사로 출가했다. 이후 17년간을 몸을 돌보지 않는 망신참회의 고행 끝에 마침내 미륵보살과 지장보살로부터 간자와 계법을 직접 받기에 이르렀고 다시 돌아와 금산사의 중창 불사를 발원했다.

더불어 해수관음 신앙을 대표하는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기도처 보리암’에도 두 가지 창건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하나는 가락국 김수로왕의 황비인 허황옥 공주의 삼촌 장유 선사가 창건했다는 설과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설이다.

서기 683년(신라 신문왕 3)에 원효대사가 풀집을 짓고 수도하던 중, 희뿌연 광채를 뿜으며 나타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감동으로 보리암을 창건했으며, <화엄경>에서 관세음보살의 상주처인 보광궁에 착안해 산 이름을 보광산(普光山)으로 짓고 관세음의 별칭인 보문(普門)에서 ‘보(普)’를 따와 사찰 이름을 보광사라고 지었다고 한다.

저자는 “창건 설화 속엔 당대의 발원과 깨달음이 있었고, 우리 문화의 속살이 깃들어 있었다”면서 “한 곳의 절을 순례하고 한편의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도 치유의 시간이 됐다”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이어 “한번쯤 절에 담긴 발원의 역사와 의미를 찾아보길 권한다”면서 “산행을 하든지 절을 찾아 참선을 하든지 일단 해보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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